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017년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은 일제의 지배에 항거하여 독립을 외친 3·1운동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이날 오후, 서울 평화로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미사가 봉헌됐다.
미사에 함께한 일본 예수회 나카이 준 신부는 모여 앉은 사람들 앞에서 담담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낭독했다.
다음은 나카이 준 신부의 편지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예수회 소속 나카이 준 신부입니다. 저는 5년 전 시모노세키라는 도시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조선학교가 있고 한국동네도 있는 그런 장소에서 일하면서 일본과 한국의 슬픈 역사에 대해 공부하게 되고 우리나라가 얼마나 심한 나쁜 잘못을 했는지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가슴이 아주 아팠습니다. 한국에 오고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게 내 꿈이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에 고마운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소녀상이 있는 장소에서 같이 미사에 참여하면서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2년 전 미국에 있을 때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한국 개신교회 목사님 부부를 방문했을 때가 있었어요. 그 부부가 저를 데리고 글렌데일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에 갔습니다. 소녀상을 보는 것은 그때가 저에게는 처음이었습니다.
소녀상 앞에서 한국친구하고 같이 기도했습니다. 아주 조용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기도하면서 알았습니다. ‘아 이 소녀상은 세계 폭력의 피해자 모두에게 연대하는 소녀상 이구나’ 한국 친구와 같이 세상의 아픔 앞에서 기도하는 시간은 저에게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한국사람, 일본사람이라는 차이를 넘어서 ‘우리’, 새로운 ‘우리’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지금까지 지낸 1년이란 시간 역시 소녀상 앞에서 같이 기도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 3월 1일은 한국사람에게 특별한, 한국 역사의 아픔을 기억하는 날일 뿐만 아니라 세상에 희생당하고 고생하는 모든 사람에게 공감하고 연대하는 날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런 한국사람의 마음에 내 마음도 함께 놓고 싶습니다. 일본사람이 과거의 잘못을 기억하고 그리고 한국친구가 새로운 우리, 고생하는 모든 사람과 연대하는 우리가 될 수 있도록.
저는 앞으로 일본에 돌아가고 4월부터 일을 시작합니다. 그 일을 작게 말하자면 일본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소녀상을 세우는 일입니다. 일본이 역사를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고 새로운 미래를 한걸음 시작할 수 있도록.
저를 따듯하게 받아주셔서, 친구가 되신 여기 모인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우리들은 영원히 ‘우리’, 영원히 ‘친구’입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영원히 기도합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