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핵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탈핵희망 서울길 순례’가 광화문역 9번 출구를 출발했다.
이날 순례에는 일본에서 온 예수회 신부와 탈핵 활동가도 함께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기도를 함께 한 후 ‘잘가라! 핵발전소’라는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를 손에 들고 순례 길에 나섰다. 조계사를 거쳐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인사동 거리를 지나 명동성당 앞에 다다랐다. 순례단은 명동성당을 멀리 올려다보며 잠시 휴식을 갖고, 다시 출발해 보신각까지 약 3.4km 거리를 힘든 내색하나 없이 차곡차곡 걸었다.
이번 순례에 함께 한 일본에서 온 탈핵 활동가 구주 노리코 씨는 도쿄 고지마치 성당에 다니는 신자이고 일본 정의평화위원회에서도 활동 중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당시 도쿄에 거주했던 노리코 씨는 “사고 이후 3일이 지나니 몸이 아프기 시작했지만 정부는 아무 영향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몸이 계속 이상해지는 것을 직감했고 정부의 발표가 거짓이란 것이 느껴졌다”고 핵발전소 사고에 대한 기억을 전했다.
노리코 씨는 “사고의 영향으로 텃밭에서 재배하던 야채를 못 먹게 됐을 때 내가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핵발전소에서 제공하는 전기를 썼던 것을 생각하니 가해자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이를 계기로 탈핵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현재까지 일본 정부는 진실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외신이나 인터넷 뉴스를 통해야 조금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다”며 “정부에서 피해자들에게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것에 분노를 느끼며, 같은 핵발전소를 안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신자와 시민들이 힘을 합쳐 투쟁에 나서면 좋겠다”고 밝혔다.
탈핵순례에 함께한 일본 예수회 나카이 준 신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다음 세대 아이들을 위해 핵발전소는 꼭 없어져야한다”고 다짐했고 그렇게 5년 전부터 탈핵운동을 시작했다.
나카이 준 신부는 탈핵운동을 하며 일본 히로시마 근처 이와이시마 섬 시민들이 30년 이상 핵발전소 반대운동을 하다 결국에는 핵발전소 건설을 막아낸 사건을 목격했다. 시민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강한 정의감을 갖고 활동할 수 있었냐”고 물었다. 시민들은 “인간이라면 (자연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우리가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이렇게 당연한 인간성을 잃었다”고 답했다. 시민들이 존경스러웠고 이를 계기로 탈핵에 대한 마음을 되새겼다.
나카이 준 신부는 “다음 달 3일, 일본으로 돌아가 예수회가 운영 중인 시모노세키의 노동교육 센터장이 돼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연대하고 활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 연대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싶고 핵발전소 문제, 해군기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면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카이 준 신부는 “일본에 돌아가서도 계속 손을 잡고 함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며 활동가들을 격려했다.
이날 순례를 주관한 예수회 사회사도직위원회는 광화문 광장에 도착해 ‘잘 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을 이어갔다. 서명운동은 지난 해 10월부터 노후한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신규 핵발전소의 확대 중단을 요구하며 시민단체, 종교단체, 정당들이 함께 진행하고 있다.
서명은 2017년 대통령선거 후보에게 전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