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8장 12절부터 20절 말씀이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 (요한 8, 12)
복음에서 빛은 생명과 관계가 있으며, 어둠은 죽음과 관계가 있다. 우리가 예수를 따라가는 것은 세상의 빛이 되기 위함이다. 빛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빛이 필요한 곳을 비춘다. 그래서 빛은 가둘 수가 없다.
그런데 부패한 권력자들과 종교 권력자들은 사람들을 성전에 가두어 놓는다. 사람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가두고, 자기들이 만든 제도와 질서 안에서 묶어두는 신앙은 이미 빛을 잃어버린 신앙이다.
신자들이 성직자를 우상시하고 절대권력자로 숭배하면서 신자와 성직자의 관계가 상하 관계, 갑을 관계, 권력관계가 될 때, 그 공동체는 예수와 전혀 무관한 공동체로 타락한다.
예수는 우리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새롭게 설정해주셨다. 그 관계는 어떤 권력이나 높고 낮음이 아니라 온전한 우애의 관계, 형제적 사랑과 친교의 관계로 맺어주셨다. ‘걷는다’는 말씀이 나온다. 우리는 고정될 수 없다. 계속 걸어가는 것이다. 나그네처럼 계속 움직이고, 활동하면서 걷는 자들이 '예수와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이다.
한국 교회는 현재 정체되어 있다. 고인 물처럼, 세상과 단절하여 새로운 사상을 수용하지 못하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기만의 성, 높은 벽을 쌓고 시대와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88세가 되신 설조 스님이 불교 개혁을 외치면서 죽음을 내건 단식 투쟁에 나섰다. 개신교와 천주교회도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비리와 부패에 연루된 사건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조계종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종교 전반에 걸쳐 오랫동안 곪은 고름이 마침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종교의 비리와 추악함이 감춘다고 덮어지는 게 아니고,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닌 모든 것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투명사회가 됐다.
예수께서 세상의 빛이 되라고 하셨는데, 정작 종교는 세상의 어둠이 되어 살아왔으니 보다 못한 국민들이 종교를 심판할 때가 온 것이다. 유럽 교회의 몰락을 보고도 뼈아픈 교훈을 얻지 못하고, ‘우리는 괜찮겠지’ ‘우리는 아직 멀었어’ 하면서 무사안일주의와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가 국민들로부터 돌팔매질을 당하는 한국 교회의 현실은 교회 지도자들과 성직자들이 스스로 자초한 결과이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국민들의 가장 무서운 심판은 종교에 대한 ‘외면’과 ‘무관심’이다. 종교인에 대한 신뢰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고, 종교가 사회에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여론보다 부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회여론이 종교의 미래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도에는 종교 재단들이 사회복지시설을 많이 운영해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종교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사회복지시설이 종교 재단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마지막 도덕성마저 붕괴된 상태에 직면했다. 종교의 마지막 생명력은 신뢰인데, 사람들로부터 신뢰마저 못 받고 있으니 어떻게 그 신뢰를 회복할지 막막하다.
너희는 나를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나의 아버지도 알지 못한다. 너희가 나를 알았더라면 나의 아버지도 알았을 것이다. (요한 8, 20)
예수께서 성전에서 가르치실 때에 헌금궤 곁에서 하신 말씀이다. 이 말씀은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종교에 대한 말씀이시다.
종교 지도자들의 눈과 관심은 헌금궤에 가있다. 헌금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교무금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헌금의 액수에 따라 신앙을 판단하고 사목의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된다. 예수와의 만남과 관계는 뒷전이고 돈과의 만남, 관계가 우선이다. 겉으로는 거룩함으로, 숭고함으로 치장을 하지만 마음속에는 뼛속깊이 돈에 매여 사는 종교지도자들이 2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니 예수의 말씀은 과거나 현재나 한 점 한 획도 틀림없으시다.
결국 우리의 스승이며 지도자는 예수뿐이시다. 스스로 지도자라고 자처하며 교회의 윗자리에 앉은 자들은 사람에 대한 관심보다는 헌금궤에 관심이 크다는 것을 예수는 지적하셨다. 우리가 매일 예수를 만나며 새로운 관계를 맺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예수를 넘어서는 성장과 초월의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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