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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5·18 영령들이 지하에서 보낸 대통령(?)
  • 전순란
  • 등록 2017-05-19 11:42:20
  • 수정 2017-05-19 11: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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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8일 목요일 맑음


“정의와 평화” 얼마나 달콤한 말인가, 그리고 또한 그동안 우리가 그토록 갈구하고 추구했던 아픈 말인가. 5·18과 함께 4·16이란 숫자가 갖는 민족사적인 의미는 우리의 정신을 깨워 일으키는 놀라운 힘이 되었다.


보스코가 가방을 들고 먼 길에 올랐다. 나라에도 중요한 일이지만 가톨릭신자인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우리에게 방구들장 신부님이 좋아하시는 ‘예비성인’ 안중근 의사도 있지만 가톨릭이 그를 어떻게 대접했는지 본다면 이제야 그분이 우리 신자였다고 자랑하는 말을 하기도 부끄럽다. ‘3·1운동’ 때도 조용히 침묵했고 70년대 와서야 김수환 추기경님의 모습이 가톨릭의 자리를 다시 보게 만들었고 그 이후로 아픔과 비명과 참상의 현장에서 늘 함께한 ‘거리의 목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님들이 있어, 교회도 사회도 정의로운 세계를 향한 걸음마를 시작하였다.


이제는 이 쓰라린 민족사에 너도나도 동참할 때가 되었다. 새 대통령을 맞아 국가의 장래를 위해 약한 힘이라도 보태려는 보스코의 정성어린 발걸음을 지켜보는 아내로서 존경과 사랑을 보낸다. 지금까지 그러셨던 것처럼 하느님이 이번에도 잘 해 주시리라 믿는다.




한겨레신문이 (이상하리만큼 문후보에 대해 적대와 경멸을 담은 어조의 글들을 싣다가) 사고를 좀 쳤고, 지난 2012년 대선에서도 자꾸 이상하다며 아랫집 도메니카가 한겨레신문을 끊어야겠다는 말을 했었다. 아마 우리 휴천면 전체에서 유일하게 종이 한겨레신문을 보는 독자일 텐데, 그녀마저 이 신문을 끓으면 휴천면에서는 전멸일 게다. 창간발기인이고 주주인 그녀와 나로서는 누워서 침 뱉기인데, 고민 끝에 그냥 1년만 더 보면서 결정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노빠나 문빠라서가 아니고, 누가 봐도 눈에 띄게 편파적임이 보였다.


그리고 회자되는 안기자는 내 친구의 사위여서, 그가 ‘한겨레21’로 발령나자, 친구가 빨리 10명 구독시키라고 채근을 했다. 자전거나 밥솥도 못 받고(한겨레에서는 절대 안주니 행여 말도 꺼내지 말기) 누가 구독하냐고 농담을 하다가 빵기에게 보내기로 하고 올까지 계속 보냈다. “실수를 크게 했구만. 어쩌다 그랬나? 같은 안씨여서 철수씨와 종친인가? 아무튼 술이 문제라고 하기에도 이해하기가 힘들다. 얼마 전 기자끼리 과실치사 사건도 겪었으니 앞으로는 조심 좀 하려나…



보스코를 수락산 공항터미널에 데려다 주고 오면서, 광주에서 개최되는 ‘5·18기념식’ 중계방송을 들으며, 왜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피어나는 꽃”이라 했나 수긍이 갔다. 그때의 민주와 정의를 위한 피흘림이 있었기에 오늘 이런 날을 맞는다. 특히 광주의 진실을 알리려 꽃같은 목숨을 버린 젊은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문대통령의 떨리는 목소리는, 지난 날 그들의 이름을 피토하듯 부르시던 우리 스승 문익환 목사님의 목소리와 울림이 같아서 나를 눈물짓게 했다. 저렇게 진솔하고 착한, 황소 같은 대통령을 광주의 희생자들이 지하에서 데려온 것 같다.


보스코가 새벽에 로마에 도착할 시각에 전화를 걸었다. 정대사와 공관직원들이 공항에 나오고, 한식당에 가서 저녁을 함께 먹고, 빵고가 숙소로 와서 내가 작은아들에게 보낸 것들을 챙겨가는 중에 전화로 얘기도 나누었다.




[필진정보]
전순란 : 한국신학대학 1969년도에 입학하였고, 전) 가톨릭 우리밀 살리기 운동 공동대표, 현) 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이사 / 두레방 상임이사이다. Gustavo Gutierrez의 해방신학을 번역했으며,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성염(보스코, 아호: 휴천)교수의 부인이다. 현재 지리산 자락에 터를 잡고 살며 그곳을 휴천재라 부른다. 소소한 일상과 휴천재의 소식을 사진, 글과 함께 블로그에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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