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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하는 교회, ‘개혁을 개혁하라’
  • 최진
  • 등록 2016-09-27 16:10:12
  • 수정 2016-09-27 17: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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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는 23~24일 서강대학교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종교개혁 500년, 그 빛과 어둠`이란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 최진


오는 2017년 맞이하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는 23일부터 이틀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종교개혁 500년, 그 빛과 어둠’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쇄신을 향한 개혁’, ‘일치를 향한 개혁’, ‘개혁을 개혁하라’는 3부로 구성된 학술회의는 종교개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재해석해 오늘날 그리스도교 일치운동의 신학적 토대를 살피고, ‘항상 쇄신하는 교회’의 정체성을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국제회의에 참석한 가톨릭과 개신교 신학자들은 종교개혁을 단순히 교회 분열의 상처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과 일치, 그리고 교회 쇄신의 측면에서 재평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교회일치는 획일성 아니라 다양성 속의 일치”


인천가톨릭대학교 송용민 신부는 그리스도교가 단순히 하느님의 계시를 교리로 체계화한 종교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말과 행동에 공감을 이루는 종교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예수와의 인격적 만남을 통해 ‘구원’이라고 일컫는 궁극적 완성을 지향하는 ‘신앙 감각(sensus fidei)’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송 신부는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려는 그리스도인의 이러한 ‘신앙 감각’은 종교 개혁 이후 그리스도교의 많은 교파들이 분열의 현실 속에서도 같은 그리스도인이라는 공동의 본성을 말할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또한 ‘신앙 감각’은 개별 신자들의 구원을 위해 마련된 은사가 아니라, 복음을 선포하는 예언자적 직무를 수행케 한다는 점에서 ‘공동본성(connaturalis)’이란 공감 능력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신앙 감각’이라는 유산을 통해 신학적인 합의를 이뤄낼 수 있으며, 각 교회의 다양성을 보존하면서도 일치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톨릭교회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회의 일치를 더 이상 ‘갈라진 교회들의 복귀’로 이해하지 않고, 공동선을 위한 긍정적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음을 되짚었다.


▲ 송용민 신부는 그리스도인들이 신앙 감각을 통해 신학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으며 각 교회의 다양성 보존하면서도 일치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 최진


그는 “다양성은 각 교회가 서로의 한계를 채워줄 뿐 아니라, 서로를 초대해 새로운 발전과 체험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는 교회의 일치가 숫자적인 일치가 아니라, 영적인 유산을 서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다양한 그리스도교 교파들도 그리스도의 신앙 전통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그리스도의 교회’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신부는 그리스도교들이 종교개혁 사건을 교회의 일치가 파괴된 상처의 역사로 기억하기보다는 그리스도 신앙의 순수성과 다양성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늘날 교회가 분열의 역사적 상처를 서로에게 전가하지 말고, 십자가를 통해 드러난 자기 비움과 친교의 능력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성장’보다 ‘성숙’ 지향해야


이번 학술회의 주제이기도 한 ‘개혁을 개혁하라’ 3부는 이튿날인 24일 이어졌다. 앞선 1,2부에서 ‘쇄신’과 ‘일치’의 측면에서 종교개혁을 재해석한 후, 3부에서 이를 실천키 위한 방향이 논의됐다. 


감리교신학대학 이정배 목사는 오늘날 교회가 인간의 본질을 위협하는 자본주의에 맞서야 할 뿐 아니라, 스스로도 자본화된 교회를 벗어나야 한다며 ‘작은 교회 운동’을 소개했다.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는 복음의 정치학을 가진 작은 교회다. 정부의 애완견으로 전락한 대형 교회가 아니라, 세상에 대해, 세상을 위해, 세상에 저항하는 교회다


이정배 목사는 “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루터에게 돌아갈 것만을 능사로 여길 것이 아니라, 인류를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는 자본주의 문명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며 “개신교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뿐 아니라 자본화된 교회를 넘어서는 새로운 교회를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정배 목사는 개신교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자본화된 교회를 넘어서는 새로운 교회를 정립해야 하며,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는 복음의 정치학을 가진 작은 교회라고 설명했다. ⓒ 최진


