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마지막 날,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는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렸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만들어낸 ‘시민들의 소녀상 제막식’이었다.
지난 28일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는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했으나, 부산 동구청의 반대로 경찰과 공무원들이 투입되어 강제로 소녀상을 철거해갔다. 동구청은 소녀상 설치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버텼고, 이 과정에서 일본총영사관이 동구청에 소녀상 설치를 막아달라는 외교서한을 보낸 사실이 전해져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시민들은 구청에 항의전화를 하고 항의성 게시글을 올리는 등 한 때 구청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강하게 비판했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던 동구청은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강제철거 불과 이틀 만인 30일 소녀상 설치를 허용했다. 이로써 소녀상이 다시 설치되고 다음 날인 31일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은 부산 촛불집회 시민들과 만나게 되었다.
이날(31일) 오후 6시 ‘박근혜정권퇴진 부산운동본부’는 부산 서면에서 주최 측 추산 5만5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9차 시국대회를 진행했다. 오후 7시께 행사장에서 약 5km 떨어진 일본영사관으로 행진을 시작했는데, 이는 오후 9시에 일본영사관 앞에서 진행되는 소녀상 제막식을 위해서였다.
앞서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내세워 일본영사관 100m이내 행진을 불허했다. 이에 ‘박근혜정권퇴진 부산운동본부’는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토요일이라 영사관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며 100m 내 행진을 허용했다.
그러나 제막식을 ‘행진’이 아닌 ‘집회’로 간주해 일본영사관에서 100m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 진행하도록 제한적인 허용을 했다.
소녀상 설치를 추진한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이자 부산대학교 총학생회장 유영현 씨는 제막식 무대에서 “소녀상 건립은 잘못된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바로 잡기 위한 것이다”라며 “소녀상 건립이 가능할까 (우려)했지만, 시민들의 힘으로 이뤄냈다”고 감사를 전했다.
시민들은 다시 세워진 소녀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거나 소녀상을 어루만지고, 목도리를 감싸주는 등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축하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