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이 지났건만 2014년 4월 16일, 그날은 너무도 생생하다. 교양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에 있었고 쉬는 시간을 틈타 핸드폰을 보고 있던 중,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침몰했고 승객들을 ‘전원 구조’했다는 뉴스가 눈에 띄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원 구조’는 오보였으며 전 국민은 TV를 통해 세월호가 점점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봐야 했다. ‘전원 구조’라는 오보 뒤에도 언론의 무자비한 보도 행태에 세월호 가족들은 상처 입었고 현장에 가지 못한 국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언론의 보도 행태에 많은 비판이 이어졌다. 기자들은 그렇게 ‘기레기’가 되었다.
지난 16일 KBS 9시 뉴스는 “KBS 뉴스로 인해서 상처를 입으신 세월호 유가족 여러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먼저 깊은 위로와 사죄의 말씀 드린다”며 세월호 4주기 특집을 시작했다. 이어 세월호 내부 자동차의 블랙박스를 복원해 사고 전부터 이미 세월호가 기울고 있었음을 보도했다.
지난 12일에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의 상영이 시작됐다. <그날, 바다>를 보고 나니 믿고 싶지 않아서 마음 한편으론 부인하고 싶었던,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네…’란 생각이 다시 강하게 들었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짧은 영상 제작을 부탁 받았던 김지영 감독은 세월호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면서, 정부 발표 자료들이 과학적으로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같은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그날, 바다>를 제작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급격한 우회전과 화물 쏠림이 세월호 침몰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세월호 AIS(배의 항로를 기록하는 장치) 소스코드 원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세월호는 침몰 전부터 지그재그로 운항을 했으며 비정상적인 속력 변화가 있었다. 정부가 발표한 AIS 기록과는 다른 결과였다.
또한 좌회전을 하던 배가 왼쪽으로 쓰러진 것은 관성의 법칙에 어긋나는데, 외력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세월호 침몰지점은 정부 발표와 700m나 차이가 났다. 침몰지점을 700m 끌어내리니 세월호 항적은 병풍도 해저지형과 일치했다.
제작팀은 세월호의 급회전 위치가 병풍도 해저지형과 일치한다는 점 등에서 세월호가 왼쪽 앵커를 내린 채 운항했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AIS를 중심에 놓고 과학적으로 세월호 침몰 원인을 분석한 <그날, 바다>는 정부 발표 기록이 조작됐으며, 앵커를 내리고 운항한 것이 침몰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두라에이스 선장과 세월호 생존자들의 증언이 이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날, 바다>는 세월호에 관심은 많았지만,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몰랐던 사람들에게 더 없이 친절하다. 과학적인 분석과 더불어 ‘그날’ ‘바다’에서 일어난 일을 관객들이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도록 그래프와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차근차근 설명한다.
세월호 가족들은 끊임없이 진상규명을 외쳤지만 박근혜 정권은 이들을 외면하고 진실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정권이 바뀌고 지난 16일 정부가 주관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 영결식을 거행했고, 이제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미수습자 수습, 416생명안전공원 등에 힘쓸 것을 밝혔다.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구조에 실패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끝까지 밝혀내도록 KBS 뉴스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4월 16일 KBS 9시 뉴스 오프닝 멘트 중
무자비한 보도 행태로 비판받았던 언론도 진상규명에 함께 할 것을 밝혔다. 끊임없이 세월호 가족들을 가로막았던 벽들이 점차 사라지고 변화의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