이어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는 복음의 정치학을 가진 작은 교회다. 정부의 애완견으로 전락한 대형 교회가 아니라, 세상에 대해, 세상을 위해, 세상에 저항하는 교회다”라며 “작은 교회 안에서 ‘예수와 사는 것’이 ‘예수를 믿는 것’과 구분되지 않는다. 따라서 마을 공동체와 친교를 이루며 마을 생태계 속에서 교회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종교개혁 당시 신학적 근본 원리였던 ‘오직(sola)’ 교리가 한국 교회에서 오·남용돼 지배체제의 기득권 원리로 변질됐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탈성장’, ‘탈성직’, ‘탈성별’의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한국 교회가 한계에 다다른 ‘성장’을 고집하기 보다는 ‘성숙’을 지향하며 평신도와 여성의 의미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작은 교회가 대형 교회와 대립하기 보다는, 작은 교회를 통해 대형 교회가 바뀔 수 있다. 작은 교회를 통해 기성 교회들이 성숙을 지향하고, 스스로의 카리스마를 자각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천주교와 개신교, 신앙의 공통유산은 무엇인가


▲ 김정형 목사는 그리스도교 일치 위한 개신교회의 신학적 여정을 살폈다. ⓒ 최진


장로회신학대학교 김정형 목사는 로잔언약(1974), 마닐라 선언(1989), 케이프타운 서약(2010) 등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개신교회의 신학적인 여정을 살폈다. 그는 각 서약들이 시대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온전한 하느님 나라를 이루기 위한 신학적 과제로 교회 일치를 선택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모든 교회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근본으로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교가 오히려 분열의 길을 걷고 있다는 반성을 각 여정이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교회 분열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정신에 위배되는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교회가 하느님 나라의 온전한 이해를 위해서는 복음적 일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세계 교회의 일치는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이야기에 온 교회가 정착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온 교회는 현실 변혁적 하느님 나라의 운동에 함께 동참하는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그리스도교적 윤리 과제를 인식하고 그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자본화되는 교회 스스로 각성하길 바란다...


한신대학교 최형묵 목사는 그리스도교와 자본주의 관계 속에서 종교개혁의 의미를 살폈다. 그리스도교는 종교개혁 당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자본주의를 향한 적극적인 윤리적 대안들을 제시했지만, 자본이 종교가 정해준 제한을 넘어 그 자체가 목적이 됐기 때문에, 그리스도교가 새로운 윤리적 과제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목사는 “가톨릭교회의 경제에 관한 가르침은 부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며,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는 변화하는 경제 현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그것을 윤리적으로 규율하자는 것”이라며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 현실에 대한 그리스도교 윤리적 진단과 대안 모색은 이 두 가지 방법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 최형묵 목사는 그리스도교와 자본주의 관계 속에서 종교개혁 의미를 살피며, 자본이 종교가 정해준 제한을 넘어 그 자체가 목적이 됐기 때문에 그리스도교가 새로운 윤리적 과제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 최진


그는 가톨릭의 경제관을 통해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가 인간의 삶에 바람직한 것인지를 검토하고, 경제생활을 인간 삶의 충족을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위치를 조정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프로테스탄티즘 경제관을 통해서는 종교화된 자본의 형이상학적 근본을 비판하고 그 허구성을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교회가 그리스도교적 윤리 과제를 인식하고 그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자본화되는 교회 스스로 각성하길 바랐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장 김희중 대주교는 앞선 기조강연에서 “한국의 천주교와 개신교가 무엇이 다른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우선 신앙의 공통유산이 무엇인지 공유하면서 복음의 말씀을 함께 묵상하고, 기도하며, 실천하는 일부터 구체적으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학술회의는 그런 의미에서 한국 천주교와 개신교가 일치를 향한 신학적 지평을 열었다는 데에 뜻이 모아졌으며 이후 평신도 참여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는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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