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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스님이 모셨던 부처님은 민중”
  • 최진
  • 등록 2017-01-16 14: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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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사에서 열린 노제에서 스님들은 북소리와 반야심경 등으로 의로운 공양을 마친 정원 스님의 죽음을 애도했다. (사진출처=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새해 첫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구속”을 외치며 자신의 몸을 공양했던 정원 스님의 영결식이 14일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에서 엄수됐다.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한파에도 수백 명의 추모객은 광화문광장을 채우며 스님의 입적을 애도했다. 


정원 스님은 7일 오후 10시 30분쯤 경복궁 앞 광화문시민열린마당 공원 인근에서 ‘박근혜는 내란 사범’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했다. 스님은 분신 후 서울대병원으로 후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지난 9일 끝내 숨을 거뒀다. 


이날 추도사는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도철 스님이 맡았다. 이들은 민중을 부처로 모셨던 정원 스님의 희생이 박근혜 정권의 퇴진과 부패 세력의 척결에 밑거름이 돼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민중과 중생을 부처로 모신 정원 스님은 간절한 마음으로 제 몸을 불살라 부처님께 소신공양했다. 촛불은 당신을 기억할 것이다”라며 “정원 스님의 뜻을 되새겨, 박근혜와 재벌총수를 구속하고 졸속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자. 백남기 학살과 세월호 학살의 책임자를 처벌하자”고 말했다. 


도철 스님은 추도사에서 “정원 스님께서 모셨던 부처님은 억압과 고통을 받는 뭇 민중들이고, 스님께서 살았던 절은 민주주의와 민족의 자존을 지키기 위한 길거리였다”며 “(정원)스님의 보살행이 박근혜 대통령의 거짓과 아집, 어리석음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님의 육체는 갔을지라도 그 마음은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보며, 박근혜 퇴진을 함께 외칠 것이다”라며 “박근혜 정권이 퇴진하는 날까지 두 손 꼭 잡고 함께 가자. 스님이 못다 이룬 일은 남은 우리가 이뤄내겠다. 편히 가시라”고 덧붙였다. 


이날 정원 스님의 영결식은 오전 11시 30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추모문화제와 불교식 발인으로 시작됐다. 시민들은 운구차를 따르며 스님의 입적을 애도했다. 이후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노제에서 스님들은 북소리와 반야심경 등으로 의로운 공양을 마친 정원 스님의 죽음을 애도했다.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정원 스님의 소신공양은 탄핵정국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책이 멈추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이자, 국민을 외면하는 기득권에 대한 분노”라며 “정원 스님을 돌아가시게 만든 자들을 제대로 처벌해,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임을 보여줘야 한다. 박근혜의 구속이 그 시작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 스님의 시민사회장은 오후 3시경 마무리된 영결식으로 모두 끝났다. 이날 시민사회장은 박근혜정권퇴진국민비상행동과 범불교시국회의가 공동으로 구성한 장례위원회가 주축이 돼 진행됐으며, 158개 단체 2,300여 명의 시민이 뜻과 힘을 보탰다. 정원 스님은 고양시 벽제 화장터에서 화장된 후 종로구 금선사에 안치됐다. 


▲ 노제 후 운구행렬은 청와대 방향으로 향했으며, 많은 시민들이 뒤따랐다. (사진출처=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한편, 이날 광화문광장에서는 정원 스님의 영결식과 함께 지난 1987년 경찰에 연행돼 고문을 받다 사망한 고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식도 열렸다. 함세웅 신부는 “국가폭력으로 숨져간 21살 청년 박종철 군과 이한열 열사 두 분의 희생이 30년이 흐른 오늘, 우리를 광장 시민 혁명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정원 스님 영결식과 박종철 열사 추모식 이후 광화문광장에서는 박근혜 정권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열두 번째 촛불이 타올랐다. 시민들은 국정농단 사태에 개입한 재벌 총수들을 엄중하고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기존에 행진했던 청와대와 헌법재판소뿐 아니라, 서울 도심에 위치한 롯데와 SK 본사 앞까지 행진했다. 


떠나간 의인들을 기리며, 그 의지를 이어가겠다는 시민들의 다짐들로 한겨울 광화문광장의 촛불은 꺼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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