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5일,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결국 사망에 이른 고 백남기 선생의 사인을 ‘병사’로 기록하면서 서울대학교병원은 논란을 일으켰다.
그런데 사망 264일만인 오늘(15일) 서울대병원이 백남기 선생의 사인을 ‘외인사’로 수정함에 따라, 국가폭력사건 진상규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백남기 선생 주치의였던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는 같은과 전공의에게 사인을 ‘병사’로 작성케 했다. 이같은 논란에 사망진단서를 재발급하라는 의료인들의 성명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서울대병원은 입장을 고수해왔다.
오늘(15일) 서울대병원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망진단서를 직접 작성한 신경외과 전공의가 병원 의료윤리위원회 수정권고를 받아들여 14일 ‘외인사’로 수정했다고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대신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이 참석했다.
병원측은 사망진단서 작성은 의사 개인의 자율성에 관한 문제로 병원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지만, 유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진단서 수정과 위자료 청구 소송을 함에 따라 적극 개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백남기 선생 자녀 백도라지 씨는 사망진단서가 지금이라도 바뀌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다음 주쯤 사망진단서를 수령할 예정이며 이후 사망신고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하고 문재인 정권으로 바뀐 시점에서 뒤늦게 사망진단서를 수정하겠다고 밝혀, 일각에서는 서울대병원이 정치적 상황 변화에 반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병원측은 “이러한 논의가 6개월가량 걸린 것이지 그 사이에 정치적 상황 변화 때문에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사망원인 수정에) 동의했다고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서울대병원-서울대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이윤성 특조위원장은 백남기 선생 사망진단서가 일반적인 사망진단서 작성지침과 다르다면서, “저라면 외인사라고 쓰겠다”고 말했다.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백선하 교수는 병사가 맞다는 입장을 고수해 담당의사 견해를 강제할 수 없음을 밝힌 바 있다.
사망진단서의 중요한 목적은 내인사인지, 외인사인지를 가리는 것으로 외인사인 경우 경찰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 사인이 외인사로 정정됨에 따라 얼마 전 ‘인권경찰’을 자처했다가 시민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던 경찰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늦었지만 정정이 이뤄져 다행이라면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함을 다시금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는 기자회견장 앞에서 ‘서창석·백선하 파면하라’, ‘오병희·신찬수 숨은 부역자도 처벌하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기습시위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