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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톨릭 신자들이 트럼프에 등을 돌리다
  • 끌로셰
  • 등록 2016-10-27 17:45:27
  • 수정 2016-10-28 10: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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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 La Croix > 19일자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보기) -편집자주


▲ (사진출처=힐러리 클린턴 / 도널드 트럼프 페이스북)


트럼프한테 투표할 수는 없다. 힐러리 클린턴도 완벽과는 거리가 멀지만 트럼프보다는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세인트 피터 성당의 일요일이었다. 굵은 빗줄기 속에, 백 여명의 신자들이 12시 미사를 위해 성당에 도착하고 있었다. 맨하탄 남쪽의 한 섬인 스테이튼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 이 평화로운 성당은 정치와는 거리가 아주 멀어 보였다. 하지만 전 날, 워싱턴 포스트지는 도날드 트럼프가 발언하고 있는 충격적인 영상을 공개했고, 그 날 저녁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는 2차 TV 토론회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만나야 했던 상황이었다. 


지난 14번의 투표에서 11번이나 공화당에 표를 던졌던 이 섬의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신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트럼프한테 투표할 수는 없다. 힐러리 클린턴도 완벽과는 거리가 멀지만 트럼프보다는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평소 우파를 지지하던 이탈리아계 미국인 조 바타가 평했다.


트럼프의 위치는 미국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전반적으로 분열되어 있다. 조사마다 수치는 다르지만, 대략적으로 힐러리가 60%의 지지율로 35% 지지율의 트럼프를 이기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또 트럼프에게는 걱정스럽게도, 평상시에는 변심하지 않던 공화당 부류인, 매주 미사에 참석하는 신자들의 지지가 변화하고 있다. 


7월 Pew Research Center의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신자들의 지지가 2012년에 비해 22% 훌쩍 뛰어올랐다. “이런 추세라면, 히스패닉계 가톨릭 신자들의 힘이 강해지는 현상과, 가톨릭 문화에서 자라난 신자들이, 미사는 덜 가더라도, 올해 클린턴 후보에게 기울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힐러리는 흔들리지 않고 전진하는 상황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미국 가톨릭대학교 가톨릭 선거 전공자 스티브 슈넥이 분석했다.


이들이 가지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선거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가톨릭 신자들에 대해서는 개신교 신자들과는 반대로, 정치인들의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완전히 없는 취급을 받는 것도 아니다. 2008년 버락 오바마 후보처럼, 클린턴은 러닝메이트로 팀 케인 상원의원을 선택했다. 


도날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는 자신을 “복음주의 가톨릭(evangelist catholic)”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 트럼프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중요한 의제들에 대한 제안을 해줄 자문 위원회를 설치하기까지 했다. 이 위원회 구성원은, 의원, 비영리단체 관계자, 우파 기독교의 수장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동성혼이나 낙태 찬성 입장의 법제화에 대해 격렬히 반대하고 대법원에 보수측이 아닌 판사가 지명되는 모습을 볼까 두려워하고 있는 입장이다. 


“종교를 아주 열심히 믿는 사람들은 사각지대로 몰린 느낌을 받고, 공격받는다고 느낀다”라고 트럼프가 구성한 자문 위원회의 기독교측 구성원이자 보수 단체인 ‘American Conservative’의 회장 맷 슐랍이 주장했다. “보수적인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가 바로 트럼프다.”


벽을 지을 생각만 하는 사람은 신자가 아니다.


라디오 방송 ‘The Bible Lady’의 진행자인 가일 버클리 역시 트럼프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한다. 버클리는 공화당이 폐쇄시키고 싶어하는 기구인 미국 가족계획협회의 클린턴 지지를, 또 특히 팀 케인 지지를 비난했는데, 팀 케인은 낙태에는 반대하나 그렇다고 그것을 불법으로 만들고자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절대 낙태에 찬성하는 정부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 걱정 없이 트럼프에게 투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다른 선택권이 없다” 스테이튼 섬에서 만난 또 다른 신자인 매리의 경우 더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여성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은 나에게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적어도, 생각하는 대로 말하지 않는가. 클린턴은 그렇지 않다”


이런 지지에도 불구 트럼프는 가톨릭 사람들 사이에서 만장일치를 얻지 못 했다. 그 이유는 몇 가지 말실수 때문이었는데, 그는 성찬 예식에 대해 “와인과 과자 먹는” 시간이라고 말한 바 있으며, 이민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고 이에 대해 점점 증가하고 있는 히스패닉계 가톨릭 신자들은 불편해하고 있다. 지난 2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주 날카로운 발언을 한 바 있는데, 이런 발언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을 반대편 쪽으로 설득시키지는 못 했다. “벽을 지을 생각만 하는 사람은 신자가 아니다”라고 트럼프가 멕시코와의 국경선에 지으려고 계획하고 있는 장벽을 언급하며 말했다.


이런 트럼프 후보의 보수적인 태도는 오늘날 가톨릭 표심에 있어서 모난 돌이 되고 있는데, 연구에 따르면 (미국) 가톨릭 신자들은 낙태와 동성혼에 대해 다수가 찬성하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자기 구제만 할 뿐, 남을 구제하려 하지 않는다. 그 어느 누구에게도 동정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빈곤이나 교육, 이민과 같은 문제들에 골몰하는 사람이라면, 가톨릭 신자로서 트럼프에게 투표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라고 ‘Catholics for Hillary’라는 모임을 만든 네브라스카 주의 민주당원 존 카터가 덧붙였다.


오래 전부터 민주당원이었던 디안나 웨블러는 낙태에 대한 입장이 다르기는 하지만 클린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여성의 성과 출산에 대한 권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가톨릭 신자들은 낙태나 안락사에 주목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곤 한다. 그 예로 환경이나 빈곤 혹은 의료 문제 또 범죄가 그 예시이다. 우리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서 투표할 수는 없다.”


힐러리는 정직하지 못 하고 트럼프는 나라를 이끄는데 도덕적으로 자격이 없다 (…) 이번이 처음으로 투표하러 가지 않는 것이다, 정말 나는 정치 체제에 모든 신뢰를 잃어버렸다.


트럼프는 가톨릭 신자들의 표를 끌어오는 일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며칠 전부터, 트럼프 선거 캠프에서는 위키리크스에 의해 밝혀진 힐러리 후보의 논란(대변인과 한 싱크 탱크 관계자와의 이메일에 의해 발생한)에 불을 붙이려 하고 있다. 이 이메일에서, 싱크 탱크 관계자는 보수 후보의 가장 강력한 얼굴 마담은 가톨릭이며 그 이유는 가톨릭 교리가 조장한다고 하는 “후진적인 양성 간의 관계”에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은 충분치 못 한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슈넥은 “힐러리가 올해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본다. 60퍼센트 정도로”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현 대통령은 2012년 당시 가톨릭으로부터 51퍼센트의 지지를 얻은 바 있다. 


닉은 두 후보 모두에게 등을 돌리고 11월 8일 투표하러 가지 않을 예정이다. “힐러리는 정직하지 못 하고 트럼프는 나라를 이끄는데 도덕적으로 자격이 없다”라고 말하며 “이번이 처음으로 투표하러 가지 않는 것이다, 정말 나는 정치 체제에 모든 신뢰를 잃어버렸다”라고 덧붙였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의 문제로 인해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 혹은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 혹은,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 문제제기라고 하는 것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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