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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차 촛불집회, 박종철 열사 30주년 추모
  • 최진
  • 등록 2017-01-11 16:07:46
  • 수정 2017-01-11 18: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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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당하고 숨진 옛 남영동대공분실 (사진출처=(사)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촛불민심에 의해 정권교체의 포문이 열리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마련됐다. 여기에는 민중이 이뤄낸 탄핵정국이 잠깐의 성취감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걱정도 담고 있다. 박종철 열사 30주기가 뜻 깊게 다가오는 이유다.


오는 14일이면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고(故) 박종철 열사의 30번째 기일이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 묘역 참배를 하며 추모행사를 시작한다. 


박 열사가 고문으로 숨진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 자리에서는 오후 2시부터 ‘민주열사 박종철 30주기 추모제’가 열린다. 추모제에는 기념사업회 회원뿐 아니라, 박 열사의 가족들도 참석한다. 


매주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 광화문 광장에서도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박 열사를 기리는 ‘보고 싶다 종철아! 살려낼게 민주주의’ 전시회가 열린다. 촛불집회 때도 박 열사를 기리는 추모시간이 별도로 마련될 예정이다. 박 열사의 가족들도 이날 촛불집회에 참석한다.


박 열사의 고향인 부산에서도 추모행사가 열린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칭)와 부산박종철기념사업회는 이날 오후 4시 부산 진구 소민아트센터에서 한 시간 가량 30주기 추모식을 갖는다. 또한 부산 혜광고의 28기 동문은 부산 광복로 시티 스폿에서 ‘친구 종철이를 그리워하며’ 음악회와 사진 전시회를 연다. 


사진전에는 그간 세간에 공개되지 않은 박 열사의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 사진이 전시된다. 특히 박 열사가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찍은 1987년 1월 대학교 야유회 사진과 서울대 재학 시절 부모님과 주고받은 편지 등을 볼 수 있다. 음악회는 오후 6시부터 시작이며, 동문들이 박 열사를 추억하며 직접 준비한 각종 연주와 뮤지컬 공연이 펼쳐진다.


폭압 위에 세워진 처절한 민주주의, 달라진 것 없어


민주주의의 역사는 권력자들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했다. 위로부터 ‘공짜’로 받은 것이 아니라, 민중의 피로 길러낸 열매였다. 대한민국의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대표하는 것은 1987년 일어난 6월 항쟁이다. 이 역시 피로 세워진 역사였다.


1987년 1월 14일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 청년 박종철 군이 숨졌다. 경찰이 그를 불법 체포한 이유는 수배 중이던 그의 선배 행방을 캐내기 위해서였다. 취조 중이던 그가 죽자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며 사망원인을 단순 쇼크사로 몰아갔다. 


그러나 최종 검안의가 박 군의 오른쪽 폐에서 탁구공만한 크기의 출혈과 목‧가슴에 피멍을 증언하면서 고문에 의한 사망이라는 의혹이 증폭됐다. 결국 19일 치안본부가 물고문 사실을 공식적으로 시인하고 직접 고문에 가담한 2명의 경찰을 처벌하면서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5월 18일 정부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조작하고 있다며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후 사제단과 언론의 노력으로 5공화국의 고문실상이 드러나면서 군부독재 폭압 속에서 숨죽이고 있던 국민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잔혹한 고문으로 억울하게 죽은 청년에 대한 애도와 분노는 6월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전두환 정부는 4‧13 호헌조치로 맞서며 탄압을 그칠 줄 몰랐다. 그리고 ‘6‧10 항쟁’ 하루 전인 9일 연세대 앞에서 시위에 참여한 이한열 군이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졌다. 


두 청년의 피는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100만 명의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호헌철폐’와 ‘독재타도’를 외쳤다. 


박 열사의 의로운 죽음을 기리고 그 정신을 따르고자 마련된 ‘박종철인권상’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던 고(故) 백남기 선생을 12번째 수상자로 발표했다. 이것이 지난해 6월 8일이다. 일각에서는 촛불집회를 두고 100만이 넘는 국민이 집회를 하고도 단 한명의 연행자가 없었다며 ‘이것이 발전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라는 평을 내린다. 


그러나 의인들의 피로 열매 맺는 민주주의의 형태는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진행 중이고, 촛불민심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가 주최한 ‘촛불과 민주주의’ 시국 포럼에서는 “개혁의 고삐가 느슨하면, 그 대가는 매우 클 것”이라고 경고까지 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다가올 박종철 열사의 30주기를 맞아 ‘발전된 민주주의’라는 성급한 포장보다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대사적 의미를 살펴 촛불민심의 향후 과제를 모색하는 것이 더욱 신중히 고민돼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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