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 en.Radio Vatican >과 < Reuters > 9월 24일자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en.Radio Vatican 기사보기 / Reuters 기사보기 - 편집자주

▲ 리베로 밀론 전 재정 감사관. 이탈리아 언론사 < SkyNews >와의 인터뷰. <사진출처=SkyNews 영상 갈무리>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재정 개혁 의지를 밝히며 리베로 밀로네(Libero Milone)을 최초의 재정 감사관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그는 2017년 6월 19일 불미스러운 이유로 사임했다. 

리베로 밀로네은 사임 3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자신이 ‘쫓겨났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이에 대해 교황청은 성명서를 통해 밀로네 전 감사관을 비판하며 “사임 이유를 비밀로 붙이지 않은 점에 놀람과 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과 로이터,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를 가진 밀로네 전 감사관은 “명확히 해둘 것이 있다. 나는 자의로 사임한 것이 아니다. 나는 체포 위협을 받았으며 바티칸 경찰 수장은 나에게 자신들이 미리 준비해둔 사직서에 서명하라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이 사직서는 이미 몇 달 전에 준비되어 있던 것으로 자신을 내보내려는 시도가 이미 있었던 것이라고 암시했다.

3개월이 지나 자신의 사임 이유에 대해 인터뷰한 것은 “더 이상 (교황청 내) 특정 소수 집단이 내 명성에 먹칠을 하는 일을 두고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은 “(감사관직을 업으로써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받아들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 프란치스코 교황과 악수하는 리베로 밀론 전 감사관. (사진출처=CRUX)

또한 “내가 보고서에서 직접 본 것들을 교황님과 파롤린 추기경에게 말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자 체제 변화를 거부하는 이들이 위협을 느끼고 그 분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와 인터뷰 한 국무원장 대행 베치우 대주교는 이와 관련해 자신이 오히려 밀로네 감사관에게 사임을 할 것인지, 기소를 당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그 분의 평판을 지켜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밀로네 전 감사관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2015년 9월 감사관실 컴퓨터 보안 검사를 위해 외부 업체를 불렀던 일에서 시작됐다. 당시 감사관 자신의 컴퓨터는 무허가로 접속이 가능한 상태였으며, 감사관 비서의 컴퓨터 역시 파일을 복사하는 스파이웨어에 감염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 Reuters >에 따르면, 밀로네 전 감시관은 자신이 컴퓨터 보안 점검을 위해 외부 업체를 고용하는데 자금을 유용한 일로 고발당했으며, 사직서에 서명한 당일에는 바티칸 경찰이 수행한 7개월간의 조사에 기반 해 직위가 해제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보도했다. 

밀로네 전 감사관은 해당 조사에서 제시한 사실들이 ‘조작’ 되었으며, 고발 이유 역시 ‘전혀 신뢰할만한 근거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 Reuters >에 따르면, 밀로네 전 감사관의 변호인이 공개한 감사실 수색 영장 허가서에는 어떤 법령인지는 명시하지 않은 채 밀로네 감사관이 재무성 법령을 어긴 상태에서 조사를 수행했다고 적혀있었다. 또한 수색 영장에는 밀로네 전 감사관이 허가 없이 고위 성직자들의 사건 자료를 열람했다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감사관은 재무성 법령 제2조에 따라 ‘온전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있으며 ‘교황청 부처의 비정상적 활동에 대한 모든 보고를 받거나 조사에 착수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밀로네 전 감사관은 로이터에 “내 업무는 독립적이어야 한다. 관계 부처가 우리 활동을 가로막거나 통제하려는 순간 독립적으로 활동하기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밀로네 전 감사관은 이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서신을 보냈으나, 교황이 답장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임 당일 아침 베치우 대주교와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밀로네의 사임을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임 이유를 전해 듣고 자신과 교황 모두를 기만하려고 만들어낸 거짓 증거라고 생각한 감사관은 교황을 직접 만나려 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 베치우 대주교. (사진출처=Order Of Maltal)

말론에 따르면, 감사관직은 교황에게 직접 보고해야 하는 위치였으나 2016년 4월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을 전혀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밀로네는 “(만약 내가 신뢰를 잃어 교황이 나의 사퇴를 원했다고 한다면) 그냥 그 분께서 나에게 전화해 직접 말해주실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자신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만남을 가로막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베치우 대주교는 밀로네 감사관이 사임하라는 명을 받기 전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당 조사와 증거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밀로네 추기경의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거짓 주장’ 이라고 일축했다. 마찬가지로 바티칸 경찰 역시 로이터를 통해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으나 자세한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인터뷰 이후 발표된 교황청 명의의 성명서는 밀로네 전 감사관 인터뷰 내용에 반박하며 “감사관의 업무는 교황청 혹은 관련 부처의 결산서나 보고서를 분석하는 일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밀로네 전 감사관이 지휘한 감사실은 자기 권한을 벗어나 교황청 구성원들의 사생활에 대한 감시 활동을 벌이기 위해 외부 회사를 고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범죄가 성립되는 이러한 이유로 밀로네 전 감사관에 대한 신뢰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었으며, 밀로네 감사관은 자신의 책임에 대해 자기 의지대로 사임을 하겠다고 받아들인 것”이라고 발표했다. 밀로네 감사관의 사임은 ‘상호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밝히며 사임 협박이나 압박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본래 감사관직은 5년 임기로 정해져 있으나, 밀로네 감사관은 임기 2년차에 사임했다. 현재 재무원 장관 조지 펠 추기경은 성범죄 재판으로 인해 휴직 후 본국인 호주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새로운 감사관 임명 소식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이로 인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청 재정 개혁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