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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에 저항하는 대학생들, 민주화 투쟁 이어지나
  • 최진
  • 등록 2016-10-20 21:07:57
  • 수정 2016-10-21 14: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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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딸 정유라 씨의 특혜 의혹 등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최경희 총장이 사퇴를 선언한 가운데, 대학생들의 사회참여가 재조명되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 내 운영방식 민주화 요구부터 각종 사회 쟁점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어 2000년대 이후 주춤했던 대학생들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비리에 동조하는 스승, 학교 용납할 수 없다”


이화여대 학생 5천여 명은 19일 오후 서울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열린 이대 교수들의 시위에 합류해 대학 창립 이래 첫 대규모 시위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부정입학 의혹 진실규명과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150여 명과 함께 ‘해방 이화 총장해임’, ‘학사 문란 책임져라’, ‘학생 안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 19일 이화여대 학생 5천여 명은 대학 창립 이래 첫 대규모 시위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교수 150여 명과 함께 ‘해방 이화 총장해임’, ‘학사 문란 책임져라’, ‘학생 안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사진출처=미디어몽구)


앞서 최 총장은 이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를 선언하면서도 정유라 씨의 특혜 의혹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특혜 논란의 발원지인 이화여대 의류학과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관련 특혜 의혹을 상세히 밝히며 의류학과 이인성 교수의 사퇴까지 요구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권력자의 더러움이 판을 치는 시대에 학생들의 편에 서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권력자의 밑에 붙어 비리에 동조하는 당신들을 스스로 교육자,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이인성 교수는 ‘절친’ 총장과 손잡고 사퇴하라”고 비난했다.


또한 “제기된 의혹들에 논리적으로 타당하게 답하고 사과하라”며 “‘이수 기준은 채우지 못했지만 정당하게 이수했다’(=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식의 태도를 고수한다면 학생들로부터 멸시, 망신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하루 전인 18일 건국대학교 내 7개 학생 단체들은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빨간 우의를 입은 남성의 가격 때문’이라는 주장을 해 보수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이용식 교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생들은 이 교수가 “국가 폭력을 은폐하는 살인정권 비호 의사”라며 이 교수의 주장이 허황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 교수가 짜깁기한 영상은 백 농민의 안면을 물대포가 강타하는 장면을 뺐다”라며 “백남기 농민을 구하려다가 물대포를 직격으로 맞아 백남기 농민 쪽으로 쓰러진 것이 분명한 시민을 살인자로 지목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동문들이 국가의 진실 은폐에 맞서 싸우고 있을 때, 이 교수는 ‘일베’ 같은 우익 사이트에 떠도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다”라며 “진리의 상아탑이 돼야 할 대학의 교수가 이런 진실 은폐와 왜곡을 일삼고 있다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기자회견 이후 이 교수의 연구실을 방문해 항의문을 부착했다.


그동안 이 교수는 “물대포를 맞곤 절대 사람이 죽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특정 영상을 근거로 백남기 선생의 사인이 빨간 우의를 입은 남성의 머리 가격에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돼왔다. 또한 “명백한 살인범이 있는데, 유가족들은 물대포 탓만 한다”며 조속히 시신 부검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민주 열사들의 투쟁정신을 되새기며 함께 나서야 할 때”


▲ 18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중앙대학교 학생들이 대거 참석했다. ⓒ 최진


같은 날 백남기 선생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촛불문화제에서는 중앙대학교 학생들이 대거 참석했다. 학생들은 백남기 선생을 비롯한 민주 열사들의 투쟁정신을 되새기며, 불의한 정권에 맞서 ‘의열 중앙’의 정신으로 끝까지 투쟁할 것을 함께 다짐했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한대윤 학생은 “선배님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실 때 주변에 더 많은 사람이 있었다면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라며 “폭력정권 아래에서 잃어버린 것은 많지만,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우리 후배들이 백남기 선배님의 ‘의열 중앙’ 정신을 이어받아 함께 나서야 할 때다”고 말했다.


▲ 이날 문화제 모두발언에서 한대윤 학생은 ˝우리 후배들이 백남기 선배님의 `의열 중앙` 정신을 이어받아 함께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동국대학교는 총학생회를 열어 한태식 총장에 대한 징계와 학교 운영에 재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운영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하는 등 동국대 사태에 대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또, 서강대학교는 남양주 제2캠퍼스 확장을 발단으로 시작된 대학운영 민주화 투쟁을, 서울대학교는 시흥캠퍼스 설립 철회를 촉구하며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백남기 선생의 ‘병사’ 사망진단을 질타한 서울대 의대생들의 대자보, 한일 일본군 ‘위안부’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투쟁에 주요 역할을 맡고 있는 대학생 평화나비 네트워크 등 대학생들의 사회참여는 점차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연애와 결혼·출산 등을 포기해야 하는 ‘N포 세대’, 고착화된 사회 계급화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흙수저·금수저’, ‘최저임금 세대’ 등 ‘우울의 표상’으로 불리던 대학생들이 현실에 순응하기보다 사회 문제를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직접 실천 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백남기투쟁본부에 따르면 가톨릭 신자인 백남기 선생의 분향소가 감리교신학대와 한신대, 성공회대, 동국대 등 다른 종교 재단 대학에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가톨릭대학교는 분향소가 설치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또한 ‘가톨릭대학생 연합회’의 활동이 신심 활동에 머물고 있어, 보다 깨어있는 의식 함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각 지역과 대학 캠퍼스에 마련된 故 백남기 농민 전국 시민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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