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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컷] “아버지 시신에 경찰 손 닿게 할 수 없다”
  • 유자현
  • 등록 2016-09-27 17: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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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백남기 선생 유가족들의 자필 탄원서 (사진출처=백남기대책위)


26일 경찰이 故 백남기 선생에 대한 부검 영장을 재신청한 가운데, 유가족들은 27일 경찰의 부검영장을 기각해달라는 자필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가족들은 탄원서를 통해 경찰은 영장이 발부되기도 전에 그리고 서울대병원에서 공식적으로 시설 보호 요청을 하지 않았음을 밝혔는데도 병원 주변에 경찰병력을 배치했다며 “무력으로 시신을 탈취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에서 부검 영장기각을 했는데도 재신청한 것을 보면 저희의 의심이 사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며, 10개월간의 의료 기록이 있고 이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이미 경찰이 확보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충분히 고인의 사인을 규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돌아가신 고인의 시신에 다시 경찰의 손이 절대로 닿게 하고 싶지 않다”며, “유족으로서의 도리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런 패륜, 불효를 저지르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며 경찰의 부검영장 기각을 호소했다. 


한편, 특별검사제 도입으로 백남기 선생에 대한 국가폭력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자는 서명운동이 대책위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서명하기)



다음은 故 백남기 선생 유가족들의 탄원서 전문이다. 



존경하는 판사님께


판사님 저희는 작년 11월 14일 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나서 병원 중환자실에서 317일간 투병 생활을 이어가다 돌아가신 농민 백남기의 가족입니다.


가해자로 저희에게 형사고발을 당한 경찰이 저희 아버지, 남편의 시신에 대한 부검 영장을 거듭 신청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저희는 아버지, 남편을 고이 보내드릴 시간도 갖지 못한 채 경찰 때문에 하루하루 마음을 졸이고 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부터 경찰이 서울대병원을 에워쌌고, 돌아가신 후에도 경찰의 방해 하에 시신을 중환자실에서 영안실로 옮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영장이 발부되기도 전에 그리고 서울대병원에서 공식적으로 시설 보호 요청을 하지 않았음을 밝혔는데도 병원 주변에 경찰차 수십 대와 경찰 수백명을 배치해 유족들과 대책위, 소식을 듣고 찾아오신 시민들께 불필요한 긴장을 일으켰고, 무력으로 시신을 탈취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법원에서 부검 영장 기각을 했는데도 재신청한 것을 보면 저희의 의심이 사실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영안실로 옮기고 나서는 사건 담당 검사님이 오셔서 가족의 뜻에 반하는 부검 같은 건 없다하시며 국과수 법의학자들과 함께 검시를 하고 가셨습니다. 또한 10개월 간의 의료 기록이 이미 있고, 이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이미 경찰이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거라면 충분히 고인의 사인을 규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왜 거듭 부검 영장을 신청하는지 유족으로서는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경찰의 손에 돌아가신 고인의 시신에 다시 경찰의 손이 절대로 닿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유족으로서의 도리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런 패륜, 불효를 저지르고 싶지 않습니다.


부디 존경하는 판사님께서 유족들의 뜻을 받아주시고, 부검 영장 발부를 반려해주시길 눈물로 호소 드립니다.



2016년 9월 27일 


유가족 일동 드립니다

처 박순례 딸 백도라지 아들 백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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