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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아이들에게 어떤 씨앗을 뿌리고 있나”
  • 최진
  • 등록 2017-06-05 14:19:55
  • 수정 2017-06-05 14: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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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사목의 위기’라는 말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교회가 청소년 사목에서 위기의식을 말한 지는 20여 년이 넘었다. 물론, 교회도 교구마다 청소년 사목국을 설립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해왔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이 지난해 발표한 ‘2015년 청소년 사목 현황’에 따르면 2015년 교적 대비 초등부 주일학교 출석률은 31.43%, 중고등부는 11.82%다. ‘교적대비 하락’이란 점에서 저출산과 교육제도 등 사회 구조적인 탓만을 하기도 어렵다. 


20년 이상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청소년 사목의 난제 속에서 언제부턴가 근본적인 교회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적상 청소년 10명 중 1명만이 주일학교에 나오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수원교구와 의정부교구는 지난해 6월 주일학교를 살리기 위해 교사들의 목소리를 듣는 공청회를 열었다. 


이러한 교회의 요청은 하느님께로 청소년들을 이끌기 위한 교회의 간절함과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주일학교 제도가 시행된 지도 어언 50년. 교회는 이제 교구 중심의 명령 체계가 아니라, 신자들과 함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일선에서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보자. 때론 쓴맛이 나는 질책이 있겠지만 분명 그 자리에서 열매가 자랄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명령 아니라, 소통 필요한 천주교


B씨는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한지 올해로 25년이 됐다. 2014년부터는 본당 청소년 분과장을 했다. 교사란 직업 덕분에 학생들과 함께 하는 것이 누구보다도 탁월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평일·주말 모두 학생들과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다.


그는 “모든 주일학교 발전에 있어서 가장 핵심은 교사”라는 원칙이 있었다. 교사가 성화돼서 충만한 사랑을 아이들에게 줄 수 있어야 주일학교가 활기를 띨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에는 성화된 교사들이 아이들과 소통해 능동적인 참여를 이끈다는 생각도 더해졌다. 


아무리 좋은 교육방침이 내려온다 하더라도, 교사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물론, 교사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성당은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평일 일상을 보내고 쉬어야 하는 시간에 성당 봉사를 하는 교사들은 쉽게 고갈될 수밖에 없다. 교회가 이것을 신경 써줘야 한다. 


▲ ⓒ 최진


B씨는 사제들이 주일학교와 관련해 행사 진행이나 예산 집행 등 사무적인 내용 외에는 본당 교사들의 신앙에 대해서는 신경을 못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성당 전반에 걸친 업무가 사제에게 집중됐기 때문에 사제는 쏟아지는 업무에 지치고, 교사들은 영적인 고갈을 호소할 목자가 없는 것이다. 


청소년 분과장이 된 후, 그는 우선 완전히 따로 움직이던 초등부와 중고등부 주일학교 교사회의 교류를 시작했다. 월 1회는 두 교사회가 함께 모여 회합을 했다. 같은 성당을 다니면서도 서로를 몰랐던, 심지어는 반목했던 교사들은 언제부턴가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현장에 대한 대책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주일학교 교사들이 교류하다 보니, 상급학교로 올라가면서 발생했던 공백이 많이 줄어들었다. 월 회합 때, 6학년 졸업반 아이들의 상황을 중고등부 교사에게 전달하면 그 정보를 가지고 교사들이 함께 중고등부 주일학교 환영식을 준비한다. 교사들이 연결고리가 되니 중학교를 올라가는 아이들과의 단절이 크게 줄어들었다. 


교사들은 점차 개인적인 신앙 고민을 나누기 시작했고, 이어 연중 교사회 피정이 제안됐다. B씨는 “자체적으로 고민을 나누다가 피정 이야기가 나왔다. 교사들이 서로 소통하니, 주일학교를 그만두기보다는 힘든 마음을 서로 위로하며 함께 봉사의 길을 걷는 경우가 생겼다. 교회의 소통이 이런 식으로 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회와 성직자, 소통에 서툴다


B씨는 교구 청소년 사목국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교구가 교사들과 소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신입 교사가 거쳐야 할 연수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다른 교구는 모르겠지만, 우리교구는 신입 교사연수를 보면 가관이다. 교사들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잘하면 상, 못하면 벌이나 창피를 준다. 군대처럼 정신교육을 하려는 것인데, 아직도 상벌로 교육하는 후진 내용을 못 벗어났다. 교사를 결심하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닌데, ‘연수 때 뛰쳐나가고 싶었다’는 교사들을 달래며 화가 났다. 그런데도 무슨 대단한 프로그램인 양 외부로 발설하지 말라며 입단속을 시킨다.


