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직자 성범죄 추문과 관련해 발표한 ‘하느님 백성에게 보내는 서한’에 대해 각국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주교들 역시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Strasbourg) 대교구장 뤽 라벨(Luc Ravel) 대주교는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한에 대한 답장으로 ‘안하느니 늦는 것이 낫다’(Mieux vaut tard)라는 32장에 달하는 사목 서한을 발표했다. 서한에서 라벨 주교는 “교회가 뼛속 깊이 바뀌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라벨 대주교는 이러한 성직자 성범죄를 “세계 2차 대전 이후로 가톨릭교회 안에 돌고 있는 역병”이라고 규탄했다.
라벨 대주교는 교회가 성직자들의 성범죄를 은폐하고 피해자를 돌보지 않은 것에 대해 “우리는 하느님의 집을 지키기 위해 ‘우리들의 집’에 너무 집중한 것 같다”고 말하며 조직으로서의 교회를 보호하기 위해 벌어진 일들에 대해 참회했다.
라벨 대주교는 성범죄로 인한 상처는 일반적 기억이나 물리적 상처들과 달리 지워지거나 아물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범죄에 대해서는 정신과 영성적 차원의 공소시효를 적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성범죄 피해자들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 “죄책감의 앙갚음”이라고 지적하며 “성범죄에서는 죄인의 죄책감과 피해자의 결백이 뒤바뀐다”고 말했다.
결국 “이러한 사실로 인해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신고하는 행위가 마치 자신이 지은 개인적인 죄의 고백으로 여기게 되어 피해자의 범죄 고발을 매우 어렵게 만들어버린다”고 설명하며 피해자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또한 “법적 공소시효가 있는 경우라도 죄와 피해자의 고통을 인정하는 일을 지나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성직자들이 이러한 범죄를 쉽게 저지를 수 있는 환경에 대해 라벨 대주교는 “사제에 대한 법적 면책, 즉 (평신도들이) 사제를 신성시하는 행위로 인해 발생한 면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하느님의 사람을 민법 재판에 회부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기 자신으로만 향해있는 정신 상태로 인해 사제들은 타인에 대해 완전히 (혹은 의도적으로) 무지한 상태가 된다”고 지적했다. 라벨 대주교는 “모릅니다. 내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창세 4, 9)를 인용하며 “그는 자기 양심과 멀어져 누가 자기 아우인지도 모르게 된다. 그리고 그의 죽음에도 전혀 괴로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하느님 백성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매우 강조한 성직자 중심주의에 대해서는 “모든 영적 학대의 근원”이라고 지적하며 “이는 마치 양떼가 사제에게 속해있는 것으로 믿게 만들어 소유권을 전복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떼는 그리스도이신 그분만의 것이며 신부는 양떼의 일부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라벨 대주교는 “사제들이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 것 마냥 ‘내 청년’, ‘내 신자’, ‘내 성가대’라고 말하기를 멈출 때 우리가 사랑하는 교회 안에서 더욱 건전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벨 대주교는 그간 교회가 성범죄 성직자를 은폐하기 위해 “감추거나 전출시키고, 혼을 내다가도 용서하고, 추문을 피하고자 침묵을 돈으로 샀다”고 규탄했다.
특히 추문을 피해 교회를 지키는 행위에 대해서도 추문의 신학적 성격을 설명하며 “성경에서 말하는 피해야 할 추문과, 신부나 교회의 이미지를 더럽히지 않기 위해 추문을 피하려는 시도 사이에는 어떤 관계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프랑스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교회를 보호하기 위해 침묵하는 것은 신학적 오류”라고 재차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