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일랜드 순방에서 돌아오는 기내 인터뷰에서, 성직자 성범죄 해결을 위해 평신도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무언가를 발견하면, 그 즉시 말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교황은 성범죄 피해를 입은 자녀의 부모가 가해 성직자를 감싸기도 한다고 지적하며 “적절한 사람들과, 특히 판결을 내리거나 사전 조사를 개시할 수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사, 주교 가능하다면 본당 사제와 이야기하라”고 조언하며 “이것이 하느님 백성이 할 수 있는 첫 번째 일”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의(이하 미보위) 권고 중 ‘주교들에 대한 조사와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재판부 설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는 2016년 발표한 자의교서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가 적용된다면서 “(문제가 되는) 주교 별로 자문단(giuria)을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정된 특별 자문단이) 실행 가능하지 않으며 판결을 받아야 할 주교들이 서로 다른 문화로 인해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하며 “해당 사안을 더욱 잘 해결할 수 있는 자문단을 교황이 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자의교서가 실제로 적용된 예로, 올 초 아동 성범죄 혐의로 인해 교구장 면직 및 해당 교구 거주 금지 명령을 받은 앤소니 새블런 아푸론(Anthony Sablan Apuron) 전 괌 대주교 사건을 들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의 권고가 적용되고 있는 것”이라며 “콜린스 전 위원이 종종 바티칸에 오니, 그를 만나게 되면 이를 더욱 명확히 설명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자의교서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 제 5항은 관할 성이 수행한 중대 범죄 조사에 따른 결정이 교황의 명시적인 승인을 받아야 하며 교황은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적절히 임명된 특별 법률 자문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본래 미보위 권고 사항은 성범죄 가해 성직자와 사건 은폐에 가담한 주교의 처벌을 위한 별도의 특수 재판부 신설이었다.
이와 관련해 마리 콜린스 전 미보위 위원은 자신이 9월 9일부터 14일 사이에 로마를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가 말하는 교회 지도자들의 석명 의무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내게 설명해주고자 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망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한 프랑스 사제가 소속 대교구장의 성범죄 은폐 사실을 규탄하며 그의 사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적절하냐는 질문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의심, 증거 혹은 부분적인 증거라도 존재한다면,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에 따라 조사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언론들이 ‘유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보도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여러분의 업무는 매우 까다로운 것”이며 “언론은 판단을 내놓지 않으면서 인상과 의구심을 이야기하며 무죄추정의 원칙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내 기자회견에서는 성직자 성범죄 파문이 일기 전까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온 낙태와 동성애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낙태 문제는 종교적 문제가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낙태 문제는 종교적 문제가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히며 “우리는 종교 때문에 낙태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인간의 문제다”라고 설명하면서 “인류학에 의해 연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종교적 사실로부터 낙태를 연구하는 것은 사고하기를 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자신 역시 “단 한 번도 낙태 문제가 종교적 사실에서부터 논의되는 일을 허락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동성애 성향의 자녀··· ‘비난하지 말고, 대화하고, 이해하며, 자녀에게 여유를 주라’
‘동성애자 자녀를 둔 아버지에게 어떤 말을 말해주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자와 그러한 성향을 가진 이들은 언제나 존재했다”면서 “나는 자기 자녀가 그러한 성향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에게 ‘비난하지 말고, 대화하고, 이해하며, 자녀에게 여유를 주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자녀들이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여유를 주라”고 권고하며 “침묵은 절대로 치유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동성애적 성향을 가진 자녀를 무시하는 것은 부성애, 모성애의 부재”라고 경고하며 “너는 그 자체로 내 아들, 내 딸이란다. 난 네 아버지고 네 어머니란다. 이야기 해보자”라고 말할 것을 권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언제나 대화 할 것”을 강조하며 “이들을 가정 밖으로 내몰지 말라”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