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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 성범죄 은폐한 고위성직자들 이름 공개
  • 끌로셰
  • 등록 2018-06-08 17:58:35
  • 수정 2018-06-08 18: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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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ECA는 기자 회견을 열고 성직자 성범죄를 은폐한 고위성직자들을 공개했다. 뒤쪽에선 칠레 오소르노 교구 후안 바로스 주교의 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출처=Club suisse de la presse 영상 갈무리)


성직자 성범죄 퇴치를 위한 국제단체 ‘성직자성범죄종식모임(Ending Clerical Abuse, 이하 ECA)’은 현지 시간으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모임의 목표와 추후 활동방향에 대해 소개했다. 


기자회견에는 카라디마 사건 피해자이자 칠레 성범죄 피해자 지원 단체 ‘파라 라 콘피안차(Para La Confianza)’ 상임이사 호세 안드레스 무리요(José Andres Murillo), 프랑스 성직자 성범죄 지원 단체 ‘라 파롤 리베레(La Parole Libérée)’ 대표 프랑수아 드보(François Devaux), ‘성폭력피해아동단체(National Association of People abused in Childhood, 이하 NAPAC)’ 창립자이자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전 위원 피터 숀더스(Peter Saunders) 그리고 주로 북미에서 발생한 성직자 성범죄를 조사하고 성범죄 성직자 리스트를 발표하는 민간단체 ‘BishopAccountability.org’ 공동이사 안 바렛 도일(Anne Barrett Doyle)이 참석했다.

 

ECA 구성원들은 그들의 사명이 “로마 가톨릭교회가 성직자 성범죄, 특히 아동성범죄를 근절하여 아동을 보호하고 피해자들을 위해 정의를 추구하기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소개하며, 성범죄를 가능하게 하는 교회의 구조 체계를 종식시킬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묵살당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되고자 한다”고 선언하며 ECA의 세 가지 계획을 발표했다.


다양한 부문에서 로마 가톨릭교회의 책임을 물을 것이다. 성직자 성범죄를 종식시키기 위해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여론을 형성하며 사법적 행동을 취할 것이다.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고 정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지역단체나 국제단체를 조직하고 연결하는 일을 도움으로써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이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다.


성직자 성범죄와 그 은폐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하는 단체들과 연계할 것이다.


▲ 지난 1월 칠레에서 오소르노 교구 성직자 성범죄 피해 생존자들과 칠레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를 돕는 파라 라 콘피안차 재단이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출처=ECA)


ECA는 그저 피해자 단체가 아니라 성직자의 변화를 촉구하여 교회가 성범죄와 성범죄 은폐에서 자유로운 영적, 종교적 공간을 보장할 수 있게 만들고자 하는 국제단체


무리요 상임이사는, 모든 국가가 성직자 성범죄 퇴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성직자 성범죄와 그 체계를 파괴하려는 것이지, (교회와 같은) 기관을 파괴시키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성범죄뿐 아니라 성범죄의 은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프랑수아 드보 대표는 “(성범죄 은폐) 주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와 성범죄 은폐에 연루된 주교들을 재판할 수 있는 재판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는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의를 받아 재판부 설치를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별도의 재판부나 조사위는 신설되지 않았다. 2016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의교서 <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 : As a Loving Mother >를 발표하고 성범죄에 대한 주교 및 수도장상의 태만, 불성실을 교회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길을 열기도 했다.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이자 NAPAC 설립자 피터 숀더스는 “세계 어디에서든 아동의 보호는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성직자 성범죄 문제가 어떤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응답을 필요로 하는 국제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칠레 주교들의 집단 사퇴와 바로스 주교의 성범죄 은폐에 대한 조사 착수는 어떤 반성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여론의 압박’과 오소르노 교구 신자들의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교회 내 성직자 성범죄 피해에 대한 기초 조사 자체가 부실함을 지적하며 호주 왕립위원회와 같은 국가 차원의 조사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칠레 신자들에게 보낸 서한은, 가톨릭교회가 처음으로 (성직자 성범죄 관련 사실을) 인정한 사례다.


안 바렛 도일은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칠레 신자들에게 보낸 서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가톨릭교회가 처음으로 (이러한 사실을) 인정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또한 성직자 성범죄와 같은 잘못된 관습이 아르헨티나, 호주, 아일랜드, 온두라스, 괌, 필리핀, 인도, 브라질, 방글라데시 등에서도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기자회견에서는 성직자 성범죄가 얼마나 국제적인 문제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각국의 피해자 대표들이 자신들이 겪은 피해를 철저히 조사하지 않고 은폐한 고위성직자들의 이름을 공개했다. 특히 이 가운데는 현 신앙교리성 장관 루이스 라다리아 페레 대주교(Luis Ladaria)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청 개혁을 자문하는 추기경 자문단 C9 구성원 라인하르트 막스 추기경(Reinhard Marx)이 포함되어 있었다. 


칠레 오소르노 교구 후안 바로스 주교 역시 이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 외에도 아일랜드, 스페인, 캐나다, 이탈리아, 콩고, 미국, 에콰도르, 프랑스, 자메이카 출신의 피해자가 자신의 사건을 은폐한 주교, 대주교, 추기경의 이름을 공개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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