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 개최 및 교구장 면담을 요구합니다.”
서울대교구의 성물방 관리 방침에 대해 성물업체들의 반발이 지속되면서, 성물업체들은 이 문제와 관련해 공청회 개최 및 교구장 면담을 요구했다.
서울대교구는 지난 2월 4일 사제평의회에서 대교구 내 186개 성당의 성물방을 POS(Point of Sales) 매장화하기로 결정했다. 교구 산하기관인 가톨릭출판사가 성물을 매입해 각 성당의 성물방에 직접 공급하고, 성물에 대한 부가세를 공제해 대납한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는 현재 성당 성물방은 대부분 각 성당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해 세금 납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POS 매장화의 주요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성물업체들은 교구가 가톨릭출판사를 내세워 수십 년 간 지속되어온 기존의 유통질서를 무시하고, 세금문제와 POS 시스템 구축을 내세워, 현행 유통업체를 몰아내고 자신들이 가톨릭 성물사업권을 장악하기 위해 교구장 지시사항이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교구의 성물방 관리 방침이 교회 권력을 앞세운 가톨릭출판사가 불모지에서 평생을 일궈온 자신들의 생활터전을 빼앗으려는 부도덕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교구 방침대로라면 성물사업은 3년 내에 가톨릭출판사가 독점하게 되어, 가톨릭출판사는 슈퍼 갑과 같은 존재가 되는 반면 성물업체들은 가톨릭출판사의 하청업체가 되거나 삶의 터전을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물업체들은 주요 쟁점인 세금 문제와 관련, 이는 유통업체가 세금을 내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서울대교구 본당 성물방에 사업체 등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세금문제는 각 성당에서 사업체 등록을 하면 간단히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물업체들은 그 동안 서울대교구 및 가톨릭출판사 측과 수차례 회합을 가졌으나, 교구장 지시사항임을 내세워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어 공청회와 교구장 면담을 요청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가톨릭출판사는 1일 공문을 보내 10일까지 업체들이 어떠한 안도 제시해 주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서울대교구 내 본당 POS 매장화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성물업체들은 6일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다음은 조 마태오 전 성물유통협회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서울대교구의 성물방 관리 방침에 대해 성물 유통업체와 생산업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서울대교구는 지난 2월 교구 방침에 따라 교구 내 모든 본당 성물방의 운영관리를 교구기관인 가톨릭출판사가 맡아 교구차원에서 관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가톨릭성물업이 탈세의 사각지대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고, 또한 그 이외 성물방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은 해결하라는 교구장의 지시에 따른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명분에 불과합니다. 숨은 의도는 수 십 년간 각 본당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성물방 운영권을 교회 산하기관인 가톨릭출판사를 내세워 빼앗으려는 의도인 것으로 저희들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계획대로 되면 성물사업은 3년 내에 가톨릭출판사 한 곳이 독점하게 됩니다. 그러면 저희는 평생 일구어 놓은 일터를 하루아침에 빼앗기는 꼴이 됩니다. 교회는 20~30년 성물업에만 종사해온 저희의 생존권을 무참히 빼앗는 부도덕한 일을 하려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행위가 남의 밥그릇을 뺏는 것인데, 어찌 교회가 가만히 있는 저희에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 교구가 내세우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세금 문제입니다.
▲ 세금 문제는 간단합니다. 각 성당에서 사업체 등록을 하면 해결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성당에 계산서를 발행하고, 부가세를 냅니다. 우리는 떳떳하게 세금을 내고, 성당은 비과세로 환급 받으면 됩니다.
현재의 성물유통 방식을 유지하되 교구마다 수익사업부처를 개설하여 본당과 거래할 때 발생되는 세금계산서를 통합교부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면 됩니다.
각 본당은 비과세로 인해 세금을 환급받고, 환급 받은 세금은 본래의 목적대로 본당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성물업 뿐 아니라 본당의 커피숍, 농산물 판매장 등에 대한 세금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성물방 세금 문제는 서울대교구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전국 모든 교구에서 동시에 실시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세금에 관해서는 성물업체들이 세금을 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 POS 시스템 사용으로 성물방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합니다.
▲ 그 시스템 구축에 40억 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우선 카드로 구매할 있으니 편리하겠죠. 또 전산으로 재고 파악이 되니 재고관리도 효율적이 됩니다.
게다가 출판사를 통해 교구 내 모든 성물방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생산성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왜 반대하냐고요? 이런 논리들은 복음적이지도 않고, 가톨릭 정신과도 상관없는, 탐욕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POS 시스템을 통하면 모든 물건이 가톨릭출판사를 통해 공급됩니다. 집계되고, 관리되고, 매출이 파악되고, 재고가 관리됩니다. 결국 가톨릭출판사로 일원화됩니다.
그러면 가톨릭출판사는 슈퍼 갑이 되고, 우리는 가톨릭출판사의 하청업체가 되거나 아니면 삶의 터전을 빼앗기게 됩니다. 교회는 많은 유통업체를 거느리는 영적 재벌이 되겠죠.
- 품질 문제와 저작권 문제가 지적되기도 합니다.
▲ 품질은 생산과 유통구조가 안정되면 따라서 개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작권 문제는 고민거리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발족한 성물협의회 내에 제품등록위원회를 두었습니다. 사실 이런 역할은 교회에서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도하고 감독해야 할 교회가 본격적으로 장사를 하겠다고 하니 그것이 더 문제라고 봅니다.
- 공청회 개최, 교구장 면담을 요구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그동안 가톨릭출판사 측과 수차례 만났지만 출판사 측은 교구장 지시사항을 이행하는 것이라며 책임을 미루었습니다. 그래서 교구장 면담을 신청했지만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교회는 언론매체 등을 통해 이미 세금도 안 내는 나쁘고 부도덕한 집단으로 우리를 매도했습니다. 교구에 맞설 힘이 없는 우리는 교황청 대사 앞으로 이와 관련된 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아무런 가시적인 반응이 없고, 가톨릭출판사 측과의 이야기는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청회 개최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공론화하자는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교구나 가톨릭출판사 입장을 분명하게 듣고 싶습니다.
또 교구장과의 면담을 요청합니다. 교구나 가톨릭출판사 측과 이야기하면 교구장 지시사항이라는 교도권을 내세웁니다. 교구장 말씀을 직접 듣고 싶습니다. 듣고 저희가 이해한다면 순명하겠습니다.
-양 측 입장이 계속 평행선을 긋고 있습니다. 가톨릭출판사는 10일까지 어떠한 안도 제시하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서울대교구 내 본당 POS 매장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실 건지요?
▲ POS 매장화에 40억 원이 든다고 합니다. 그 예산으로 우리들의 사업체 모두를 인수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우리들은 교회에 사업을 넘기고 새 출발을 할 것입니다.
우리의 입장이나 각오는 분명합니다. 비상식적이고 교회적이지 못한 수법에 의해 우리의 생존권을 빼앗길 수는 없습니다.
특히 교회는 성물 유통업체들에게 그들보다 더 열악하고 영세한 생산업체등의 생존권을 빼앗으라고 부추기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 진행되는 일들은 교회의 우월적 권위를 이용한 폭력입니다. 우리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자비심 있는 대책을 요구합니다.
한편 가톨릭프레스는 이 같은 성물업체들의 주장에 대해 서울대교구나 가톨릭출판사 측이 반론 등을 제기할 경우 언제든 게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