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천주교주교회의, “헌재판결 수용해야” 호소
  • 최진
  • 등록 2017-03-09 15:55:19

기사수정


▲ 지난 2월 25일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박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으로 모였다. ⓒ 최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하루 전인 9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주교회의는 선고 후 예상되는 민심 분열과 혼란을 우려하며, 국민이 화해와 일치의 자세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수용해 줄 것을 호소했다. 


주교회의는 의장 김희중 대주교 이름으로 발표된 ‘평화는 정의의 열매입니다’라는 이름의 대국민 호소문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국가적 위기 상황을 성숙한 민주시민 의식으로 극복하길 바라며, 국민의 일치와 평화, 그리고 회개를 위해 기도했다. 


먼저 주교회의는 “국민은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에 직면했다. 민심으로 위장해 사법 근간을 흔드는 폭력의 민낯도 목격했다”라며 “헌법재판소가 법치주의의 건재를 입증하는 공정한 판결로 법치주의 실현과 민주주의의 도약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선고는 국민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없다. 판결에 불복하는 극렬한 대립과 갈등은 파국을 향한 광란의 질주일 뿐”이라며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수용하는 일은 민주주의 성숙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교회는 국민의 화합과 일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주교회의는 ‘신냉전 시대를 알리는 첨단 무기도입’, ‘역사를 왜곡하는 교육파행’, ‘전쟁범죄를 사과하지 않는 일본의 파국적 외교’ 등을 제시하며, 한국사회가 정치와 경제, 외교와 국방, 교육과 민생 등의 모든 영역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교회는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고 거짓 평화를 약속하는 모든 움직임을 반대한다. 진정한 평화는 ‘정의의 열매’로만 얻을 수 있다. 평화와 정의에 대한 갈망과 투신의 용기는 하느님께 부여받은 우리의 소명이다. 어둠을 이기는 빛의 힘은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려는 기도와 행동으로만 증거된다.


종교계, “헌재의 탄핵 결정에 승복해야” 한 목소리


주교회의의 이번 대국민 호소문은 천주교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힌 세 번째 담화문이다. 


주교회의는 지난해 11월 1일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첫 입장을 밝히며, 대통령이 국민 주권과 법치주의를 유린한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하며, 관련자 전원에 대한 엄정한 수사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7일에는 국민의 대통령 퇴진 요구가 정당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국회가 당리당략보다 국가와 국민을 걱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주교회의의 담화문을 두고 국민이 촛불민심으로 이룩한 탄핵정국을 국론분열로 몰아가는 보수언론의 관점을 따르고 있어, 앞서 발표된 담화문보다 퇴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교회가 국가적인 분열 상황을 걱정해 성숙한 민주 의식을 호소하는 것은 앞선 담화문들을 정리하고 완성하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가 지난 8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 선고 일정을 10일 오전 11시로 발표하자, 종교계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하고 승복하자는 호소문을 잇달아 발표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결론으로 가는 과정에는 치열한 대립이 있었다 할지라도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성숙한 국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고, 한국교회연합도 “헌재가 어떤 판결을 내리든 그것을 번복시키거나 뒤집을 수 없다. 헌재의 결정은 그 자체로 존중되고 보호돼야 한다. 그것이 법치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라고 했다.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도 9일, ‘광장에 핀 평화의 꽃 함께 지켜냅시다’란 이름으로 헌재의 탄핵결정 승복과 탄핵정국의 평화적인 마무리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조계종은 지난 6일 ‘국민화합을 위한 호소문’에서도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승복하고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이 화합을 이뤄 국가를 안정시켜야 한다”라며 “헌법재판소는 민심을 살펴 우리 사회가 국민 대통합을 이룰 수 있는 지혜로운 길을 열어 달라”고 촉구했다.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