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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반성문, “열두 가지 죄를 고백합니다”
  • 최진
  • 등록 2017-05-31 18:26:11
  • 수정 2017-05-31 18: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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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스스로의 잘못을 진단하고 이를 쇄신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쇄신의 시작이 냉철한 자기반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교회의 자기 십자가 고백이 쇄신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더해줄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30일 한국교회를 진단하고 반성하는 ‘한국교회의 성찰과 반성’을 발표했다. 이들은 개신교가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가난하고 고통당하는 이들에게 사랑으로 다가가지 못한 잘못을 세 가지 범주, 열두 개의 문제로 나눠 고백하며 교회쇄신을 다짐했다.


협의회는 세월호 사태, 촛불과 탄핵 정국 등 시대적 상황에 보여준 한국교회의 반응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공공의 교회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우선 한국교회를 진단하고 반성하는 문서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NCCK 신학위원회와 교회일치와협력위원회, 3·1운동10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 등은 지난 3월부터 소위원회를 구성해 오늘의 한국교회를 반성하고 성찰하려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협의회는 “진리와 자유를 선포하는 종교로 자리매김하는 일은 단 한 번의 종교개혁으로 끝나지 않는다. 종교개혁은 500년 전에 끝난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계속돼야 할 신앙의 과제”라며 “한국기독교는 이 세상에서 높아질 대로 높아진 자들과 한 몸이 되려는 욕망을 버리고, 진리와 자유를 향한 한국교회의 신앙과 실천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한국교회의 성찰과 반성’에 나온 열두 가지 고백문 요약이다.




▲ 교회와 신앙의 문제


1. 신앙을 사적 영역으로 국한한 죄를 회개한다. 우리는 구원의 사회화를 도외시했고, 개인 구원을 신앙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왔다. 그리하여 성서를 읽고 교육함에 있어서도 문자주의적 독해에 치중함으로써 신앙을 사적 관심으로 전환해 온 잘못을 고백한다. 이에 우리는 십자가 신앙을 개인적 과제로 제한해 온 책임이 한국교회에 있음을 고백하며, 개인을 넘어 신앙의 사회화를 신앙과 실천의 중요 과제로 삼겠다. 


2. 화해와 일치를 위해 부름을 받은 교회가 하나 되지 못한 죄를 회개한다. 화해와 일치보다는 개 교파의 우월성과 특이성을 선전하는 데 주력해 왔다. 경쟁과 대립의식을 내면화함으로써 그리스도의 교회의 분열을 키워왔다. 이에 우리는 갈라진 교회의 하나 됨을 통해 새 시대 화해와 일치의 소명을 성취하는 일에 나서겠다.


3. 세습을 통해 교회를 사유화함으로써 교회의 공공성을 훼손해 온 죄를 회개한다. 또한, 투명하지 못한 교회와 기관의 재정운영으로 교회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죄를 회개한다. 이에 우리는 투명한 교회로의 갱신을 통해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매진하겠다.


4. 전통문화를 파괴한 죄를 회개한다. 복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전통문화에 대한 배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신앙의 이름으로 전통문화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신앙적으로 내면화했다. 이에 우리는 한국의 전통문화 및 종교 간의 대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한국문화와 공존하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형성을 위해 노력하겠다.


5.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죄를 회개한다. 한국교회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배제, 폭력과 혐오가 일상화되는 과정에 대처하지 못했다. 교회 안 여성의 지위와 역할은 정체돼 왔다. 이에 우리는 가부장적 권위주의가 보편적 사랑과 자유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임을 천명하고 교회에 뿌리내린 가부장적 질서를 청산하며 성 평등을 실현하는 일에 앞장서겠다.    


▲ 민족분단의 문제 


6. 전쟁의 폭력과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채 민족분단에 편승한 죄를 회개한다. 벽을 허물어야 할 교회가 오히려 벽을 세운 죄를 하나님과 민족 앞에 고백한다.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 몰아가는 열강을 향한 예언자적 사명을 다 하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한반도를 전쟁의 위기로 몰아가려는 그 어떤 세력에 대해서도 저항하겠다. 


7. 이념에 묶인 죄를 회개한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정신에 따라 행동하기보다는 이기주의적이고 물질주의적인 관념을 따라 선악을 판단해왔다. 슬퍼하는 이들, 깊이 탄식하는 이들이 우리 사회의 중심임을 망각하는 잘못을 범했다. 이에 우리는 그 어떤 이념도 십자가 사랑의 실천에 우선할 수 없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고통당하는 이들의 편에 서겠다.


8. 국가주의적 애국심을 신앙 위에 놓은 죄를 회개한다. 우리는 한국의 사회·정치·문화적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국가주의 이념의 내면화를 하느님나라의 성취보다 중요한 과제로 여겨왔음을 고백한다. 이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해 계시된 하느님나라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국가주의적 이념과도 일치된 화해에 이르지 않겠다.


▲ 경제부정의의 문제 


9. 성장지상주의에 매몰된 죄를 회개한다. 우리는 성장지상주의를 그리스도교 신앙의 이름으로 정당화해 온 잘못을 범했다. 지도자를 선택함에서도 약자들을 대변하기보다는 경제적 번영과 성공을 약속하는 이들을 선택했다. 이에 우리는 성장지상주의의 욕망을 정당화하는 길에서 벗어나, 약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청빈과 나눔의 길을 걸어가겠다.


10. 기득권을 당연시 한 죄를 회개한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과 분단,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르는 과정에서 근대화의 특혜를 독점하고 정치집단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죄를 범했다. 이에 우리는 섬기는 자의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특권 없는 이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참된 교회로 거듭나겠다.


11. 경제부정의에 매몰된 죄를 회개한다. 우리는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신앙실천의 주요 과제로 여기지 못했다. 자본주의적 삶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타협해 왔음을 고백한다. 이에 우리는 경제정의 실현으로 양극화 해소에 나서는 것이 우리 시대에 긴급히 요청되는 신앙의 과제임을 인식하며, 역사에 동참하겠다.


12. 욕망으로 인해 생태환경을 파괴한 죄를 회개한다. 생태적 삶의 모범을 보여야 할 교회가 크고 화려한 건축에 앞다투어 나서고, 자원을 낭비하는 일상을 축복받은 삶으로 제시하는 잘못을 범해 왔다. 효율성과 편의를 추구하며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파괴한 책임이 있다. 이에 우리는 소박한 삶으로 생태계를 보존해 나갈 것을 다짐하며, 나아가 생태환경을 돌이킬 수 없이 파괴하는 핵에너지의 사용에 반대하는 탈핵 운동을 신앙 운동의 과제로 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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