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남대문시장 길은 뻥 뚫려, 오가는 사람을 셀 수 있을 정도로 한산했다. 상점 앞 종업원들은 맥없이 앉아 있고 드물게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그 앞을 지나쳤다.
시장을 찾은 사람들로 붐비던 먹자골목 식당가도 사람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식당 안은 텅 비었고 종업원들도 가게 앞에 나와 지나는 행인을 바라볼 뿐이다.
남대문시장 도로변에서 야채도구를 파는 상인은 “작년 이맘때에 비해 행인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매출 부진을 걱정했다.
5월과 6월 즈음에는 남대문시장에 관광객과 손님이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일본 관광객 급감으로 시장 경기가 최악이라고 한다. 7월이 되면 휴가철과 비수기에 접어들어 더욱 손님이 없을 것이라며, 시장 상인들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던 종로5가 광장시장에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광장시장 상인은 ‘메르스’ 사태를 매스컴에서 연일 크게 보도하면서 중국인들이 일본으로 가 보이지 않는다며, 중국 관광객이 줄어든 이유로 언론 탓을 하기도 했다.
남대문시장 등 재래시장에서 일본인 관광객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거의 자취를 감췄다.
시장 상인들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보다 일본인 개별관광객을 더 선호한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단체로 면세점이나 백화점 등을 찾아다니지만 일본인 관광객은 시장 구석구석을 돌며 물건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일본인 관광객이 자취를 거의 감춘 이유는 한일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이유도 있지만 엔화가 최근 3년 사이 급락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3년 전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1만 엔을 바꿔 시장에서 14만8100원어치 한국 물건을 구매 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8만8500원어치 밖에 살 수 없다. 결국 최근 3년 사이에 일본인 관광객 입장에서 보면 한국 물가는 59.7% 이상 오른 셈이다.
일본인 관광객도 자취를 감추고 ‘메르스’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마저 한국 재래시장을 외면하게 되면서 남대문시장 등 재래시장 상인들은 거의 포기하는 상태로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