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9일 새로운 교황 권고 <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GAUDETE ET EXSULTATE >를 발표했다. 5장으로 구성된 이번 권고는 총 177개의 세부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에서는 평범한 사람들도 구체적인 행동의 실천으로 성덕이 드러날 수 있다고 말하고, 제2장은 성덕의 실현에 방해가 되는 ‘영지주의’, ‘펠라기우스주의’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제3장 ‘주님의 빛 안에서’는 참 행복과 구체적인 성덕의 실천에 대해 설명하고, 제4장에서는 ‘끈기, 인내, 온유’, ‘기쁨과 유머감각’, ‘대범함과 열정’, ‘공동체의식’, ‘꾸준한 기도’를 성덕의 징표로 꼽고 있다. 마지막 제5장 ‘영적 투쟁, 깨어있음, 그리고 식별’에서는 악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이번 권고의 목표는 “우리 시대가 마주한 위기, 도전, 기회를 통해 실질적인 방식으로 성덕에 대한 부르심을 다시 알리는 것”이라고 머리말에서 설명하고 있다.
‘성덕의 소명’
제1장에서는 ‘성덕’이란, 성인들의 삶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 속에서 구체적인 행동의 실천을 통해 드러난다고 강조한다.
성덕은 우리를 지켜주고, 지탱해주는 성인들의 삶 속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옆집 이웃에게서 발견할 수도 있다”(7항)고 말하며 이웃이 하느님의 존재를 비춰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이들을 통해 “세계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들이 결정되어왔다”(8항)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성덕을 실천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는 하느님을 향한 사랑의 실천으로 성덕에 이르도록 부르심 받았다. 성덕이란, 큰 도전 뿐만 아니라 작은 행동들을 통해서도 자라난다. (16항)
이런 성덕의 소명을 실천하는 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말한 대로 ‘자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야하며 “중요한 것은 자기가 가진 최고의 것, 즉 하느님께서 각자의 마음속에 심어준 선물을 꺼내 보이는 것”(11항)이라고 말했다.
‘성덕에 대한 두 가지 원수’
제2장에서는 성덕 실현에 방해가 되는 ‘영지주의’와 ‘펠라기우스주의’에 대한 주의를 요하면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같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먼저 영지주의는 “어떤 특정 경험을 하거나 위로와 깨달음을 준다고 여겨지는 개념이나 정보에만 관심을 두는 지극히 주관적인 신앙”이라고 정의하면서, 이러한 이념으로 인해 “사람은 자기의 생각과 감정 안에 갇히게 된다”(36항)고 지적했다.
펠라기우스주의는 “(영지주의와 달리) 신비와 은총의 자리를 대신 하는 것이 지성에서 인간 의지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것이 ‘사람의 의지나 노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에 달려 있다’(로마 9,16)는 사실이 잊혀진 것”(48항)이라고 설명했다.
교회의 삶이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이나 선택받은 소수의 전유물이 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이는 특히 일부 그리스도인들이 특정 규칙이나, 의례 혹은 행동 양식에 과도한 중요성을 부여할 때 일어나는 일이다. (58항)
‘주님의 빛 안에서’
제3장에서는 성덕을 실천하기 위해서 “각자의 방식대로 예수께서 산상수훈 때 우리에게 말씀하신 것을 행하면 된다”(63항)고 강조했다. ‘행복’은 ‘거룩함’과 같은 표현이라고 정의하면서, “성령께서 우리를 그분의 힘으로 충만하게 하시고 우리의 나약함과 이기심, 안주와 자만에서 해방시켜주실 때만 참 행복을 실천할 수 있다”(65항)고 설명했다.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성덕의 확실한 기준’이란,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마태오 25,35)(95항)와 같은 태도다.
추운 밤 길거리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을 마주했을 때, “믿음과 자비로 응대하며 그 사람 안에서 나와 똑같은 존엄을 가진 인간,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을 받는 피조물을 발견하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했다.
성덕을 실천하는 일은 “지속적이고 건강한 불편함을 동반한다”면서, 자비 실천은 어떤 선한 일을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변화’(99항)를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또한 낙태 문제뿐 아니라 빈곤, 차별, 소외의 대상이 되는 이들의 생명도 중요하다면서, 이 문제들은 모두 동일하게 중요한 문제이며 자기 이념에 따라 어느 하나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현대 세계에서 성덕의 징표’
제4장에서는 성덕을 드러낼 수 있는 징표로 ‘끈기, 인내, 온유’, ‘기쁨과 유머 감각’, ‘대범함과 열정’, ‘공동체의식’, ‘꾸준한 기도’를 꼽았다.
내면의 힘으로 우리는 빠르게 흘러가며 시끄럽고 공격적인 세상 속에서 선을 행하는데 있어 인내와 꾸준함을 발휘해 성덕을 증언할 수 있게 된다.(112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를 사랑하시고 지탱해주시는 하느님에게 매달림”으로써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평정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적개심, 배신, 실패를 인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기쁨’은 “오늘날 개인주의적이고 소비주의적 문화가 유지하고 있는 기쁨과는 다른 것”이라며, “소비주의는 그저 마음을 들뜨게 할 뿐이다. 간헐적이고 유한한 쾌락은 줄 수 있겠지만 기쁨은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사랑의 세세한 측면을 소중히 여기고 구성원들이 서로를 보살피며 열린 환경과 복음화에 기여하는 환경을 만드는 공동체가 바로 부활하신 주님께서 계신 곳”(145항)이라면서 공동체 의식을 강조했다.
“침묵 안에서 성령의 빛을 통해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성덕의 길을 식별할 수 있게 된다”(150항)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도를 위한 침묵을, 우리를 둘러싼 세상으로부터의 탈출 혹은 그러한 세상의 거부로 간주하지 말 것”(152항)을 요청했다.
‘영적 투쟁, 깨어 있음, 그리고 식별’
마지막 제5장은 어떻게 악을 바라볼 것이며 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다루고 있다. 이 장에서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삶을 경험적인 기준으로만 바라보는데 집착하다보면 악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게 된다. 악이라는 사악한 힘이 우리 가운데 존재한다는 신념을 통해서 우리는 악이 때때로 얼마나 파괴적인 힘을 가지게 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160항)고 강조했다.
교황은 성덕이 ‘평화와 기쁨의 원천’이면서도 우리는 항상 “‘등불을 켜놓고’ (루카 12, 35)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렇지 않고 “자신이 비판 받을만한 심각한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이들은 자신의 영적 삶이 점차적으로 미온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 한다. 결국 이들은 약해지고 타락하게 된다”(164항)고 경고했다.
이 권고를 통해 교회 전체가 성덕을 향한 마음을 키우는데 다시 열중할 수 있도록 권고가 유용하게 쓰였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 (177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님의 참행복을 실천한” 마리아가 “성인 중의 성인”이라고 말하며 “마리아는 우리에게 성덕의 길을 가르쳐주고 있으며 여전히 우리와 함께 걸어가고 있다”(176항)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