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일 월요일, 맑음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몹시 화는 나는데 상대방의 횡포로 인해 아무 말도 못한다면, 그리고 또 딴 일을 그 자에게 당할까 두려움에 떨며 상대방의 처분만 기다리는 입장이라면 우리의 삶이란 얼마나 기분 더러운가!
오늘 사드 문제를 jtbc에서 시청하면서 저 구역질나는 미국 부동산업자의 파렴치한 언행에 ‘나 정말 기분 나빠진다’(‘김정은이 핵실험하면 나 기분 나빠질 거야’라던 트럼프 말을 흉내내본다). ‘박애’, ‘자유’, ‘평등’이라는 인류의 보편 가치나 국제도의도 국제정치의 양심도 그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자를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인들이라니! (‘히틀러도 선거로 뽑았지요!’라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논평이 틀리지 않았다!)
어제를 가톨릭교회에서는 ‘이민자의 날’로 정하여 우리 주변에 자신들의 나라를 떠나와 외롭게 고생하는 이웃을 살피고 돌보라고 타일렀다. 한국교회도 교구마다 이민자 사목에 종사하는 사제들과 수도자들이 활약 중이다. 유럽도 북쪽에서 내려온 만족(蠻族)들이 세운 나라들이고, 더구나 남북 아메리카의 원주민은 인디언들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모두 신·구교 이민자다. 누가 누구보고 이민자라 하는가? 자기 나라 국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며 이민자에게 온갖 가혹한 짓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
이 나라 주권과 한반도 운명을 미국과 일본에 다 내준 박근혜를 잡아넣고 나니 여전히 꼴보수에게 투표하겠다고 열광하는 저 20%는 도대체 어디서 이민 온 무리들일까? 나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4·19 혁명정권이 들어서던 날 5·16 군사반란 음모에 착수했다는 김종필의 ‘회고록’이 읽혔고, 10·26 이튿날 5·18 군사반란을 결심했다는 전두환의 ‘자서전’이 시중에 나도는 파렴치한 세상이다! 남북분단이고 민족학살이고 한반도 핵전쟁이고 무엇이든 불사하며 자기네 기득권만을 챙기는 무리가 야당으로 정권이 넘어가는 지금 사태를 앞두고 무슨 범행을 저지를 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지리산에 들어와 사는 시골 아낙의 심경까지 어지럽힌다.
60여 년 전. 둘째 시동생 성찬성이 보스코 바로 밑의 큰시동생 성준과 고아원에 함께 살던 때. 얼빵한 준이 서방님과 유난히 작고 깡마른 찬성이 서방님을 고아원의 큰놈들이 자주 괴롭혔단다. 그런데 지금도 성깔 있는 찬성이 서방님은 그 일진들에게 맞고 또 맞아도 넝마가 되도록 덤비고 또 덤볐단다. 얼마나 찐드기처럼 덤볐던지 “그래, 잘못했다. 이젠 그만해라”라는 항복을 일진들에게서 받고 본인도 준이형도 그 고아원을 떠날 때까지 편히 살았단다. (관련글보기)
광주대교구청에 설치된 '비움의 십자가' 조형물 (조각가 이춘만)
우리 국민도 힘이 없으면 오기로라도 버텨야 한다. 영국을 몰아낸 인도는 타골이나 간디라는 인품이라도 있었지. 그러나 프랑스군을 몰아내고 10년 전쟁으로 미군을 몰아내고 그 동안 뒤를 봐주던 중국군을 손들게 한 베트남은 오기 하나로 덤볐다! 세계 최강의 세 나라 군대를 무찌른 베트남인들에게 배워 새 정부는 좀 당당하고 쫄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스코가 김 대주교님과 상의할 일이 있어서 광주 가는 길에 휴천재 텃밭에서 채소를 좀 뜯었다. 먹을 사람도 없이 무작정 크기만 하는 신선초와 참나물, 머위, 부추를 베어 교구청 지하서점에 계시는 바오로딸 수녀님들에게 갖다드렸다. 저 80년대 유학시절부터 우리를 언제나 한 가족으로 맞아주시는 수녀님들이기에 그분들의 뒷모습만 보아도 정겹다.
서점에 들른 길에 보스코가 사겠다던 ‘새로 나온 12만 원짜리 책’을 꼽았더니 당장 「덴칭거」라는 벽돌 한 장을 내준다. 서점에 들르는 신부님들도 하도 비싸서 ‘만지작 만지막만 하다 그냥 가는’ 책이란다.
돌아오는 길에 함양에 들러 달포 만에 보스코의 머리를 깎았다. 교우가 하는 미용실인데 서비스는 별로지만 머리는 시원스레 쳐준다. 집에 오자 머리염색을 해 주었는데(15년 넘게 아내가 해주는 서비스) 염색약에 알러지가 있는 보스코는 오늘도 밤새 머리를 긁어대면서 잘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