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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퇴직금 세금 감면법, 어느 종교인을 위한 법인가
  • 강재선
  • 등록 2019-04-04 18: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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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3월, 한국납세자연맹과 종교투명성센터는 종교인 과세에 대한 헌법소원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종교인에게만 여러가지 조세 특권을 인정하는 것은 헌법상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사진출처=한국납세자연맹)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지난 29일 여야 만장일치로 종교인의 퇴직금에 부과되는 세금을 줄이겠다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통과를 앞두고 있으며, 통과될 경우 5일에는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붙여진다. 


여러 민생 사안에 대해서는 대립하던 여야가 종교인 퇴직급여 과세 감면에는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가운데, 정작 이러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던 주요 종교들에서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종교계 과세 현황은?


이번 법안의 골자는 종교인 과세가 시작된 2018년 1월 이전 소득분에 해당하는 퇴직금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즉 2017년 12월까지는 얼마를 받았든 세금 납부의 의무를 면해준 셈이다.


종교인 과세는 시작부터 반쪽짜리 법안이었다. 일반 근로자 과세와 달리, 종교단체에서 지출하는 비용 중 종교활동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비용은 과세 예외대상이다. 뿐만 아니라 종교단체에서는 근로소득을 일반 근로자들과 달리 기타소득으로 신고하여 최대 80%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보수 개신교 제외한 모든 종파에서 반발하는 ‘종교를 위한 법’


언뜻 보기에 종교계에게 나쁠 것 하나 없는 이번 법안을 두고 가장 먼저 반발한 것은 다름 아닌 종교계였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최근 재무부장 유승 스님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하고, 스님의 경우 출가 수행자로 퇴직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으며 일부 지급되는 ‘전별금’ 조차 관련 세금을 이미 납부해왔다고 해명했다. 


조계종은 입장문에서 “금번 ‘소득세법’ 개정은 본 종단과 어떠한 공식적인 협의 과정도 없이 일부 종교계의 의견만을 반영하여 진행되는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히고 해당 법안이 종교계와 전혀 합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개신교계 시민단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도 지난 3일 종교인 과세감면 개정안에 관한 성명서를 내고 “종교인이 원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당당한 시민적 기여”라고 밝혔다.


기윤실은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의 의무를 강조하며 “종교인의 퇴직금에 대해서도 소득이 발생한 전 기간에 걸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 법안이 통과되어 시행된다고 해도 실제로 혜택을 받을 종교인은 많지 않다”며 “종교인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많은 소득을 올리고 거액의 퇴직금을 받는 몇 안 되는 사람들에게만 특혜를 주는 이런 법안은 필요 없다”고 비판했다. 


종교투명성센터(공동대표, 곽성근 정의평화민주가톨릭행동·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회장)도 지난 29일 입장문을 내고 “신도들의 기부로 이루어진 종교단체의 재원이 특정종교인 개인의 부로써 자유자재로 이전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비판하며 “종교계의 요구에 또다시 조세평등원칙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 경향신문 >은 지난 3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관계자가 천주교에서는 일시불 퇴직금을 받는 경우가 없으며, 사제은퇴기금도 세금을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법 개정으로 달라질 것은 전혀 없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대형교회가 소속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기독교연합은 이들과 매우 다른 결을 보여 왔다. 지난해 11월 두 연합을 비롯한 보수 개신교계 단체들은 종교인 퇴직금 과세범위를 줄여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뿐만 아니라 여당의 대표적 중진이자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이 원로목사로 있는 수원중앙침례교회의 장로이기도 한 김진표 의원을 필두로 보수 개신교 측에서는 종교인 소득에 자녀장려세제 혜택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자녀장려세제란 저소득층 자녀양육비를 자녀당 50만원에서 70만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개신교와 달리 조계종, 천주교는 승려·성직자·수도자의 독신을 의무로 두고 있어 종교인의 자녀장려세제 적용이 개신교만을 위한 불평등한 요구라는 비판이 일었다. 


< 미디어오늘 >의 4일자 보도에 따르면 해당 법안을 발의한 10명 중 6명은 개신교 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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