이어 “교사교육도 마찬가지다. 교육이 있다고 해서 가보면 늘 강당에 교사들을 몰아넣고 가르치기 바쁘다. 소통은 없다. ‘우리가 이런 방식으로 교육하고 싶으니, 너희들은 잘 따라 배우고 가르쳐라’는 식이다. 교구가 이렇게 주입식 후진교육에 익숙하기 때문에 주일학교 문제도, 자기 문제도 제대로 모른다”고 덧붙였다.


연중행사로 열리는 ‘교사의 날’도 문제를 제기했다. “주교님이 오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교사의 날은 그냥 근속교사 시상식장이다. 수상자가 아닌 대부분 교사는 할 것이 없다. 1년에 한 번 있는 교사의 날인데 교사들끼리 맘 편히 밥 먹고 이야기를 나누게 해주면 안 되나”라고 했다. 


이어 “교회와 성직자들이 소통에 너무 서툴다. 잘못된 것을 바꾸자고 하면 못 견뎌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을 보고 있으면, 주일학교 문제가 단순히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교황님 말씀처럼 교회든 청소년국이든 근본적인 소통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프로그램 하나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교육은 '참여'와 '과정' 중심


오늘날 교육은 결과를 가지고 상벌을 주는 시대가 아니다. 못하는 아이들을 함께 끌어올리는 시대다. 교회라면 더욱 못하는 사람을 위로하고 도와줘야 한다. 그러려면 참여와 과정을 중시해야 하고 소통을 해야 한다. 이제 교구 기관은 명령을 내리기보다는 의견을 수렴하는 곳이 돼야 한다. 


▲ ⓒ 최진


B씨는 본당 교사들이 모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자, 자발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봤다. 한 본당에서 일어났던 긍정적인 해프닝일 수 있지만, 그는 교회가 소통을 통해 이러한 해프닝을 더욱 많이 만들어나가길 희망했다. 


그는 오늘날 학교 교육현장에서 그룹 단위의 대화가 장려되고 있고, 교육자와 피교육자 간의 소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교육자의 의사가 교육과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노력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에게 ‘다음 단원에서 삼권분립을 배우는데, 궁금한 것이 무엇이니’라고 물으면, 생각지도 못한 질문들이 쏟아진다. 그러면 그 질문을 모아서 다음 교육에 반영한다. 소통을 하면 아이들도 너무 좋아한다. 이제 교회의 고민은 ‘어떤 좋은 명령을 내릴 것인가’가 아니라, ‘신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장소를 어떻게 마련할까’이다.


교회가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소통과 과정의 교육으로 나가야 할 이유는 또 하나 있었다. 교회가 교사들에게 대화와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면, 바로 그 대화의 문화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동행의 기쁨' 전하는 것이 주일학교 목적


우리 둘째 아이는 고등학생 때부터 주일학교를 잘 나가지 않는다. 반대로 첫째는 대학생이 되니까 성당에 열심히 나간다. 아이들이 성당에 나오는 것은 복합적인 문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청소년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방법이 아니라, 교회가 아이들에게 어떤 씨앗을 뿌리고 있는가 이다.


B씨는 청소년들이 무조건 재미만을 쫓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히려 아이들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했다. 청소년 나름의 신앙 기준이 있고 지혜가 있으며, 오히려 어떤 상황에서는 어른보다 더 신앙인에 가까운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은 주일학교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한다. 성당 주일학교에 온 학생들은 재미만 추구하는 아이들이 아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진지하게 기도해주면 그것을 느끼고 변한다”라며 “교회가 교사들과 소통해야 하는 이유도, 교사들이 성화 돼야 하는 이유도 우리 아이들이 그분의 동행에서 오는 기쁨과 평화를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B씨는 주일학교의 목적은 그리스도와 동행하는 기쁨을 아이들에게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행의 기쁨을 전하려면 교회 스스로가 소통과 동행의 방법을 알아야 한다”며 “교황님의 말씀대로 교회가 아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열린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모습을 기억한 아이들이 언젠가 다시 성당 문을 두드릴 것이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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