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이루지 못한다면 후손들에게 문제를 떠넘기는 것
“우리 세대에서 통일을 이루지 못한다면, 후손들에게 문제를 떠넘기는 것이 됩니다.”
“통일은 나 혼자 할 수 없습니다. 평화통일을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난 4월 28일, 역삼역 근처 포스코 P&S 타워에서 열린 제2회 청년평화컨퍼런스에서는 한반도 평화통일에 관하여 뜻을 가진 청년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성세대와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바로 다음 날 진행됐기 때문인지, 청년 발언자들은 평화통일을 위한 역할과 과제에 대해 열정적인 태도로 임했다. 청년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반도 평화통일은 무엇이었을까?
청년들이 생각하는 ‘통일’의 가치
청년들은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로 국가적인 대의와 민족주의에 호소하기보다는 ‘가치’와 ‘인권’을 언급했다. 청년정상회담에 패널로 참여했던 전하림 유엔아카데미임팩트 부의장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를 개선하고, 경제문제를 해결하며, 포스트-이데올로기를 열기 위해 통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규환 유네스코학생회 회장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어릴 때 무작정 부르며 통일을 꿈꿨지만, 통일의 당위성을 직접 느끼게 되면서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보게 되었다”고 답하며 통일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이야기 했다.
기성세대 전문가들이 정의한 통일
기성세대의 평화통일 전문가들은 통일에 대하여 어떻게 정의했을까? 이현숙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여성부의장은, “통일은 양쪽 체제의 장점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며 “북한을 우리 방식으로 바꾸려는 시도보다는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를 목표로 평화통일 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곤 전 국회 사무처 사무총장도, “북한을 우리 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고 언급하며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위해 베푸는 것은 당연하며 복지, 국방, 교육 분야에 있어서 통일은 편익 비용이 더 클 것이다. 민간과 공공 부문에서 남북 경협을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답했다.
통일을 위해 추구해야 할 가치
통일에 있어서, 방법은 다를지 몰라도 청년세대와 기성세대가 추구하는 가치는 같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도적인 지원과 신뢰의 관계를 바탕으로 평화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점에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모두 동의했다. 이를 위해 최윤경 유네스코학생회 회원은, “우리 청년세대의 인식개선과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청년 패널들도 ‘인식개선’과 ‘의사소통’을 언급하였다.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청년들이 기성세대와 적극적으로 의사 소통하며 통일 담론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청년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지난 1월 24일부터 2월 1일까지 조사한 설문조사를 보면, 20대와 30대는 통일에 대해 ‘공감한다’는 반응보다는 ‘공감하지 않는다’는 반응이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이 기대 이상으로 마무리되면서, 평화통일에 대한 지지율은 크게 증가했다. 20대는 65.4%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30대는 무려 75.4%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여전히 다른 세대와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청년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이 더욱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평화통일을 위해 청년 세대가 해야 할 일
이현숙 여성부의장은, “지금의 2030세대는 합리적인 능력을 배양한 세대이므로, 청년통일협약을 만들어서 어른들에게 제시한다면 좋은 과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맥락으로 청년 세대는 누구보다 사회 개혁에 앞장서고, 정부와 국회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할 수 있는 세대여야 한다. 부조리함과 극단적인 양극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여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 세대다. 만약 갈등이 생긴다고 해도, 갈등은 부정적인 것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김성곤 전 사무총장은, “세대 간의 갈등은 아주 미세한 문제이고,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서로 상보적인 작용을 하듯 대립은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임을 언급했다. 이현숙 부의장도, “갈등은 나쁜 것이 아니고 성장의 동력원”이라고 답했으며, 임형준 소장은 “세대 간의 갈등은 항상 있는 문제이고,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 과정”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은 이러한 ‘갈등’을 봉합하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청년포럼 및 세미나 개최, 평화마라톤, 벽화활동, 평화 엠블럼 제작, 캠페인, SNS 카드뉴스와 같은 직접적인 ‘행동’을 제시했다. 기성세대는 정책에 좀 더 집중하여 북한과의 긍정적인 관계 구축을 위한 남북 경협, 인도적인 대북 지원을 제시했다.
청년들은 주체가 되고, 기성세대는 교육과 자문을 통해 자신들의 지식과 의견을 공유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청년들이 바라본 평화통일, 기성세대가 바라본 평화통일, 방법에 있어서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목적은 같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한반도 평화통일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을 봉합하고 70년간의 냉전의 상징을 극복하여 진정한 세계 평화로 나아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