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와 슬픔을 간직한 팽목항에서 세월호 3년을 기억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1,073일의 기다림 끝에 떠오른 세월호는 목포 신항으로 떠났지만, 매년 가장 먼저 추모미사를 봉헌해왔던 의정부교구는 올해도 가장 먼 곳에서 달려와 슬픔의 항구에서 뿔나팔을 불었다.
천주교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일 오후 2시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 3년 기억 미사’ 뿔나팔 월례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에는 사제단과 평신도, 수도자 등 1,000여 명의 신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3년을 기억하며, 희생자의 영혼이 세상을 정화하는 소금, 양심의 횃불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고통당하는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하느님께 청하며 유가족들이 상처를 딛고 일어설 힘과 용기를 얻기를 기도했다.
“3년 만에 올라온 세월호, 우리에게 회개 요구하고 있는지도”
강론을 맡은 최재영 신부는 팽목항에 도착하기까지 곳곳에 내걸려 있던 노란 깃발들을 보며 느꼈던 슬픔을 신자들과 나누었다. 그는 강론에서 신앙인들이 세월호참사의 아픔을 기억하며 물질의 탐욕과 거짓에 타협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신부는 “3년 만에 물 밖으로 나온 세월호는 우리에게 회개를 요구하고 있는지 모른다. 물질에 대한 우리의 끝없는 탐욕이 이런 화를 부른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라며 “아이들을 죽게 한 것이 탐욕이라면 우리는 그 탐욕을 거부하고 또 타협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자들은 미사 후 분향소에 들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미수습자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염원했다.
한편, 이날 의정부교구 뿔나팔 미사를 시작으로 천주교는 4월 한 달 동안 교구별로 세월호 3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한다. 수원교구는 안산 화랑유원지 야외음악당에서 교구장 이용훈 주교의 주례로 추모미사를 봉헌하며, 이날부터 15일까지 ‘세월호 3주기 추모 9일 기도’를 봉헌한다. 16일에는 부활 대축일 미사 때 모든 본당에서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보편지향 기도를 봉헌할 예정이다.
대전·부산·마산·안동·전주·청주교구는 10일, 인천교구는 11일, 대구와 원주교구는 12일에 교구 주교좌성당 등에서 추모미사를 봉헌한다. 16일 3주기 당일에는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이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광주대교구는 목포 신항에서 추모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제주교구도 3주기를 전후해 각 본당에서 추모기도를 봉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