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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부분을 수정 해 달라
  • 특별보도팀 저스티스
  • 등록 2017-03-08 19:48:07
  • 수정 2017-04-04 11: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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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프레스>는 지난 1월 대구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은비사건)에 대한 제보를 받고 두 달여 동안 관련 내용을 취재했습니다. 성가정입양원과 원장수녀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후 성가정입양원을 비롯해 은비사건과 관련된 반론이 제기될 경우 이를 충분히 반영하겠습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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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가 뇌사로 쓰러진 이후에도 은비를 둘러싸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계속 벌어졌다. 양부모와 원장수녀에게서 아동학대 은폐를 의심할만한 움직임들이 여럿 발견됐다. 


은비가 뇌사에 빠진 후, 양부모와 원장수녀는? 


심정지 상태로 경북대병원에 실려 간 은비는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은비에게 뇌출혈이 발견됐지만, 뇌출혈 그 자체로 뇌사에 빠지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양부모는 아이가 거실 대리석 바닥에 물을 쏟고 미끄러져 머리를 부딪쳤다고 설명했다. 


뇌사상태인 은비의 온몸에서 멍과 화상이 발견됐다. 화상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피부조직이 뒤틀린 상태였다. 양부모는 아이가 꿀물, 라면을 쏟았다는 등 단순 사고가 있었고 아이의 자해 행위 때문에 난 상처라고 설명했지만 다친 경위에 대한 설명이 자주 바뀌었다. 


이 같은 양부모의 설명에도, 지속적인 아동학대를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은비의 발바닥과 눈에서 나타났다. 


해부학적 구조상 발바닥에 멍이 생기려면 아주 강한 외력이 반복적으로 가해져야만 하는데, 고통이 극심하기 때문에 네 살 아이가 자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다. 안과 검사 결과에서는 망막 출혈과 망막 박리 소견도 있었는데, 발바닥 멍과 함께 지속적인 학대를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나는 하느님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성가정입양원 원장수녀는 진상조사위원회 조사에서 2016년 7월 15일 은비가 경북대학교병원에 실려 간 후 양부에게 이 소식을 듣고, 이날 오후 병원을 방문해 담당의사와 면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주치의는 며칠이 지나서야 원장수녀와 연락이 닿았다.


주치의가 대구 가정 이전의 은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을 했지만, 원장수녀는 알고 지낸 지 오래된 믿을 만한 분들인데 아동학대를 했을 리 없으며, 1차 위탁가정과 24시간 어린이집, 보육원 탓으로 돌렸다. 


입양특례법상 입양이 완료될 때까지 아동의 법정 후견인은 입양기관의 장임에도 불구하고, 원장수녀는 은비를 학대한 가해자로 의심되는 양부모를 두둔했다. 


원장수녀는 직원들에게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학대’라고 말하지 말라”고 하는 가하면, 양부모는 학대할 사람들이 아니라면서 “양부모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말했다. 성가정입양원에서 봉헌되는 직원미사에는 한동안 양부모를 위한 기도가 올라왔다. 


양부모를 두둔하는 원장수녀의 태도는 올 1월 6일 증인으로 참석한 공판장에서도 볼 수 있었다.  


피고 부부를 의심하지 않는다. 피고인이 진실을 안다면 나에게는 이야기 했을 것이다. 책임문제는 없다. 사고에 대한 미안함과 슬픈 감정들이 있다. 그러나 양부모를 심사하고 입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법적인 절차상에 문제는 없었다. 나는 하느님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검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부분을 수정 해 달라


경북대병원 의료진은 생모에게도 은비의 상태를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장수녀는 “생모에게 은비 상태를 알릴 법적 의무는 없다”며, “여러 번 연락 했지만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모는 원장수녀의 연락을 받은 적이 없었다. 


오히려 생모는 8월, 이 사건을 취재 중이던 언론사의 연락을 받고 나서야 뒤늦게 은비의 상태를 알고, 성가정입양원에 먼저 확인 연락을 했다.


8월 9일, 생모가 경북대병원에 도착하자 원장수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원장수녀는 “병원은 어떻게 알고 갔냐”면서 “가봤자 아이는 못 본다”며 생모가 아이를 만나는 것을 반대했다. 이뿐만 아니라, 양부는 은비 주치의에게 생모가 은비를 만나지 못하게 해달라는 연락을 했다. 


▲ 양부가 보낸 문자메시지


12일,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원장수녀는 생모에게 학대 의심 신고가 무혐의 처리 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를 남겼다. 이에 대해 원장수녀는 법정에서 “경찰서 경위에게 무혐의 처리 될 예정이라 들었고, 학대 가능성이 없다는 황 의사 말에 근거했다”고 진술했다.  


원장수녀 진술과는 달리 은비 주치의는 양부모와 원장수녀에게 은비 상태에 대해 말하면서, 외상 및 안과 검사 소견이 학대를 시사함을 설명한 바 있다.  


이들은 또 주치의에게 소견서에 적힌 ‘부검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부분을 수정해달라고 연락했다. 원장수녀는 “원인불명으로 인한 심정지가 부검을 한다고 밝혀 질거라 생각되지 않는다”면서, “소견서 마지막 부분만 수정 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문자를 남겼다. 


무리한 입양허가절차 진행 … 도대체 왜? 


