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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배) 영화로 보는 세상 : 작다와 크다의 역설
  • 이정배
  • 등록 2016-12-01 10:17:15
  • 수정 2016-12-01 11: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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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다와 작다는 서로 비교했을 때 생겨나는 생각이다. 세상의 어떤 것도 원래 크고 원래 작은 것은 없다. 원래는 어떤 물건이 있었는데 그것을 다른 것과 비교하면서 무엇보다 크고 무엇보다 작다고 할 뿐이다. 행복과 불행도 마찬가지다. 원래는 어떤 일이 있었다. 그 일이 행복인지 불행인지는 다른 일과 비교해보면서 생겨나는 생각이다.


런던의 한 고아원에서 자라는 10살 소녀 소피는 밤이면 잠이 들어 꿈을 꾸는 그런 아이다.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책을 읽고 상상을 하면서 행복하게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밤, 그녀에게 거인이 나타난다. 노인의 모습을 한 거인은 소피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간다.


거인은 꿈을 채집하여 이렇게 저렇게 엮어서 사람들의 기억에 넣는 일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 식인거인이 등장을 한다. 노인거인보다 훨씬 큰 식인거인들은 행패를 부리곤 한다. 소피와 노인거인은 이들 식인거인을 물리칠 계획을 세운다. 여러 위험한 순간을 겪어내면서 이들은 결국 식인거인을 외딴 섬에 살도록 만든다.


영화에는 사람보다 훨씬 큰 노인거인이 등장한다. 노인거인보다 더 큰 식인거인도 등장한다. 거인 앞에서 사람은 보잘 것 없어 보인다. 그러나 크고 작은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식인거인들은 악한 마음을 품고 살고 있었다. 순수한 꿈을 꾸며 사는 소피는 그들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노인거인은 소피와 친구가 된다. 나이가 많다는 것과 적은 것은 서로 비교할 때만 의미가 있다. 친구가 된 두 사람에게 나이는 아무 장애가 되지 않는다. 노인도 언젠가는 작고 어린 시절이 있었다. 친구가 된다는 것은 본래의 시간으로 되돌아가서 서로 만난다는 의미이다. 두 사람은 비교되는 현재를 거슬러 올라가 어린 시절의 순수한 시간에서 만난 것이다.


우리는 종종 우리의 꿈을 의심한다. 깨고 나면 모두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꿈을 단단히 붙잡고 가는 이들도 있다. 결코 깨지지 않을 것이란 믿음으로 그 꿈을 실현하며 살아가는 이들이다. 소피는 노인거인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창문에서 믿고 뛰어내린다. 거인의 큰 손이 소피를 받아낸다. 우리에겐 믿고 뛰어내리는 믿음이 부족하다.


영화는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난다. 아침이 되자 모든 사람들은 어제와 다름없는 일상을 시작한다. 모두가 어제와 같을지 모르지만 밤새 거인을 만났던 소피의 경우는 다르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더라도 꿈을 꾼 것과 안 꾼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어본 사람에게 다음날은 전과 같지 않다.


영화는 하얀 날에도 우리에게 꿈을 꾸게 해주는 아름다운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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