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 HOLY SEE PRESS OFFICE >의 11월 3일자 보도자료와 < LA CROIX >의 11월 3일자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HOLY SEE PRESS OFFICE 보기 / LA CROIX 보기 - 편집자주
지난 3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면한 추기경들과 은퇴하는 주교들을 위한 미사 강론에서 전례 번역에 대한 방향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에서 “미사를 통해 우리는 소중했던 사람들을 상실한 슬픔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하며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전례를 통해 그들과 우리 자신에 대한 희망이 커진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교황은 “정의의 부활에 대한 강한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땅의 흙먼지 속에 잠든 이들은 분명 죽은 이들이다. 죽음에서 깨어난다는 것은 실제 생명이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시 말해 어떤 이들은 깨어나 영생을 살고 어떤 이들은 영원한 부끄러움을 느낄 것이다. 이처럼 죽음을 통해 우리 앞에 놓인 생과 사의 갈림길은 명확해진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교황은 “여기서 영생을 위해 다시 일어나게 될 ‘많은 이들’이라는 표현은 그리스도께서 피를 흘리신 이유가 된 ‘많은 이들’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들은 하느님의 좋으심과 자비 덕분에 사라지지 않는 생을, 부활을 통해 죽음에 대한 온전한 승리를 경험할 수 있게 된 많은 사람들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교황청 공보실이 발표한 강론 전문에는 ‘많은’이라는 표현에 큰따옴표가 쳐져 있어 주목을 받았다.
성찬 축성 중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의 ‘모든 이들’을 ‘많은 이들’로 교체해야 한다는 논의는 2006년부터 이어져 왔다. 특히 교황청은 2006년 ‘모든 이들’이라는 표현은 라틴어 원본에 대한 직역보다는 ‘해석’이라는 판단 하에 원전에 더욱 충실한 번역인 ‘많은 이들’을 사용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12년 이후로 스페인, 독일, 영국, 미국 등이 이러한 변화를 따랐으며 한국 역시 2017년 원전에 충실한 번역을 따르게 되었다. 특히 한국 교회의 이러한 변화는 지난 9월 전례 번역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의 교서 <대원칙:Magnum Principium>이 발표되면서 번역의 충실성에 대한 주교회의의 책임이 커졌기 때문에 나타난 행보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전례 번역 변경 논의는 지난 번 경신성사성 장관 로베르 사라 추기경이 ‘번역이 강제될 수 있다’고 말한 것과는 다른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는 라틴어 원문과 관련된 해석 변경으로, 라틴어 원문이 ‘pro multis’ (많은 이를 위하여)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원문에 대한 ‘충실성’ 원칙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각국 언어의 번역이 틀렸기 때문에 교황청에서 이를 수정하라고 요청한 것이 아니라, 각국 주교회의 혹은 전례위원회가 능동적으로 라틴어 원문에 가장 ‘충실하게’ 번역을 수정하고 이를 추인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