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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노자와 교회 : 교회는 교회를 떠나라
  • 김유철
  • 등록 2018-04-10 11:40:13
  • 수정 2018-04-19 14: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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視之不見 시지불견 名曰夷 명왈이  聽之不聞 청지불문 名曰希 명왈희 搏之不得 박지부득 名曰微 명왈미 此三者 차삼자 不可致詰 불가치힐 故混而爲一 고혼이위일 其上不皦 기상불교 其下不昧 기하불매 繩繩兮不可名 승승혜불가명 復歸於無物 복귀어무물 無狀之狀 무장지장  無象之象 무상지상 是爲惚恍 시위홀황 迎之不見其首 영지불견기수 隨之不見其後 수지불견기후 執古之道 집고지도 以御今之有 이어금지유 能之古始 능지고시 是爲道紀 시위도기 


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을 평탄하다고 하며, 들어도 들리지 않는 것을 희미하다고 하며, 잡는데 잡히지 않는 것을 아주 작다고 한다. 이 셋은 어떻게 물어서 도달할 수가 없으니, 그러므로 섞이어 하나를 이룬다. 그 위는 밝지 않고, 그 아래는 어둡지 않다. 이어지고 이어져서 이름 지을 수 없음이니 형태 없음으로 돌아가느니라. 모양 없는 모양이요, 모습 없는 모습이니 어리벙벙 황홀할 뿐이다. 도를 맞이해서 보되 그 머리를 볼 수 없고, 따라가며 보되 그 뒤를 볼 수가 없다. 도의 비롯함을 잡으면, 이로써 오늘의 현상을 다스릴 수 있으니 능히 천지의 비롯함을 알면, 이를 일컬어 도의 근본이라 한다.(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 2003. 삼인)



교회는 교회를 떠나라



“떠나라”는 

울림 없는 울림을 지팡이 삼아

아브라함처럼 떠나라


묻고 답하던 광야의 예수처럼

신 새벽 호숫가의 예수처럼

산상에서 군중 앞에 선 예수처럼

바벨탑과 다름없는 성전을 엎어버린 예수처럼

친구의 죽음으로 눈물 흘린 예수처럼 

헤어 나올 수 없는 

가난한 이웃 앞에 선 예수처럼

죽음의 길을 외면하지 않은 예수처럼

하느님의 자비를 믿었던 예수처럼

오늘 떠나라


다치고 상처받고 더럽혀진 교회를 요청하는 

프란치스코의 꿈도 

모양 없는 모양을 바라봄이며

동백보다 더 붉은 4·3희생자를 

순교자로 바라보는 

강우일의 시선도

모습 없는 모습에 고개를 숙이는 것이니

교회는 교회를 떠나야 할 시간이다


아브람이 아브라함이 되듯

죽은 예수가 부활 예수가 되듯

떠날 때, 두려움 없이 떠날 때

비로소 태초의 천지가 

오늘의 현상으로 보이리니

떠나라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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