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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재물’ 바치지 말고 스스로 ‘제물’이 돼야”
  • 최진
  • 등록 2016-10-26 20:50:06
  • 수정 2016-10-26 21: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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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천주교주교회의 정평위는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다시 반전, 반핵, 통일을 논하다’ 정기세미나를 개최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시대적 고민과 복음적 성찰을 나누고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을 위한 교회 역할을 모색했다. ⓒ 최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2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다시 반전, 반핵, 통일을 논하다’ 정기세미나를 개최했다. 정의평화위원회는 지난 9월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과 이에 대한 남한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시대적 고민과 복음적 성찰을 나누고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모색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먼저 평화를 이루기 힘든 한반도의 구조적인 문제를 살피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향을 인간학적인 측면과 신학적인 측면으로 성찰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특히 신학적 모색 방안으로 교회가 자신을 제물로 삼아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나왔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탈냉전 이후 남한 정치의 흐름이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국제정세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되고 있음을 짚었다. 그는 ‘반전’이라는 소극적 평화와 더불어 삶의 질을 향상하는 적극적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먼저 평화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구갑우 교수는 `반전`이란 소극적 평화와 삶의 질을 향상하는 적극적 평화를 만들기 위해선 남북한이 먼저 평화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최진


구갑우 교수는 “남북관계의 협력이 진행될수록 남한은 비용을, 북한은 체제붕괴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통일을 이야기할수록 누가 통일의 주체가 돼야 하느냐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는 방법이 한반도 평화체계의 구축이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한이 통일을 논하기에 앞서 공존의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면 상대방을 설득하고 합의하는 방식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를 위해 한국 사회는 평화와 복지를 함께 도모하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평화통일의 희망은 지금 우리가 만나는 탈북자 한사람에서 시작 한다”

 

김성경 경남대학교 교수는 인간의 기본권 측면에서 남북분단 문제에 접근했다. 그는 일촉즉발의 남북한 대치상황 속에서 남한사회가 북한의 형제·자매들을 사상적인 대립의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 주민들은 나은 삶을 찾아 남한이나 제3국으로 이동하며, 한국에는 3만 명의 탈북자가 있다”며 “분단의 역사 속에서 남한 사회는 이들을 타자로 구분해낸다. 동정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다가도 어느 순간 우리와 어울릴 수 없는 시선으로 본다. 불쌍하게 생각하면서도 잠재적인 간첩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 김성경 교수는 평화통일의 희망은 지금 우리가 만나는 탈북자 한사람에서 시작하며, 이들의 인권에 관심을 두는 것이 평화통일을 위한 또 다른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진


그는 탈북자들의 인간성 회복이 남북의 평화문화를 만드는 바탕이 된다며 “평화통일의 희망은 지금 우리가 만나는 탈북자 한사람에서 시작한다. 이들의 인권에 관심을 두는 것이 평화통일을 위한 또 다른 기반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동북아평화연구소장 강주석 신부(의정부교구)는 공산주의와 동서냉전, 무신론적 사상 등 교회를 위협했던 19세기 갈등에 대해 ‘세상의 평화’가 아닌, ‘교회의 평화’에만 집착하는 한계를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강 신부는 “다시 냉전이 논의되는 이 땅에서 교회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지난 역사가 주는 가르침을 고민하고, ‘교회의 평화’만이 아닌, ‘지상의 평화’를 위해서 일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평화를 완성할 수 없을지라도 교회는 평화를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강주석 신부는 현실적으로 평화를 완성할 수 없을지라도 교회는 평화를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진


“그리스도인의 영성은 침묵하지 않고 저항하는 것”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양운기 수사는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떨어졌던 1945년 8월 6일이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이었던 점을 상기시키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성경에서 거룩한 변모를 묘사하는 ‘거룩한 번쩍임’이 수년 전부터는 ‘핵폭탄의 번쩍임’으로 묵상 되는 체험을 토대로 핵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영성을 성찰했다.


양운기 수사는 핵무기를 통한 죽음의 문화가 확산되는 현실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평화영성은 비폭력 저항으로 평화를 선택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평화를 선택하는 일은 내적인 평화의 힘으로 외적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평화추구는 실천적이고 지속적인 저항과 투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앙인들이 영성을 말할 때, 신앙을 사적인 의식에 가둬놓는 오해를 범한다고 지적했다. 하느님과의 관계가 깊어지면 인류와 사회, 이웃에 대한 책임에서 예외가 되는 줄 안다는 것이다.


양운기 수사는 “이러한 오해는 사람들을 이기적 자기중심주의에 매몰시키고 고통 중에 있는 인류와 이웃을 자신과 분리한다”며 “하지만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자신의 아픔만을 해결하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아니며, 예수님 역시 인류의 아픔에 눈감은 분이 아니다. 오히려 예수님은 안식일을 지키지 않은 범법자이며, 하느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조직적 억압에 정면으로 도전한 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개적으로 부패와 맞서 싸우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언젠가 부패에 가담해 삶을 파괴하고 말 것이다’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칙서 「자비의 얼굴」을 인용하며, “그리스도인의 평화영성은 폭력과 불의와 부패에 협력하지 않는 것을 넘어, 침묵하지 않고 저항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회정의와 진실을 추구하는 일에 공적으로 가담하는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 양운기 수사는 그리스도인의 평화 영성은 폭력과 불의, 부패에 협력하지 않는 것을 넘어 침묵하지 않고 저항하는 것이며, 사회정의와 진실을 추구하는 일에 공적으로 가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 최진


‘기도하라’, ‘저항하라’, ‘변두리로 향하라’, ‘제물이 돼라’


양운기 수사는 교회가 진실을 향해 공적으로 가담하기 위해서는 주류에 편승하기보다 비주류로 변방을 향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교회가 중심의 안락함을 벗어나 변방을 향할 때 가난하고 고통 받는 세상의 현실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예수가 제자들에게 변두리로 향해야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했던 말은 그리스도교 평화영성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양 수사는 “주류 권력과 가까이 지내면서는 생명을 살상하는 군사주의 이념에 저항할 수도 없다. 오히려 폭력에 가담하는 결과를 낳는다”라며 “교회가 주류를 거부하고 변두리로 향하면 고난은 겪겠지만, 그 대신 평화를 얻을 수 있다. 참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 교회는 고요하고 평온한 중심부의 위치에서 이동해 변두리 지역으로 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교회는 재물을 바치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스스로가 제물이 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다”라며 “‘기도하라’, ‘저항하라’, ‘변두리를 향하라’, ‘제물이 되라’는 것은 다 일맥상통한 내용이다. 그리스도인은 스스로가 제물이 되어 하느님을 증거 하는 사람들이며, 그러기에 그리스도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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