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 ⓒ국제 카리타스
국제 카리타스는 14일(바티칸 시간) 필리핀 마닐라 대교구장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을 새 회장으로 선출했다. 아시아인으로 처음이다. 국제 카리타스는 세계 각국 주교회의 산하 사회복지 담당기관인 카리타스의 국제 조직이다.
타글레 추기경은 태풍 등 자연 재해가 빈번한 필리핀에서 위기 대응 경험 및 능력, 그리고 가난한 이들의 인권 보호 등 활발한 활동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선출 직후 “전 세계 가난한 이들의 이름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우리 활동이 정의와 진정한 자유, 평화를 이해하는 세계 건설에 도움되는 교회, 즉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를 더 강화하는데 이바지하도록 함께 가자”고 강조했다.
이번 회장 선출에는 교회의 서구 편향 탈피와 타글레 추기경의 비서구 지역 교회의 특수성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 후보였던 키프로스 조셉 수에이프 추기경에게 유럽교회 표가 몰렸고, 그 외 지역은 타글레 추기경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 결과는 133 대 91이었다.
타글레 추기경의 국제 카리타스 회장 선출은 교회 뿐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오는 6월 환경에 관한 교황 회칙이 발표될 예정이다. 국제적으로 인류 미래에 의미가 큰 두 국제회의가 개최된다. 9월 뉴욕에서 전 세계 지속가능한 성장 목표를 다룰 유엔 정상회의(유엔 서미트)가 열린다. 11월 말이나 12월 초 파리에서 유엔 기후변화회의가 개최된다. 지구환경과 관련해 인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회의다.
평소 이 문제들에 뚜렷한 의견을 가진 타글레 추기경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을 예상된다. 필리핀 출신인 그는 가난이 무엇인지, 빈부격차위험이 얼마나 무서운지, 현 경제시스템의 성공과 실패가 어떤 것인지 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재해에 대한 효과적 지원과 기후 변화에 대한 시급한 대응을 강조해 왔다. 필리핀은 이주 노동자가 많아 그는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크다.
그는 1957년 생으로 2012년 11월 베네딕토 16세 교황에 의해 추기경에 서임되었다. 언론은 완전히 서구가 장악하고 있어 바티칸에서 논의된 중요한 개발도상국 문제 들이 보도되지 않고 있다고 그는 비판하는 등 아시아 지역 교회의 특성을 중시하고 있다.
그는 추기경 서임 후 첫 공식 인터뷰에서 아시아 지역교회가 갖는 특수성을 언급했다. 교회는 공적 영역에서 기여해야 하지만 아시아의 경우 방식이 특수하다는 점을 그는 강조했다.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교회가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소심한 태도라는 지적도 있지만, 자신은 그렇지 아니며, 오히려 교회가 더 신뢰받게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중도 진보파로 알려진 그는 적극적 현실참여로 ‘피플 파워’의 핵심 역할을 했던 하메이 신 추기경과 비교되기도 한다. 일상적 활동을 통해 신뢰를 얻는 그는 주교 시절 성당 자선행사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했으며, 강론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전임 베네딕토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총애를 모두 받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검소하고 겸손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향 신학교에서 가르칠 때 에어컨 없는 숙소에서 지냈으며, 주교가 된 후에도 자동차 대신 버스를 이용하거나, 지프를 고친 대중교통수단 지프니를 즐겨 타고 있다.
또 열성적인 강론으로 유명해 TV 일요강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제작자가 개설한 그의 페이스 북에는 10만 명이 넘게 참여하고 있다.
그는 서구가 완전 장악한 언론과 언론의 편가르기를 꾸준히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최된 ‘가정에 관한 세계 주교 시노드’에서 교황을 대리한 세 공동의장 중 한 명이던 그는 보고서가 이혼과 동성애 등과 관련해 많은 논란을 일으켰지만, 그것만 토론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배우자와 결혼, 가정 폭력, 포르노, 빈곤, 이주 문제 등이 폭넓게 다루어졌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노드를 취재하는 많은 기자중 아시아나 아프리카 기자는 한 명도 없었다며, 이는 또 다른 편견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언론이 보수 진보 전통주의자 등으로 편가르기 하는 것은 그 사람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사람은 어떤 부류라고 쉽게 규정할 수 없고, 특히 사랑 혼인 등에 대해 더욱 그러한데, 언론이 그렇게 분류해 보도하는 것은 대중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고다.
마닐라에서 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이므스의 노동자 가정에서 출생했으며, 어려서부터 주위 사람에게 관심이 많았다. 2001년 44세로 필리핀에서 가장 젊은 주교가 되었다. 추기경 서임 때도 전체 추기경 가운데 두 번째로 나이가 적었다.
필리핀, 이탈리아, 미국에서 공부했으며, 미국 가톨릭대학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제신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14년에 가톨릭 성서연합회(CBF) 회장에 선임되었다.
진보적이고 영민하고 온화한 그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총애를 받아 여러 국제적 교회모임에서 초안 작성 등 중책을 맡았다.
베네딕토 16세 교황 사임 후 최초 아시아인 교황 후보에 올라 관심을 모았다. AP통신은 빈민층에 대한 그의 관심과 겸손한 태도, 대중과 함께 하는 호흡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또 일부에서 교회 문제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유연한 태도, 비서구 지역 가톨릭교회의 상징이라는 점 등을 후보 이유로 꼽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다만 추측이라며 일축했다. 필리핀 공유어인 타글로그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어 등에 능하고, 라틴어 미사가 가능하다.
빈곤과 이에 직결되는 이주 노동자 문제에 대해 그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빈곤이 고용, 식량, 교육 등과 연결되어 있어 교회만이 아닌 모든 사람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주 노동자는 돈을 벌려고 이주했기 때문에 이주는 결국 빈곤 문제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이주 노동자들을 어떻게 사목적으로 돌보아야 이들이 가족에게 충실히 남을 수 있는지,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성향이 다른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 모두에게 총애를 받고, 고향에서 대중적 인기가 있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전공했고, 아시아 지역 교회의 특수성을 강조하고, 서구 일변도의 언론 보도와 편가르기를 거부하는 진보적인 그가 아시아인 최초로 국제 카리타스 회장이 되었다.
교회와 국제사회는 인류 미래와 직결되는 지구환경 및 지속가능한 성장 등과 관련된 주요 현안을 곧 깊이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그리스도의 사랑과 박애를 실천하자는 카리타스는 전세계 200여 나라에 약2백만명 회원이 있다. 신임 회장이 이같은 교회 안팎의 환경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국제적 연대에 어떤 리더십을 보일지 주목된다.
이번 바티칸 총회에는 해방신학의 대부라고 불리는 구스타보 구티에레스 신부가 참가해 더 관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