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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지요하] 역사의 거대한 물굽이와 함께하는 시간, 거룩하고도 장엄하다
  • 지요하
  • 등록 2017-02-21 14:33:13
  • 수정 2017-02-22 09: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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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특유의 긴장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70평생을 통틀어 살펴보아도 요즘처럼 지속적으로 긴장했던 때는 없었던 것 같다. 긴장감만큼 갈망도 크다. 갈망이 크니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감히 하늘 우러르며 사는 사람인 고로, 매일같이 절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촛불에 대한 신뢰와 희원


▲ 촛불광장 뒤덮은 레드카드 /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황교안 즉각 퇴진 특검연장 공범자 구속을 위한 16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레드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출처= 오마이뉴스/남소연)


지방에서 사는 것이, 게다가 장애인인 것이 요즘은 못내 슬프게 느껴진다. 내가 수도권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매주 토요일 오후에는 빠짐없이 광화문광장에 나가리라는 생각이다. 내가 사는 곳(충남 태안)에서 서울은 그다지 먼 곳이 아니므로, 매일 밤 투병을 해야 하는 신세가 아니라면 토요일에는 어김없이 광화문광장으로 달려갈 것이다.


지난해 11월 26일에 한 번 광화문광장을 밟은 후로는 그저 집에서 보도 매체들을 통해 촛불들을 보고 있다. 추위를 무릅쓰고 광장에 나가 촛불을 드는 사람들에게 여간 미안하지 않다. 볼수록 사랑스럽고 존경스럽다. 서울에서 자취하며 생활하는 딸아이에게 우리 가족 대표로 광장에 나가도록 부탁했는데, 매번 광장에 가서 촛불을 드는 딸아이가 여간 고맙지 않다. 


광장의 촛불은 이미 ‘혁명’의 요건을 갖추었다. ‘촛불혁명’이라는 말은 실로 의미심장하다. 거대한 역사의 물굽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아직은 현재진행형이지만, 불원간 과거완료형이 되더라도 촛불혁명은 대한민국의 역사 안에서 항시 살아 있는 역사로, 찬연히 빛나는 거대한 산봉우리로 자리할 것이다.                     


‘박영수특검’에 박수를 보낸다


▲ 박영수 특검, 현판식 갖고 본격적인 수사 개시 /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본격적인 수사 개시를 알리며 현판식을 하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어방용 지원단장, 윤석열 수사팀장, 양재식 특검보, 박충근 특검보, 박영수 특검, 이용복 특검보, 이규철 특검보, 조창희 사무국장). 이날 박영수 특검은 “국민의 뜻을 잘 읽고 법과 원칙에 따라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침이 없이 올바른 수사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수사 의지를 밝혔다. ⓒ 유성호


박영수특검이 처음 출범할 때는 회의적인 생각이 없지 않았다. 특검이라지만 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뿌리칠 수 없었다.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을 수사한 ‘조준웅 특검’이 결국 삼성에게 면죄부를 주었던 전력도 떠올랐다. 촛불 때문에 생겨난 특검이 오히려 촛불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다가 박영수특검의 활동상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들에게 옹골찬 ‘사명감’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그들은 스스로 역사성과 오늘의 이정표를 깊이 헤아리고 있었다. 치밀하고 집요하고 철저한 수사로 하나씩 개가를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일차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조의연 판사)의 거부로 좌절되었을 때는 ‘삼성’의 초법적 위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굴하지 않고 보강 수사를 진행하는 박영수특검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금 희망을 갖게 됐다. 


26일 동안의 보강 수사 끝에 심성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지난 16일은 하루 종일, 또 밤새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법원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17일 새벽 5시 30분, 새벽의 미명을 헤치고 내 앞에 우뚝 솟아오르는 산봉우리를 보았다.


나는 감격을 주체하지 못하며 두 분의 지인에게 ‘카톡’으로 낭보를 알렸다.


“삼성 이재용에게 드디어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새벽의 낭보에 만세를 불렀습니다. 밤새 잠을 못 이루고 꼬빡 밤을 지새웠습니다. 평생 이런 긴장은 처음인 듯싶습니다. 이제 특검이 더욱 왕성한 의지로 청와대를 압박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청와대 압수수색과 대면조사에 직면하게 된 박근혜가 이쯤에서 스스로 하야하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끝까지 하야하지 않는다면 헌재가 박근혜 탄핵을 인용하고 특검이 밖근혜를 구속 수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우리는 더욱 위대한 역사의 산봉우리를 만들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환히 비추며 힘차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에 대한 신뢰와 기대


▲ 20일 헌법재판소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대행 주재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속단할 수는 없지만, 헌재의 재판관들도 역사의 장엄한 물굽이를 잘 헤아릴 것으로 믿는다. 19일(주일) 아침, 천주교 수원교구의 한 분 사제님으로부터 재미있는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내기를 하지는 제안이었다. 


“이 주일 새벽에 뜬금없는 생각이 듭니다. 헌재 재판관들이 탄핵 인용에 전원 찬성한다는 쪽과 전원 반대한다는 쪽을 놓고 내기 한 번 합시다.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저는 재판관 모두 만장일치로 탄핵에 찬성한다는 쪽입니다.” 


나는 지체 없이 회신을 드렸다.


“저도 8:0 인용입니다. 저는 헌재 재판관들이 역사의 거대하고도 장엄한 물굽이를 위해서, 그리고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만장일치로 인용을 선택할 것으로 봅니다. 특검은 이미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거기에 발맞추어 헌재도 기필코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인용과 기각 중 어느 쪽이 위대한 역사가 되고, 이 나라를 바른 길로 이끄는 것인가를 헌재 재판관들이 깊이 헤아릴 것으로 봅니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특검은 더욱 힘을 받아 황교안의 저항과 상관없이 위대한 역사의 매듭을 장엄하게 만들어낼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간절히 소원하고 또 믿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합니다.”  


결국 그 신부님과 나의 내기는 성립되지 않은 셈이었다. 그 신부님은 동료 사제 한 분께도 내기를 걸었다고 했다. 하지만 내기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했다. 왜냐 하면, 내기를 제안 받은 그 동료 신부님이 ‘박근혜가 처벌을 모면하고 민심 분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헌재 판결 직전에 하야 한다’라는 쪽을 선택했으므로…. 




[필진정보]
지요하 : 1948년 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추상의 늪>이, <소설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정려문>이 당선되어 등단함. 지금까지 100여 편의 소설 작품을 발표했고, 15권의 저서를 출간했음. 충남문학상, 충남문화상, 대전일보문화대상 등 수상. 지역잡지 <갯마을>, 지역신문 <새너울>을 창간하여 편집주간과 논설주간으로 일한 바 있고, 향토문학지 <흙빛문학>과 <태안문학>, 소설전문지 <소설충청>을 창간함. 공주영상정보대학 문창과 외래교수, 한국문인협회 초대 태안지부장, 한국예총 초대 태안지회장, 태안성당 총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충남소설가협회 회장,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공동대표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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