霜 / 상 / 서리. 세월. 하얀 머리털
“어느 새!” 라고 감탄 할 것 없이 하루아침에 밀려오는 일, 그것이 세월 달아나는 길이다. 그 길은 이정표 없이도 일방통행이 되어 막힘없이 달음박 친다. 노란 열매에도, 푸른 이파리에도 서리가 소리 없이 내리는 날 모두가 붉디붉은 열매가 되어 되돌릴 길 없는 단풍이 든다. 사람의 단풍은 하얀 머리털로 물든다.
누구나 소설 몇 권은 쌓고 산다
두꺼운 소설은 두꺼운 대로
얇은 소설은 얇은 대로
삶의 구비마다 쌓인다
그걸 인연이라고 부르나
아님 운명이라고 부르나
쌓고 쌓여도
끝내
완성되지 않는 소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