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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가톨릭에서는 100년 안에는 ‘여성사제’ 문제가 풀릴 성싶지 않은데…
  • 전순란
  • 등록 2018-07-25 10: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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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20일 금요일, 맑음


내 친구 한목사는 ‘휴천재일기’ 팬. 눈팅만 않고 친구의 의리를 지켜 댓글도 가끔 달아준다. 엊그제는 ‘워마드’가 저지른 ‘성체 훼손’ 사건에 대한 송경용 신부의 글을 그니가 실었기에 읽다 ‘이 양반 가톨릭 신부는 아니구나’ 했는데 내 추측이 맞았다. 오늘도 ‘가톨릭일꾼’에 한상봉 선생이 띄운 윤영석 신부(미국성공회 뉴왁교구 성아그네스성당 주임)의 글을 내가 퍼날랐더니 한목사가 ‘윤신부의 글이 일품’이라는 감탄이다. 가톨릭 사제의 글이라 생각했나보다.


5년 전 제네바에서 참석한 루터교 여사제의 미사 


이번 워마드 ‘성체훼손’ 사건에 성공회 사제들이 비교적 홀가분한 자세로 대응하는 것은 자기네가 ‘여성사제’를 허용한 데서 오는 안도감이리라. 그 문제에서 자유로우니 워마드 비판에서 해방되었다. 내가 본 가톨릭에서는 앞으로 100년 안에는 ‘여성사제’ 문제가 풀릴 성싶지 않다. 바티칸 고위층과 여러 번 이 문제로 얘기를 나눠본 보스코도 ‘기혼남자에게 서품을 줄망정 여자에게는 안 된다’는 경색된 입장이더라며 한탄하곤 했다.


2005년 베네딕도 16세 교황의 즉위식에 우리랑 함께 참석했던 정현경 교수(미국 유니언 신학교). 성베드로 광장에서의 엄숙한 미사 도중에 나를 흔들며 “저기 강단 위에 앉아있는 늙은 남자들 좀 봐요! 주황 옷, 빨강 옷 치마 입은 남자들! 어쩌면 저 자리에 여자는 단 한명도 없지요?” 라던 탄식. 여성신학자 눈으로 참으로 기막힌 현상인데 그걸 그냥 무심코 바라보던 전순란, 그래도 여성신학을 한 여자….


거양성체가 매우 자연스럽고, 다른 여사제와 공동으로 집전하는 유아세례도 아름다웠다


개신교에서도 처음 ‘여목사’ 도입을 위한 교단투표가 있을 때 나이가 젊으니까 더 진보적일 거라고 생각했던 청장년 목사들의 반대가 예상 밖으로 커서 놀랍고 실망스러웠다. 또 여성사제 등장에 대해선 어쩌면 여자들이 더 완고할지도 모른다.


친정엄마를 지극 정성으로 모셨던 친구가 얼마 전 ‘엄마의 배신’을 들려주며 한숨을 쉬었다. “우리 셋째 딸이 제일이야. 아들놈이라고는 저도 새끼도 일 년에 한번이나 얼굴 디밀고… 아들 둬도 다 소용없다. 요즘은 딸이 최고다. 너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


헌데 그러던 엄마가 손바닥만 한 땅과 쓰러져가던 시골집을 모조리 조카 이름으로 넘겼더란다. ‘왜 그랬냐?’ 물으니까 ‘네 남동생은 가진 것도 없고, 장가도 가야 하는 손주가 불쌍하더라’는 말씀. 두뇌로는 무엇이 도리인지 알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드는데 정작 몸에 밴 타성이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지지 않는다. 나 역시 점점 어느 새에 ‘가톨릭의 타성’에 젖어가고 있어 서글프다.


아침에 텃밭에 내려가 포트에 기른 상추를 옮겨 심고 오이, 가지, 고추나무를 더듬어 한 소쿠리 따왔다. 자연은 언제나 풍족하다. 유영감님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가 우리 마을이 살아 있음을 들려준다. 



가톨릭 지금여기 편집장 준영씨가 휴천재에 놀러온다고 해서 40도 열탕에서 열심히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는 보스코의 말. 우리한테 왔다가 오늘 중 부인이 있는 횡성에 가야 한다더라며, 서울서 함양읍에 도착해 다시 군내버스로 우리 집까지 오가기에는 날씨가 너무 뜨거우니 우리가 읍내로 나가 점심을 대접하자는 말. 40도 온탕부엌에서 요리를 하던 길이라서 ‘진작 연락을 해서 밥 준비를 하지 말라든지 할 것이지 아내의 수고에 그렇게 무심하냐?’ 열을 받아 머리가 바글바글 끓는다. 


읍에 나가며 “당신 잘 했어요? 잘못했어요?” 하는 아내의 채근에 “잘못했어” “담에 또 그럴 꺼예요?” “안 그럴게” 오늘 따라 너무 선선한 대답이어서 그만 웃음이 나오고 만다. 그러고 나면 또다시 지는 건 나다. “그럼 됐어요. 빨리 갑시다, 준영씨 기다리겠다”


읍에 가서 만난 준영씨는 그동안 못 봐온 15년간 머리칼과 수염이 하얀 노인이 되어 있었다. 이 땡볕에 휴천재까지 오게 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 나보다 10년은 젊은데 보스코보다 더 나이 들어 보여 전철 경로석 앞에 서면 모두 일어나 자리를 양보해준단다. 어찌 보면 무지 엉성하고 어수룩해 보이는데, 보스코 말이, 엄청 똑똑하고 자기 일에 철저하단다. 보스코 하고 똑같은 사람이 또 하나 있구나 하고서 보니 친밀감이 간다.



[필진정보]
전순란 : 한국신학대학 1969년도에 입학하였고, 전) 가톨릭 우리밀 살리기 운동 공동대표, 현) 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이사 / 두레방 상임이사이다. Gustavo Gutierrez의 해방신학을 번역했으며,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성염(보스코, 아호: 휴천)교수의 부인이다. 현재 지리산 자락에 터를 잡고 살며 그곳을 휴천재라 부른다. 소소한 일상과 휴천재의 소식을 사진, 글과 함께 블로그에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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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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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8-07-27 06:56:37

    성체신심은 가톨릭에만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지요?
    성공회도 성체에 대한 교리가 있을텐데요.
    결국 가톨릭 성체니까 다행이라는 논리인가요.
    왜 이렇게 글을 쉽게 쓰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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