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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적 종교를 평등종교로 개혁해야 한다”
  • 문미정
  • 등록 2016-12-23 15: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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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기독법률가회 등은 ‘늘어나는 종교인의 성폭력 범죄 어떻게 할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종교인 성폭력의 실태와 과제, 가중처벌에 대해 논의했다. ⓒ 문미정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성폭력 범죄 검거자 가운데 전문직 종사자는 1,258명으로 이 중 종교인은 450명이다. 전문직을 가진 성 범죄자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기록한 것이다.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은 청소년사역단체 라이즈업무브먼트 전 대표 이동현 씨와 ‘이주노동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중국동포교회 김해성 목사의 성 추문 등 현재 종교는 성폭력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2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기독법률가회 등은 ‘늘어나는 종교인의 성폭력 범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종교인 성폭력의 실태와 과제를 살피고 가중처벌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종교인 성폭력 범죄는 ‘근친강간’의 형태를 띠고 있다 


먼저 한국염 목사가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서 종교인 성폭력의 실태를 설명하고 대안에 대해 모색했다. 한 목사는 사회에선 성폭력이 성 범죄로 규정되어 처벌받지만 종교에서는 한 종교지도자의 일탈행위 정도로 취급받고,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목사는 “종교지도자들에 의한 성폭력은 소위 ‘영적 아버지’에게 당한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입는 상처는 일반 피해자들보다 더 깊다”고 말했다. 


교회 내 성폭력은 안수나 안찰, 죄 씻음과 같은 영적체험 등 치유행위·종교체험을 빙자해서 일어나는데, 가해자는 자신이 성적인 행위가 아니라 종교적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피해자를 세뇌해 거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 이때 피해자는 거부하지 못하고 자신이 폭력을 당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성폭력은 목회자와 신도 간의 절대적 위계관계 속에서 쉽게 일어나며, ‘성서’를 오용해 이뤄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가해자들은 에덴동산에서는 벌거벗고 있어도 수치심을 몰랐다는 이야기, 야곱이 레아와 라헬 등 여러 부인을 거느린 문제, 다윗이 밧세바를 범했으나 회개 하고 용서받은 내용 등으로 성폭력을 정당화하고 합리화 한다. 


한 목사는 이 같은 성서 오용에 신학적 응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치심과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피해자들에게 피해자이지 죄인이 아니며, 하느님께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 한국염 목사가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서 종교인 성폭력의 실태에 대해 살펴보고 대안에 대해 모색했다. ⓒ 문미정


하느님에 대한 분노와 항변에 대해 연대하는 이들의 신학적 응답이 필요하며 용서와 화해에 대한 신학적 조명과 주의 ‘종을 해롭게 하면 하느님 저주를 받는다’는 협박성의 성서 본문들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부장적·남성 중심적 신학과 교리, 제도를 평등적으로 바로 잡지 않으면 성폭력은 근절되지 않는다

또한 교회 내 성폭력은 한국 사회와 교회의 보수성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드러내어 해결하려 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피해사실을 드러낼 경우 대부분의 신자들은 피해자들에게 ‘목회자를 모함하면 하느님 저주를 받는다’ ‘용서해라’ 등 협박과 종용에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하려고 해도 당시엔 자신이 성폭력을 당한다고 인지하지 못해서 물적 증거를 확보하지 상태인데다, 성폭력이라고 인지했을 때는 공소시효가 지나고 증거가 없어 법의 보호를 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게다가 교회 내에서도 성폭력 관련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성폭력 가해 목사를 징계·처벌하거나 피해자를 돌보고 치유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 ⓒ 문미정


한 목사는 “목회자와 신도라는 절대적인 위계 하에 ‘영혼의 아버지’와 ‘신앙의 자식’이라는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교회 내 성폭력은 사실상 아버지가 자기 아이에게 강간을 하는 근친강간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종교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 ‘종교의 성차별’을 꼽았다. 한 목사는 “가부장적·남성 중심적 신학과 교리, 제도를 평등적으로 바로 잡지 않으면 성폭력은 근절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목사는 교회 내 성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징계와 성폭력 관련 문제에 대한 성직자·신학생들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성폭력 방지를 위해 여성해방의 눈으로 신학 하는 ‘여성신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성중심, 가부장적으로 해석하고 가르쳐 온 경전을 평등의 시각에서 읽어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삼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올바른 성문화 정착과 교회 구조의 남녀평등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목사는 “성차별적 종교를 평등종교로 개혁하는 신학의 개혁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며 “평등한 종교에서는 성폭력이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종교인 성폭력 범죄의 가중처벌, 가능한가?  


한 목사의 발제 후 종교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과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 김병규 변호사는 종교인 성폭력 범죄의 가중처벌에 대해 검토했다. ⓒ 문미정


기독법률가회 김병규 변호사는 종교인 성폭력 범죄의 가중처벌에 대해 검토했다. 종교인은 경우에 따라서 절대적인 지위,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종교인이 위계·위력으로 신자를 강제 추행한 경우 강간, 강제추행과 같은 정도의 형으로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종교시설 종사자에 대해 신자 대상 성폭력범죄의 신고의무를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며, “청소년성보호법 상 취업금지대상인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종교시설도 추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희영 법무부 검찰국 검사는 성폭력 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종교인의 성폭력 범죄에 대해 중한 처벌을 이끌어내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법 개정이 아니라 현재의 법 안에서 충분한 양형 자료를 제출하고 양형에서 징역을 올리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신 검사는 한 예로, 서로 싸우다 소주병으로 눈을 찔러 실명했는데도 집행유예가 나온 경우가 있으며, 세월호에서 아이들을 구조하지 못해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책임을 물었던 해경123정 정장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됐다고 설명했다.


▲ 신희영 검사는 성폭력 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종교인의 성폭력 범죄에 대해 중한 처벌을 이끌어내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 문미정


종교인 성폭력 범죄 가중처벌에 대해 징역 3년 이상으로 규정할 경우, 재판부가 기소했을 때 이 사건은 무조건 징역 3년 이상이기 때문에 사건을 더 엄격한 잣대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혜민 여성가족부 권익정책과 사무관은 “종교계에서 발생하는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와 피해자 보호 강화 방안에 대해 여성가족부와 종교계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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