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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평화는 문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 끌로셰
  • 등록 2018-01-19 11:45:02
  • 수정 2018-01-19 12: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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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 HOLY SEE PRESS OFFICE >의 1월 17일자 보도자료를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보기) - 편집자주



프란치스코 교황은 칠레 아라우카니아(Araucania) 주 마케우에(Maquehue) 공항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마케우에 공항이 위치하고 있는 테무코(Temuco)시는 인구 30만 명의 도시로, 마푸체(Mapuche)족이 전체 인구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칠레 내부에는 18세기 스페인 식민지 시절 빼앗긴 땅을 되찾으려는 마푸체(Mapuche)족과 독재 정권 및 민주화 이후에도 탄압과 무관심으로 대응해왔던 칠레 당국 간의 갈등이 존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 중 스페인어로 강론을 했고 이는 칠레 국민과 원주민 간의 갈등에 대한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교황은 칠레 출신 유명 가수인 비올레타 파라(Violeta Parra)의 노래 가운데 ‘아라우카니아에는 내가 침묵할 수 없는 고통이 있네, 벌어지는 시대의 불의를 모두가 바라보네’라는 가사를 인용하고 “이 곳에 직접 오면, 이 노래 소리가 들린다”고 말하며 칠레와 원주민 사이에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갈등이 존재함을 강조했다.


우리는 마케우에 공항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데, 이 곳에서는 과거에 심각한 인권 침해가 일어났었다 ··· 이러한 사실들을 기억하고, 수많은 고통과 불의를 떠올리며, 잠시 침묵하자.


미사 복음 중 ‘그들이 모두 하나되게’ (요한 17,21)라는 구절에 대해 이야기하며 교황은 “예수의 마음은 군중과 모든 인류에게 들이닥칠 가장 최악의 위협이 분열과 대립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우리는 함께 이러한 예수의 기도를 바치고자 하며, 우리 죄와 더불어 이 고통 속으로 들어가 예수님께 우리 역시 하나 되게 해달라고 간청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일치를 방해하는 유혹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일치(unity)와 단일(uniformity)과같이 언뜻 보기에 비슷해 보이나 사실은 상반된 의미를 가진 ‘가짜 동의어’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께서는 그분의 아버지께 모든 이가 똑같이, 즉 동일한 모습이 되게 해달라고 청하지 않으셨다. 일치란 차이를 없애거나 짓누름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각 요소가 ‘자기 지혜를 타인과 나눔으로써 생겨나는 일치’와 ‘강제적 통합, 단일화를 위한 (소수의) 변방화와 같은 단일’은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예수께서 청하신 일치를 통해 모든 민족과 문화가 이 축복 받은 땅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들은 인정을 받는다”고 말하며 이러한 일치는 “서로 화합한 다양성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더 고상한 문화나 열등한 문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궁극적 평화란 “문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경청과 인정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경청과 인정을 통해) 우리는 일치를 이루고 역사를 세우는 수단인 연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대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차이 안에서 서로를 필요로 한다고 말하게 된다. 이러한 연대만이 희망의 ‘황폐화’를 막는 유일한 무기다”라고 강조했다.


일치를 방해하는 두 번째 유혹이 “무기(폭력)를 통한 일치”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치가 인정과 연대에서부터 구축되기를 원한다면, 이러한 목적을 가진 어떤 수단도 절대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폭력 수단을 통한 일치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치와 화해 과정을 진전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위협하게 되는 두 가지 형태의 폭력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위협 중 하나가 “보기 좋은 조약의 체결”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조약들은 절대로 실현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듣기 좋은 말과 완수한 계획들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이것들이 구체화되지 않는다면, 결국 자기 손으로 쓴 것을 자기 팔꿈치로 지워버리는 격이 된다”고 경고했다.


폭력은 폭력을 부르며 파괴는 분열과 분리를 조장한다. 폭력은 선한 동기마저 거짓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교황은 “인간 생명을 요구하는 폭력과 파괴에 기반 해서는 상호 인정의 문화가 수립될 수 없다”고 말하며 ‘상대의 궤멸’을 통해서는 “인정을 요구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태도가 모든 것을 파괴하고 황폐와 슬픔만을 남기는 용암과 같다”고 말하며 “우리는 큰 목소리로 ‘주님, 저희를 당신 일치의 일꾼으로 만드소서’ 라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서의 창세기와 마푸체족의 격언을 인용하며 “’흙의 먼지로 빚어진 모든 사람’(창 2,7)은 잘 살아가라는(Küme Mongen) 부르심을 받은 것이다”고 강조하고 다시 한 번 더 “주님, 저희를 일치의 일꾼으로 만드소서”라고 기도하며 강론을 끝마쳤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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