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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주 가톨릭신학생들도 시국선언 동참
  • 최진
  • 등록 2016-11-02 17:59:34
  • 수정 2016-11-02 19: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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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진


대구와 광주 가톨릭대학교 신학생과 수도자들이 2일 공동으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신학생들은 불의한 현실에 맞서기 위해 지역적 한계를 넘어 공동으로 시국선언에 참여하게 됐다며, “이번 공동 시국선언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소명을 다 하기 위한 것이며 모든 사회 제도의 근본도, 주제도, 목적도, 인간이며 또 인간이어야 한다(사목 헌장 25항)는 교회의 가르침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함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국정운영의 최고 통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 등으로 현 사태를 무마하려고 시도하기보다는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에게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구체적인 행동을 보일 것을 요구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와 백남기 선생의 사망 등 현 정권에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성실하고 거짓 없는 해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법부에는 성역 없는 엄중한 수사를, 정치인에게는 특검 실시를 위한 초당적 합의를, 언론에는 국민에게 진실을 전하는 언론 본래의 기능을 회복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번 시국선언은 양 신학대학에서 공동으로 선언한 5가지 선언과 더불어, 각 신학대학에서 현 국가 상황을 평가하는 내용이 각각 담겼다. 대구 신학대학은 현 정권이 민주주의를 살해했다고 규탄했고, 광주 신학대학은 공권력으로 불의와 폭력을 행사한 정권이라고 평가했다. 


임성무 전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은 “이번 공동 시국선언은 대구 가톨릭신학교 35년사에 첫 시국선언이다. 대구와 광주 신학생들이 연대한 것으로도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다”라며 “그래서 미리 준비한 각자의 선언문을 존중하면서도 공동선언의 취지와 요구, 연대의 결의는 공동으로 넣게 됐다. 역사적인 연대를 이뤄낸 광주와 대구의 신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과 부산, 인천에 이어 대구와 광주 신학대학도 공동으로 시국선언을 발표함에 따라 전국 7개 신학대학 중 대전과 서울을 제외한 모든 신학대학이 시국선언에 동참한 상황이다. 대전과 서울 신학대학은 일반대학의 학생회 격인 자치회의 이취임 식이 각각 1일과 2일 진행돼 새로운 자치회를 중심으로 시국선언에 대한 참여 여부가 논의될 전망이다.


민주주의 살해, 민주적 세상에 대한 매장


대구 가톨릭대학교 신학생들은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과 권력 비리로 인한 국정농단 사태가 모든 국민을 배신한 ‘민주주의의 죽음’이라고 지적하며, 현 정권이 민주주의를 살해했다고 규탄했다. 


신학생들은 “이 정권이 국민의 민주적 합의로 위임받은 주권을 독단적으로 한 개인에게 넘겨 헌정 질서를 파괴했다”며 “공적인 국정운영을 거부해 국민의 목소리를 잃었고, 사유와 판단에 힘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데도 이 정권은 모든 문제의 얼개를 세력화해 진실을 숨기고 국민에게 분노와 좌절을 안겼다”라며 “현 정권의 ‘민주주의 살해’는 민주화를 위해 죽어간 수많은 사람에 대한 모욕이며, 내일을 살아갈 사람들이 누려야 할 더 나은 민주적 세상에 대한 매장이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오늘의 시국선언은 찰나의 격한 저항이 아니라 시작이다”라며 “이제 우리도 끊임없는 자기 성찰 속에서 민주주의의 소생을 위해 시대의 분노와 절망을 품고 가겠다. 희망하는 연대를 확산하기 위해 선의의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의에서 멀어진 국가는 거대한 강도 떼”


광주 가톨릭대학교 신학생들은 사목헌장 등에 나타난 교회 가르침을 통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교회의 예언자적 소명을 성찰하고 이를 통해 정의에서 멀어진 국가 권력을 비판했다. 


신학생들은 “정의는 모든 정치의 목적이며 판단 기준임과 동시에 국가의 근본 규범이 돼야 한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될 때 실현되는 것인데,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은 도덕 원칙과 사회 정의 규범이 국가 권력에 의해 한꺼번에 짓밟히고 있다”라며 “거대한 강도떼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적인 선거개입과 부정선거 의혹으로 시작된 현 정부는 최순실 게이트로 부정한 권력의 불의가 세상에 드러났다”라며 “정치적 부패와 국민 불통은 국가의 올바른 통치를 위협하는 것이며, 국민 사이에서 불신과 불만을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교회는 인류 가족 전체와 인간이 살아가는 온갖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따라 세상에 목소리를 낼 예언자적 소명을 갖는다”라며 “신학생들은 오늘날 직면한 사회 현실을 함께 고민하고 세상과 연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날 발표한 시국선언문 중 공통 내용이다.



대구·광주 가톨릭대학교 신학생들이 함께 하는 시국선언문



하나,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최고 통치권자로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양심적 행동을 구체적으로 보이라.


하나, 대통령은 개헌과 안보 문제 언급 등 현 사태를 무마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지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책임 있는 구체적 행동을 보이라.


하나,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故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의 사망 등 현 정권에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성실하고 거짓 없이 해명하라.


하나, 최순실 사태와 관련하여, 사법부는 미르-K스포츠 재단, 청와대 등을 성역 없이 수사하고 책임자들을 엄벌에 처해 정의를 확립하라. 정치인은 여야 구분 없는 초당적 합의 하에 특검을 실시하라. 언론인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여 정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


하나, 침묵하고 있는 선의의 모든 사람들도 용기를 내어 이 연대의 물결에 ‘함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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