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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살아남아서 미안했습니다”
  • 문미정
  • 등록 2017-01-09 17:23:54
  • 수정 2017-01-09 19: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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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문화제로 진행된 11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청와대를 향해 행진했다. 이날 전국적으로 64만여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 염은경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이틀 앞둔 7일, 세월호 참사 생존학생 9명이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1차 촛불집회 무대에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전했다. 참사 이후 처음으로 생존 학생들이 공개석상에 나왔고, 누구의 요청도 아닌 스스로 용기를 내서 발언을 한 터라 더욱 뜻 깊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생존 학생들은 “저희는 세월호 생존 단원고 학생입니다”라는 소개로 입을 열었다. “시민 여러분들 앞에서 온전히 저희 입장을 말씀드리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며, 그동안 용기를 주고 챙겨준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들은 “저희는 모두 구조된 것이 아니다. 스스로 탈출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구조된 후 해경에게 배 안에 있는 친구들을 구조해달라고 직접 요구했으나 그들은 무시하고 지나쳤다고 말했다. 


저희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요. 아마도 저희가 잘못한 게 있으면 그것은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집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범죄자를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했다. ⓒ 염은경


생존 학생들은 “저희만 살아나온 것이 유가족 분들에게 너무나 죄송하고 죄지은 것만 같다”며 유가족들에게도 자신들의 마음을 전했다. 또 찾아 뵙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서, 혹시나 자신들을 보면 친구가 생각나서 속상하실까봐 그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람들은 3년이 지나 무뎌졌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친구들을 그리워하고 볼 수 없어서 마음 아픈 것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답이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친구들의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밤을 새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물속에서 나만 살아나온 것이, 지금 친구와 같이 있어줄 수 없는 것이 미안하고 속상할 때가 많다”며 심경을 밝혔다. 


3년 만에 공개석상에 오른 생존 학생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생활이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7시간 동안 무엇을 했기에 큰 사고가 생겼는데도 제대로 보고 받지 못하고, 지시하지 못했는지를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용기를 내어 나중에 친구들을 다시 만났을 때 너희 보기 부끄럽지 않게 잘 살아왔다고, 우리와 너희를 멀리 떨어뜨려 놓았던 사람들을 다 찾아서 책임을 묻고 제대로 죗값을 치르게 하고 왔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는 너희들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게. 우리가 나중에 너희들을 만나는 날이 올 때 우리들을 잊지 말고 18살 그 시절 모습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생존 학생들의 발언이 끝난 후, 세월호 유가족들은 생존 학생 9명을 안아주며 눈물을 흘렸다. 이러한 모습에 시민들은 뜨거운 박수 소리로 함께 했다. 


세월호 미수습자 허다윤 양의 아버지 허흥환 씨는 아직도 세월호에는 사람이 있다며 세월호 인양으로 미수습자 가족들의 한 맺힌 가슴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 추모문화제로 진행된 이날 집회에서, ‘세월호를 인양하라’ ‘박근혜는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의미하는 노란 풍선 1000개를 하늘로 띄웠다. 이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서울 집회에는 60만여 명, 전국적으로 64만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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