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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저고리 검정치마’, 평화의 소녀상 일어서다
  • 문미정
  • 등록 2018-08-16 15:24:38
  • 수정 2018-08-17 15: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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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미정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일본군 성노예 문제가 알려진 후, 2012년부터 8월 14일은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로 지정됐다. 올해는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고 처음 맞이하는 기림일로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14일 서울 은평 평화의 공원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져 더욱 의미 있는 날이 됐다. 은평 평화의 소녀상은 의자에 앉아있는 좌상이 아닌, 두발로 딛고 일어나 하늘을 향해 오른팔을 편 입상 형태다. 


소녀상을 만든 정연희 작가는 역사와 미래를 향해 인간과 생명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실천하는 할머님들의 내면,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이 더 이상 짓밟히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지켜나가야 한다는 결의와 염원을 표상했다고 소개했다. 


▲ 청소년들이 준비한 연극 `소녀와 할머니` ⓒ 문미정


대성고등학교 3학년 문창석 군은 “우리가 무관심하고 웃고 떠드는 시간에 위안부 할머니들은 눈물을 흘리고 계신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할머님들이 우리 곁을 떠나시기에 그 눈물을 기쁨의 눈물로 바꿔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정부가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하도록 청소년들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은평구 청소년들과 구민들, 천주교·개신교·불교 종교계,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힘을 모아 은평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했다. 그 결과 시민 1,897명과 152개 단체가 참여해 8300여만 원을 모았다. 


은평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공동상임대표 남학현 신부(천주교 응암동본당 주임)는 “은평지구 천주교 신자들을 대신해서 건립추진위 활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학현 신부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으로 끝이 나서는 안 되며, “할머님들의 고통이 고통스러운 상처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를 딛고 일어서서 우리가 인권과 평화를 위해 함께 나아가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래 세대 청소년들이 이러한 메시지를 이어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제막식에서는 천주교 응암동본당 까리따스 성가대가 김유철 시인의 ‘또 진달래 지다’(작곡 정미현)라는 시에 곡을 붙여 합창했다. ‘또 진달래 지다’는 고 임정자 할머니를 추모하는 시로 성가대의 한 목소리가 제막식을 더 뜻 깊게 했다. 


▲ 천주교 응암동본당 까리따스 성가대가 ‘또 진달래 지다’(시 김유철 시인, 작곡 정미현)를 합창했다. ⓒ 문미정


성가대 지휘자 유진구 씨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억압을 받고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우리의 주권을 지켜나가고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정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은평구민들과 청소년 등 15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소녀상 건립을 축하했다.


은평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위안부’를 기억하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시 여성에 대한 각종 폭력과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구현하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011년 서울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최초로 세워졌으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국내에 소녀상이 세워진 곳은 104곳이 넘는다. 이날 서울 은평구를 비롯해 전라남도 장성과 장흥, 전라북도 김제 등 6곳에 소녀상이 설치됐다. 


▲ 은평 평화의 소녀상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세워졌다. ⓒ 문미정


<또 진달래지다>는 김유철 시인이 2011년 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임정자 할머니 추모식에서 낭송한 조시로서, ‘2017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작품공모전’ 정미현 작곡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또 진달래 지다



하얀 저고리

검정치마

조선 땅의 딸이

오늘 베옷입고 길 떠나 하늘의 품에 안긴다


그 품은 넓으려나

그 품은 억울함 없고 서러움 없으며

평온할 수 있으려나


어릴 적 어머니의 고향 진주에서 바라보던 밤하늘

10대 어린 소녀 부산의 한 공장에서 바라보던 밤하늘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대만으로 가던 배에서 바라보던 밤하늘

아, 끝내 눈물도 한숨도 매말라 버린 숱한 날들의 밤하늘


한겨울 언 땅을 뒤로하고 길 떠나는 어머니

이제 놓아버리소서

그 어둠의 밤하늘들이 아닌

시리도록 푸른 하늘로 뒤돌아보지 말고 떠나소서


아직도 쉰 소리 일삼는 일본정부도

잘난 것들 끼리 모여 나 몰라라 하는 한국정부도

삼일절이며 광복절이 돌아오면

미국깃발로 만세 외치는 어리석은 이들도

우리말 우리옷 우리산하 내팽개치고

국제화 세계화 글로벌 어쩌구 소리치는 못난 것들도

용서하고 훨훨 떠나소서


어머니, 임정자 어머니

미안합니다

저희가 미안합니다

그저 엎드려 저희의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을 눈물로 표합니다


하얀 저고리

검정치마

붉은 진달래, 조선 땅의 딸이

오늘 떨어진다


또 진달래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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