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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선생 빈소에서 봉헌된 미사 “온 국민이 목격자다”
  • 최진
  • 등록 2016-09-26 22:08:21
  • 수정 2016-09-27 0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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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남기 선생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1호에 마련됐다. ⓒ최진


백남기 선생이 자신의 십자가를 온전히 지고 25일 선종했다. 지난 316일간 서울대병원 앞 천막에서 매일 오후 4시에 봉헌됐던 ‘백남기 농민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미사’는 이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1호로 자리를 옮겨 봉헌된다. 


백남기 선생의 빈소는 병원 장례식장에서 가장 큰 1호실에 마련됐지만, 의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은 그 자리를 메우고도 남았다. 착석한 250여 명의 신자들 외에도 서서 미사를 봉헌하는 이들로 입구가 가득 찼다. 


▲ 미사 강론을 맡은 황동환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는 백남기 선생의 선종이 제주 강정마을과 성주 등 부당한 권력과 맞서는 이들의 이야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진


미사 강론을 맡은 황동환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는 백남기 선생의 선종이 제주 강정마을과 성주 등 부당한 권력과 맞서는 이들의 이야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권력을 위임받은 단체이지만, 현 정부는 스스로가 권력의 목적인 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은 남겨진 백남기 선생의 가족들을 기억했다. 자상한 아버지와 성실한 남편을 잃은 가족들이 슬픔을 딛고 국가폭력의 진실을 밝히는 데 힘을 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 또한, 시대의 아픔을 대변하며 사회 부조리에 맞섰던 백남기 선생의 죽음을 통해 이 사회가 인간 존엄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길 바랐다. ‘하느님의 어린양’이란 미사 문구가 어느 미사보다 또렷하게 빈소를 울렸다. 


백남기 선생의 죽음은 단 한 명의 죽음이 아니다. 당시 광장에 있는 사람들 14만 명 중 잘못 없는 누구나가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백남기 형제에 대한 국가폭력이 밝혀졌는데도 사과하지 않았다

이영선 신부는 “백남기 선생의 죽음은 단 한 명의 죽음이 아니다. 당시 광장에 있는 사람들 14만 명 중 잘못 없는 누구나가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백남기 형제에 대한 국가폭력이 밝혀졌는데도 사과하지 않았다”라며 “책임자 처벌이라는 진상규명의 꿈이 이뤄질 때까지 함께 해야, 나와 우리 자손들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다.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에게는 그 삶에 맞는 보답을 하느님께서 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 매일 오후 4시에 봉헌되던 미사가 당분간 빈소에서 봉헌되지만, 비용 문제로 차후에 장소가 변경될 수 있다. ⓒ최진


이 신부는 매일 오후 4시에 봉헌되던 미사가 당분간 빈소에서 봉헌되겠지만, 하루 350만 원이라는 비용 문제로 차후에 장소가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미사에는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신학생들이 참석해 애도의 마음을 더했다. 이종원 부제(의정부교구)는 “청문회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은 점이 안타깝다”며 “슬픔을 이겨낸다기보다는 가족들이 슬픔을 딛고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을 포기하지 않도록 기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빈소에는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행렬이 그칠 줄 몰랐다. 연도도 이어졌다. 국가폭력 사건의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유가족과 대책위가 무기한 장례를 연기하면서 빈소에서의 미사는 장례미사가 아니라 매일미사로 봉헌될 예정이다. 


▲ 이날 빈소에는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행렬이 그칠 줄 몰랐다. ⓒ최진


“백남기 선생의 죽음, 전적으로 정부 책임”


이날 법원은 경찰이 검찰을 통해 청구한 부검영장을 기각했지만,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백남기 씨의) 사인이 불분명해 부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경찰이 정확한 사인규명을 이유로 계속해서 백남기 선생의 부검을 주장함에 따라, 농민회와 시민들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주변에서 혹시 모를 시신 탈취에 대비했다. 종교계와 시민사회 단체 등은 이러한 경찰의 태도를 규탄하며 기자회견과 성명서 등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6일 ‘검찰과 경찰의 사악한 본성에 분노한다’는 규탄 성명을 통해 “고압 물대포로 농민을 피격한 국가가 그 시신마저 빼앗으려 하고 있다. 이는 공권력이 저지른 살인의 증거를 인멸하려는 사악한 시도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사제단은 “백남기 님의 죽음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들이 명백하게 밝혔듯이 작년 11월 14일 ‘경찰 살수차의 수압, 수력으로 가해진 외상성 뇌출혈과 외상성 두개골절 때문’이다”라며 “살인을 저지른 국가폭력의 당사자인 공권력이 죽음의 원인을 밝혀야겠다고 나서는 작태를 보고 있노라니 절로 소름이 돋는다”고 비판했다. 


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정부가 고인의 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자숙하기를 촉구했다. 또한 “국민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국가나 권력의 잘못으로 목숨을 잃게 되었을 때 오는 고통은 보통의 죽음과는 다르다”라며 죽음에 대한 책임 여부를 철저히 밝혀줄 것을 주문했다. 


온 국민이 영상을 통해 고인이 공권력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을 생생하게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부검을 운운하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마저도 폭력 경찰을 동원해 가로막으려 했다 (…) 고(故) 백남기 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도 백남기 선생의 사망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관련자 처벌, 정부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승가회는 “백남기 농민의 사망 사건이 우리에게 준 교훈은 명확하다. 국가권력에 의해 안타깝게 희생되는 국민이 더는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백남기 농민의 장례식장을 경찰력으로 봉쇄하는 등 또 다른 선제조치에 몰두해  이런 모습에 많은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 최진


앞서 2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성명을 통해 백남기 선생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정부에게 있다고 꼬집었다. 협의회는 “땀 흘리며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꿈꾸던 평범한 시민의 머리를 향해 날아든 것은 바로 국민을 적으로 삼은 정권의 오만과 독선, 불의와 폭력이었다”라며 “경찰력을 앞세워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한 정부에게 백남기 씨 죽음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온 국민이 영상을 통해 고인이 공권력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을 생생하게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부검을 운운하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마저도 폭력 경찰을 동원해 가로막으려 했다”며 “고(故) 백남기 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고인의 마지막 길을 어지럽히려는 모든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고인의 영정 앞에 나와 머리 숙여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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