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는 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에서 ‘국가적 고통에 대해 출가수행자의 소신공양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종교의 사회참여 의미를 짚어보는 세미나를 열었다.
불교사회연구소는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을 반대했던 문수스님과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했던 정원스님의 소신공양 사례를 통해 불교의 사회참여 의식변화와 종교인의 사회참여 활성화를 위한 방법 등을 살폈다.
이날 토론회 기조발제를 맡은 박경준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는 삶에 대한 집착과 죽음의 공포를 초월한 자기실현의 차원에서 소신공양의 의미를 해석했다.
박 교수는 스스로 몸을 불사르는 분신의 과격함과 폭력성 논란에 대해 “나는 지금도 누가 두 스님처럼 소신공양하겠다고 말하면 반대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죽음의 공포를 초월하고 소신을 결행해야만 했던 스님들의 고뇌를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박경준 교수는 삶을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의 관점에서 보면 두 스님의 소신공양이 ‘자기희생’ 정도로 해석될 수 있지만,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삶의 목적으로 둔다면 소신공양은 ‘자기실현’의 의미로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나의 죽음은 어떤 집단의 이익이 아닌 민중의 승리가 돼야 한다”
그는 선가(禪家)에서는 죽음을 또 다른 모습의 삶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두 스님의 소신공양은 삶과 죽음을 함께 끌어안을 수 있는 경지에서 발휘되는 ‘자기실현’의 차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두 스님은 사적인 절망감을 이겨내지 못해 자살한 것이 아니라, 사회와 민중을 위한 이타적 공양의 수단으로 자신의 몸을 바친 것이기 때문에 분신은 스님들의 염원을 사회와 민중에게 전달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문수스님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며 분신했고, 정원스님은 “나의 죽음은 어떤 집단의 이익이 아닌 민중의 승리가 돼야 한다”고 유언을 남겼다. 두 스님이 무엇을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살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 교수는 “자신의 몸을 던져 더 많은 생명을 구하려고 했던 대자비의 실천”으로 두 스님의 소신공양을 정리했다. 이어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퇴휴스님과 유승무 중앙승가대 불교사회학부 교수, 박재현 범불교시국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토론을 통해 소신공양으로 보는 종교의 사회참여 의미를 살폈다.
문수스님은 4대강사업이 한창인 지난 2010년 5월 31일 경북 군위군 위천 둑에서 “이명박 정권은 4대강 공사를 즉각 중지·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소신공양했다.
정원스님은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이틀 앞둔 지난 1월 7일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 소나무 숲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염원하며 소신공양했다. 분신 직후 스님은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틀 후인 9일 끝내 입적했다. 스님이 분신한 곳에서는 ‘일체 민중들이 행복한 그 날까지 나의 발원은 끝이 없사오며 세세생생 보살도를 떠나지 않게 하옵소서’, ‘박근혜는 내란사범, 한일협정 매국질. 즉각 손 떼고 물러나라’ 등의 메모가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