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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개혁은 역사적 잘못 반성에서 시작해야”
  • 최진
  • 등록 2017-02-28 14: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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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서울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억과 반성’을 주제로 제2회 종교개혁500주년기념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강성호 작가, 백종국 교수, 김진호 실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 최진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특별위원회가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억과 반성’을 주제로 제2회 종교개혁500주년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위원회는 한국교회개혁이 역사적인 잘못을 반성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취지로 심포지엄을 마련했다. 종교 개혁 정신에 근거해 한국 개신교회 역사를 돌아보며, 비판적 성찰을 통해 교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생각하자는 뜻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는 인사말에서 “교회의 출발점이 개혁이지만, 한국교회는 개혁을 낯설어 한다. 이는 우리 한국교회가 개혁의 삶과 달랐기 때문”이라며 “한국사회에서 교회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핀다면, 무엇을 개혁해야 할지 알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한국 기독교 흑역사」의 저자 강성호 작가가 ‘식민지 조선의 기독교와 제국일본’을 주제로 첫 발제를 맡았다. 그는 식민지 조선의 그리스도교가 저지른 대표적인 잘못으로 ‘친일 협력’의 문제를 다뤘다.


“한국교회 친일협력의 본질은 침략전쟁 지지와 협조”


▲ 강성호 작가는 한국교회가 ‘생존의 논리’로 친일 협력의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교회 스스로가 특정 이익을 위해 자발적 협력한 사실이 많다고 말했다. ⓒ 최진


강 작가는 “한국 사회에서 친일 협력의 문제는 정서적 판단이나 법적 심판의 문제로 치부되고 있지만, 학문적으로 친일 부역은 권력에 대한 환상과 이를 통해 형성되는 주체성을 고민하는 일”이라며 “식민지 조선의 그리스도교를 살펴보는 것은 오늘날 교회가 권력에 협력하는 방식을 살필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생존의 논리’로 친일 협력의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교회 스스로가 특정 이익을 위해 자발적 협력한 사실이 많다고 말했다. ‘수난자’와 동시에 ‘부역자’라는 것이다.


한국기독교는 자기 자신을 수난자로 정립하는데 꽤 많은 공을 들였다. 일제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인데, 이러한 수탈론적 시각은 상대적 자율성을 간과한 것


강 작가는 “한국기독교의 친일 협력의 본질은 제국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지지와 협조였다. 신사참배는 내선일체의 구현을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기 때문에, 전시체제기에 한국기독교가 전쟁을 정당화하고 폭력을 미화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 그리스도교가 강요에 의한 협력뿐 아니라 자발적인 협력에도 힘을 쏟았다고 했다. 친일 협력을 통해 재단법인 설립 등 제도적 종교의 형태를 취할 수 있었고, 지역갈등 상황에서 교권을 장악하기 위해 일제의 힘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진화론적 세계관을 통해 조선을 ‘문명화’한다는 입장을 지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식민지 경험의 영향들로 그리스도교가 ▲제도적 기독교로의 재편 ▲군사주의 논리의 내면화 ▲구약 경시 풍조 ▲반공주의의 내면화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정교유착 회개 안하면 교회 의미 잃을 것”


▲ 백종국 교수는 교회가 정교유착의 죄를 회개하지 않으면 교회 스스로의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최진


백종국 경상대 교수는 ‘예루살렘의 바벨론화’라는 제목으로 한국교회가 해방 이후 이명박 정권에 이르기까지 범한 정교유착의 사례들을 살폈다. 교회가 정교유착의 죄를 회개하지 않으면 교회 스스로의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착이라는 말은 상처가 난 것을 치료하다가 안 붙어야 할 것이 붙은 것이다. 국가와 종교는 각자의 영역과 규범이 따로 있는데, 안 붙어야 할 것이 엉겨 붙었을 때 정교유착이라는 정의를 내리게 된다.


백 교수는 교회라는 공동체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므로 ‘공익성’을 기준으로 정교유착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익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정교유착’과 ‘사회선교’가 나눠진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선교가 “교회가 복음전파라는 고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독교적 수단과 공동체 헌신을 사용하는 현상”인 반면, 정교유착은 “교회가 복음전파라는 목적을 수단으로 특정 개인 혹은 조직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국가권력과 협력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교유착의 사례로 미군정 시절에는 ▲적산불하, 이승만 정부 시절에는 ▲서북청년단 ▲부정선거지원, 박정희 정부 시절에는 ▲쿠데타 지지선언  ▲대통령조찬기도회 ▲대한구국선교단, 박정희 정부 이후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결성 ▲친미시청광장집회 ▲기독교 뉴라이트 운동 등을 꼽았다.


“결핍의 작은 교회, 오늘날 요청되는 교회”


▲ 김진호 실장은 한국 개신교를 시기별로 분석하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 교회가 작은 교회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진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실장은 ‘한국 자본주의와 대형교회적 신앙양식 비판’을 주제로 한국 개신교를 시기별로 분석하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 교회가 작은 교회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도교는 ‘신이 사람이 됐다’는 원초적 신앙고백에서 유래한 종교다. 이것은 절대적 충족에서 절대적 결핍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개신교는 위를 향하는 성장의 신앙을 추구했고, 그 범주에 머물면서 현상유지를 하는 신앙을 발명했다.


그는 한국이 근대국가로 변하는 과정에서 한국 개신교가 가장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음을 주목했다. 사회적 유형이 변화될 때마다 개신교의 신앙유형도 바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극우반공주의가 팽배한 시대에는 영락교회가, 성공지상주의가 만연할 때는 순복음교회가 대표적인 교회 모델로 떠올랐음을 짚었다.


김 실장은 한국 개신교가 사회적 자존성과 신앙의 자존성을 개인의 자존성으로 인식하던 시대가 아닌, 개인의 자존성을 바탕으로 세상과 신앙을 판단하는 현대에 이르러서는 스스로의 신앙 정체성을 더욱 분명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짚었다.


국가와 교회의 발전이 나의 발전이라고 여기던 시대가 지나고 나의 발전을 위해 국가와 교회를 선택하는 시대에 이르렀기 때문에 성공을 위한 대형화 전략보다는 신앙인들의 신학과 신앙의 발전을 지원하고 강화시켜 나가는 운동으로 교회가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대형교회로 나타나는 한국개신교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원초적 성찰 자체를 신앙화하는데 실패했다. 그런 점에서 박탈을 통해 사회를 성찰하는 작은 교회의 신앙은 오늘날 개신교의 공백을 채우게 될 것”이라며 “홀로 성장해 부유해지는 신앙이 아니라, 결핍을 채우고 신앙 차원의 복지를 추구하는 작은 교회가 오늘날 사회의 요구에 더욱 요청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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