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14일은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이자 김학순 할머니께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사실을 최초로 공개증언한 날이기도 하다. 9일, 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95차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는 이를 함께 기념했다.
전국에서 모인 초·중·고등학생들과 더불어 시민단체 등 1500여 명이 소녀상 주변 50여 미터 거리를 가득 채웠다.
우리는 김학순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김학순으로서 외칩니다. 일본 정부는 사죄하라. 일본 정부는 배상하라. 일본 정부는 역사 교과서에 기록하라. 일본 정부는 추모비를 건립하라
이날 정의기억재단 윤미향 이사는 ‘20만 동행인 보고’를 갖고 ‘국민모금운동’을 선포했다.
윤미향 이사는 “지난 26년간 우리 손으로 해방을 만들 것이라고 외쳐왔고 앞으로도 권력자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 시민들의 힘으로, 연대로 해방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김학순으로 태어난 우리들, 길원옥으로 태어난 우리들, 김복동으로 태어난 우리들, 이용수로 다시 태어난 젊은 청춘들. 우리가 그 주인공이기 때문”이라고 이날의 의미를 새겼다.
윤 이사는 “끔찍했던 전쟁에서도 생존해낸, 한국사회 편견에도 껍질을 뚫고 날갯짓을 퍼덕이며, ‘나 여기 살아있소. 일본 정부는 우리 앞에 무릎을 꿇으시오’라 당당히 외친 할머니들에게 오는 11월 25일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에 여성인권상을 드리려 한다”며 모두 함께 주최자가 되어달라고 호소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남인순 의원은 “12·28한일합의가 어째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합의인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진상부터 밝혀야 한다”며 “정부에선 진상규명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활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가족부에서 이전정부의 합의결과로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에 대해 어떤 편법으로 운영됐는지 조사에 나섰다며 “피해자 할머니들 살아계시는 동안 문제가 정의롭게 해결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수요시위를 주관한 예일여고 역사동아리 ‘아이비’ 학생들은 이날 수요시위 참가자들을 대표해 성명을 발표했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통해 전시 성폭력 근절 문제를 국제사회에 제기한 지 2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의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72년 전 일본군성노예제도가 아직도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에서 현재진행형이다.
성명을 통해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2년이 지났지만 가해국인 일본정부의 진상은폐로 피해규모와 내용이 정확히 밝혀지지 못하고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이제 이러한 현실을 끝내야 한다. 이 땅의 모든 전쟁을 끝내고 평화와 인권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 일본정부를 비롯한 전쟁범죄 가해국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한 공식사죄 및 법적책임 이행 ▲ 각국 정부는 전쟁범죄 종식을 위한 구체적 법과 실천적 조치 계획 및 이행 ▲ 국제사회는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법과 실천적 조치 계획 및 이행 등을 촉구했다.
세계 ‘위안부’피해자 기림일을 즈음해서 독일, 대만, 미국 등 전 세계 9개국, 64곳에서 공동연대행동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오는 14일 오후 6시 청계광장에서 제5차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 맞이 나비문화제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