양부모와 원장수녀는 소견서에 적힌 ‘부검이 필요하다’는 부분을 수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생모가 은비를 만나지 못하게 막기만 했던 것이 아니다. 이들은 무엇을 숨기려 했던 걸까. 


7월 22일 서울가정법원이 뇌사 상태인 은비의 입양허가를 결정했다. 성가정입양원이 은비가 뇌사 상태이며, 아동학대의심 신고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7월 18일 보정자료를 제출하고 은비의 입양허가절차를 계속 진행한 결과였다. 


성가정입양원은 생부에게 은비의 상태를 알리지 않은 채 즉시항고권포기서 동의를 받아냈다. 전화번호가 바뀌어 생모에게는 연락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취재결과 생모의 전화번호가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생모는 입양원측에 전화번호가 바뀐 것을 알렸다. 입양원측과 이메일을 주고받기도 했고, 입양원은 생모의 주소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 외에도 생모와 연락할 방법은 많았다. 


그럼에도 입양원은 생부모의 확실한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즉시항고권포기서를 작성해 8월 1일 제출했다. 즉시항고권포기서를 낼 경우 통상적으로 주어지는 15일의 유예기간 없이 바로 입양허가 확정증명이 나온다.


2일 확정증명이 나오고 은비는 8일 대구로 전입신고가 됐으며, 9일 친양자입적이 완료돼 양부의 호적에 은비의 이름이 올랐다. 


양부는 8월 초 주치의에게 의미심장한 뜻을 전했다. 


법적으로 (보호자가) 저거든요. 저는 (친양자입적신고) 처리될 때까지만 (연명치료를) 유지했으면 싶어요. (…) 마음 바뀌어서 또 번복할 수 있는 거죠?


뇌사 상태인 은비의 무리한 입양허가절차 진행에 아동학대 은폐 의혹이 제기되자, 원장수녀는 “입양 허가가 일단 돼야 생모 호적에서 빠지고 이는 생모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수사가 종료됐다?


아동학대의심 신고가 됐지만 수사는 미진했다. 당시 담당경찰은 가정방문 결과 아동학대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고 수사는 아동학대 혐의가 없다는 쪽으로 진행됐다.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받던 양부도 학대를 한 적 없다고 일관된 진술을 했으며 주치의에게 수사가 종료됐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기도 했다.  


언론이 이 사건에 집중하기 시작하자 전담팀이 꾸려지고 수사가 적극적으로 진행됐다. 학대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던 양부가 8월 29일 혐의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은비뿐만 아니라 함께 대구로 가정위탁을 간 은호에게도 학대 정황이 발견됐다. 은비와 함께 입양허가절차가 진행된 은호는 수사가 진행되면서 대구 가정에서는 안정적인 양육이 어렵다고 판단해 친양자입적은 하지 않고 8월 11일 성가정입양원으로 돌아갔다. 이후 아동학대의심 신고 사실을 안 생모가 입양동의철회 의사를 밝히고 은호를 양육하기로 결정했다.


양모가 양부에게 보낸 “아이들 때리지 마라. 이제 멍드는 것 치료하는 나도 너무 힘들다”는 메시지를 경찰이 확보하고 양부가 혐의 사실을 일부 시인하면서 8월 29일 아동학대 중상해, 상습 아동학대, 치료적 방임혐의로 양부가 구속됐다. 양모는 치료적 방임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 지난해 10월 21일,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대구·포천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가 출범했다. (사진출처=서울의소리)


은비 사건에 대한 1차 공판이 열린 10월 21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2명의 국회의원과 대구미혼모가족협회(대표 김은희) 등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대구·포천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가 출범해 은비 사건의 진상조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8일 후 은비가 4년이란 짧은 생을 마치고 숨을 거뒀다. 


성가정입양원은 누굴 위해 ‘입양’을 하는가


지난해 8월 31일 <추적60분>은 ‘네 살 은비는, 왜 뇌사상태에 빠졌나’를 방영했다. 그런데 본편 방영에 앞서 28일, 예고편이 공개된 다음날부터 시청자게시판에 항의성 글이 쇄도했다. 


이들은 은비 상태나 뇌사에 빠지게 된 전말에 관심을 두기 보단, 아동학대 가해자로 의심되는 양부모를 감싸거나 입양가정에 대한 편견을 만들지 말라는 이유로 방송 보류를 요구했다.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추측성 방송 보류하라’, ‘방송이 편파적이다’, ‘입양가족에 대한 편견을 만들지 말라’ 


본편이 방영되기 전까지 항의가 이어졌다. 이례적으로 ‘네 살 은비는, 왜 뇌사상태에 빠졌나’편은 줄거리와 예고영상이 삭제된 상태다. 


사단법인 한국입양홍보회는 30일, ‘입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사회적으로 더욱 확산돼 아이들이 입양을 통해 새 가정을 갖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추적60분 측에 예고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가톨릭프레스 취재팀이 한국입양홍보회에 이와 같은 공문을 보낸 경위를 묻자, “성가정(입양원)에서 입양한 가족 중 한 분이 성가정(입양원)을 통해서 (추적60분이 취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다. 저희한테 (은비 사건이) 추적60분에 방영 된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입양아동의 학대사건을 다루면서, 이 사건을 ‘입양가정’에서 일어난 것이라 규정짓고 문제를 다루면 입양가정에 대한 편견이 생길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은비가 사망한 이후 진상조사와 재판과정에서 벌어진 자세한 이야기는 4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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