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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교리와 사회교리는 다른 것일까?
  • 최진
  • 등록 2017-03-14 17:00:47
  • 수정 2017-03-16 12: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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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가 탄핵정국을 넘어 적폐청산으로 향하는 때, 사순시기를 맞은 한국교회 안에서도 자기 고백과 같은 성찰과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교회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교리만을 선별해 전하기보다, 교회의 보물과도 같은 사회교리를 온전히 신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성골롬반 외방선교회는 13일 오후 2시 서울 성골롬반 선교센터에서 사순특강을 열었다. 강연자로 초대된 박동호 신부(서울대교구 전 정의평화위원장)는 ‘정통교리와 사회교리는 다른 것일까’를 주제로 강연을 풀어나갔다.


▲ 성골롬반 외방선교회는 13일 서울 성골롬반 선교센터에서 사순특강을 열었다. ⓒ 최진


박동호 신부는 가톨릭 사회교리가 교회의 정통교리 그 자체지만, 성직자들이 사회교리의 내용을 온전하게 전하지 않아, 신자들이 정통교리와 사회교리가 다른 것이라고 착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회교리는 교회의 보물이다. 그런데 이를 감춘 사람들이 있다. 사회의 정의를 말하려면 스스로가 먼저 정의로워야 하는데, 이것에 자신이 없는 성직자들이다. (…) 잘못된 제도의 부패에 침묵하는 것은 그 범죄에 동조하는 죄인데, 교회와 교회의 사람들이 침묵의 죄로 하느님의 얼굴을 가려왔다.


박 신부는 하느님의 말씀을 세상에 선포하는 것이 교회의 임무이며, 그리스도가 살았던 모습처럼 세상을 거룩하게 만들어 하느님께 봉헌해야 하는 것이 성직자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하느님의 계명을 묻는 율법학자에게 “가서 그대로 행하여라”고 기록된 예수의 말을 덧붙였다.


‘세상 위에’가 아닌, ‘세상 위해’


박 신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밝힌 성직자 제1의 직무는 ‘말씀의 교역자’며, 이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복음과 교회의 가르침을 신자들에게 전달해, 이들이 하느님의 영감을 얻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교리는 사회가 사람을 잊어버리면 본래의 목적을 잃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알리는 일이 성직자의 직무라고 공의회는 말한다.


그는 “하지만 한국교회는 이러한 보물을 선별적으로 보여준다. 어떤 교리는 없는 것처럼 숨긴다. 사회교리를 선포하려면 예수님처럼 삶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이것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가톨릭 사회교리를 깊이 살펴, 지역교회 안에서 신앙인들의 삶에 구체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복음의기쁨」에서 간절히 호소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신자들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 말하지 않고, 제사를 드리는 제관이나 목자로서의 관리자 임무에만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박동호 신부는 성직자들이 사회교리의 내용을 온전하게 전하지 않아, 신자들이 정통교리와 사회교리가 다른 것이라고 착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 최진


공의회는 세상을 이끄시는 분은 하느님이고 지상의 교회는 그분의 도구라고 말한다. 그래서 교회는 ‘세상 안에서’, ‘세상을 위해’ 힘쓰고 세상을 거룩하게 만들어 하느님께 봉헌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교회 자체를 목적으로 여기며, 세상과 격리돼 ‘세상 밖’에 있고, ‘세상 위에’ 존재하려고 한다


박 신부는 교회가 자기 자신을 목적이나 절대적인 존재로 여길 경우, 세상과 무관해지려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오늘날 한국교회가 자신을 하느님의 도구라고 말하려면 도구적 차원의 자기 점검과 진지한 성찰이 요구된다고 고백했다.


특히 ‘정치·경제·사회 문제는 세상의 문제’라고 치부하는 일부 교회의 의식 흐름에 대해 단호히 반대의 뜻을 표했다. 세상의 문제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할 직무가 있는 교회는 하느님 백성에게 영향을 주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 지난해 7월 18일 수도자, 일반신자들이 한반도 사드 반대 배치를 반대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 최진


가톨릭 사회교리, 성경 내용 현실로 되찾아 온 것

성직자 양성과정에도 ‘사회교리’ 충분히 반영해야…


박 신부는 “나와 나, 나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쉽다. 하지만 나와 너, 나와 이웃, 나와 세상의 관계는 객관적이기 때문에 사랑하기 어렵다. 한국교회가 노력해야 할 방향은 바로 이웃과 세상을 향한 사랑이다”라며 “그런데 교회는 동네가 분열되고, 현세대와 미래 세대 간의 정의가 무너지고, 경제 균형이 무너질 동안 무엇을 했는가”라고 반문했다.


어느 시대나 사회적 약자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시대마다 교회가 사회적 약자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갔는가는 중요한 문제


그는 “이처럼 사회교리는 정통교리와 다른 것이 아닌, 성경에서 너무나 당연히 말하는 내용을 현실로 되찾아 옮겨온 것이다”라고 정리했다. 주님의 기도를 통해 하느님 나라가 땅에서 이뤄지길 기도하는 우리들에게는 ‘사회교리’라는 훌륭한 보물도 있다면서 “한국교회가 이러한 가르침과 요청을 받아들여 실천해야 한다. 특히 성직자 양성과정에서도 이를 반영한다면 세상을 향한 복음화의 도구라는 교회의 직무가 더욱 제대로 수행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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