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교수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는 어제(15일), 성공회대학교 성미가엘성당에서 ‘만남’이란 주제로 고 신영복 선생 1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강한 추위 속에서도, 신영복 교수를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이 추도식에 참석했다. 이날 추도식은 별세 기도와 추모 영상 상영, 신영복 교수의 따뜻한 가르침을 회고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열망이 담긴 추모사로 이뤄졌다.
“우리가 어리석은 자로 살아가는 한, 선생님께서는 돌아가시지 않는다”
조진호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졸업생은 신영복 교수가 각별하게 전했던 ‘지혜로운 자와 어리석은 자’에 대해 이야기 했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맞추는 사람이고, 어리석은 자는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인데 세상은 사람들에게 지혜로운 사람이 될 것을 강조한다. 어리석은 자는 가는 곳마다 분란을 일으키고 시시비비를 가리니 불편함을 주며, 세상은 그를 곤혹스러워하고 불편해한다고 설명했다.
조진호 졸업생은 “작년 오늘 신영복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났지만, 우리가 어리석은 자로 살아가는 한 선생님께서는 돌아가시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공’이란 노인이 혼자서 산을 옮기려고 하다가 자신이 못한 일은 다음 사람이 이어줄 것이라고 말했던 ‘우공이산’ 이야기를 하며, 이제 우리가 신영복 선생님의 등짐을 이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등짐을 받아 산을 옮기고 세상을 바꾸고,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한 선생님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실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더불어 함께’ 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신영복 교수를 춘란 같은 거룩한 향기가 나는 사람이라고 회고하면서, 참여정부 시절 신영복 교수와의 일화를 전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초, 신영복 교수는 의욕 넘치는 노 대통령에게 ‘다른 사람을 대할 땐 봄바람처럼 관대하게, 자기를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하라’는 뜻이 담긴 ‘춘풍추상’이라는 말씀을 써서 줬다고 말했다.
퇴임 무렵에는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고 참여정부와 대통령의 평가도 바닥으로 떨어져 정치의 허망함을 느끼고 있던 노 대통령에게 ‘우공이산’이란 글씨를 써서 주시며, “어떻게 한사람만의 힘으로 세상을 다 바꾸려드느냐, 앞으로 계속해 나가면 근래 세상이 바뀔 것”이란 위로와 격려를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 교수님은 그 상황에 그 순간에 상대방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격려가 되는 그런 말씀을 그런 글씨들을 써주셨다”고 기억했다.
또, 지난번 대선에서 문 전 대표가 패배했을 때는 신 교수는 “무슨 말이야, 너무 잘했어. 우리 한국 같은 압도적인 보수 지형 속에서 짧은 기간에 그렇게 많은 득표를 했으니 이긴 것이나 진배없어. 그대로 그냥 변함없이 나가면 다음에는 꼭 이길 거야”라고 위로했다.
문 전 대표는 “혼자서는 약하고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함께 하면 강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서, 요즘 촛불집회가 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촛불들과 함께 정권 교체하고 세상을 바꿔서, 내년 2주기 추도식 때는 ‘더불어 숲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추모사를 마쳤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겨울의 옥살이가 한여름의 옥살이보다 더 좋다”고 말씀하신 신 교수의 말을 떠올렸다. 한여름의 옥살이는 옆 사람의 체온을 증오하게 되지만, 한겨울의 옥살이는 옆 사람의 체온을 난로처럼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진정한 위로는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비를 함께 맞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불의한 정권에 분노하고 고된 삶에 지친 시민들이 광장으로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의 열망과 좌절의 한숨이 공존하는 지금이야말로 선생님의 가르침이 절실하다면서,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중요하다’고 했던 신 교수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추도식이 끝난 후, 사람들은 성공회대에 조성된 ‘신영복 선생 추모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영복’이란 글씨가 새겨진 돌 주위로 교수를 기억하며 마음을 담은 언약의 돌을 하나둘씩 놓고, 함께 그를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