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4일 바티칸 베드로 광장에서 교황 바오로 6세와 엘 살바도르의 오스카 로메로(Oscar Romero) 대주교를 포함한 7명의 시성식을 거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에서 “하느님의 말씀은 일련의 진리나 웅장한 영적 설명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하며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 삶에 닿아 이를 변화시키는 살아있는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마르코 10장 17절에 등장하는 “달려와 무릎을 꿇은 어떤 사람” 이야기를 언급하며 “이 사람에게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되며, 이 구절은 마치 이 사람이 우리 모두를 지칭할 수 있는 것처럼 이름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람이 “어린 시절부터 십계명을 지켜왔으며 이를 이루기 위해 그는 다른 이를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영생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합니까?’라고 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너무 많이 가진 것, 너무 많이 원한 것 때문에 우리는 숨통이 조여들고, 사랑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교황은 예수께서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셨다”(마르 10, 21)고 강조하며 “예수께서는 보상을 얻기 위해 지킨 계명에서 댓가 없고 온전한 사랑으로 관점을 변화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에게 주어라“고 말하며 “주님께서는 여러분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것을 뒤로 하고 재화를 버리고 유일한 선이신 그분을 위한 자리를 만들라고 요구하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입니다. (1티모 6,10)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께서는 급진적이다. 그분께서는 모든 것을 주시고 모든 것을 요구하시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예수께서는 몇 퍼센트의 사랑에 만족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분께 20, 30, 60 퍼센트의 사랑만을 줄 수 없다. 전부 주거나 전혀 주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인 것이다”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부, 지위, 권력, 복음을 전파하는데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은 구조와 같이 우리 사명을 가로막고 우리를 세상에 옭아매는 끈들을 뒤로 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하자”고 격려했다.
교황은 복음에서 등장한 인물이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나간”(마르 10,22) 이유 역시 “법 규율과 자기 소유물에 묶여 마음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기쁨의 원천인 그분과의 만남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그분을 따라가는 용감한 선택으로 돌아갈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성인들이 이러한 길을 따라온 것”이라고 말했다.
계산 없이 자신의 삶 속에서 오늘의 복음을 실천한 사람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바오로 6세 역시 그러한 길을 따라 “새로운 경계들을 넘어, 밖으로 향하는 교회의 예언자로서 복음 선포와 대화의 증인이 되시어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 일생을 보내셨다”고 설명했다. 바오로 6세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의 공통 소명인 성덕에 대한 보편적 부르심에 응답해달라고 촉구하고 계신다”고 강조하며 “어중간한 대책이 아닌 성덕의 부르심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메로 대주교에 대해서도 “속세의 안정을, 심지어 자신의 안전까지도 버리고 예수님과 형제자매들을 향한 마음으로 복음에 따라 가난한 이들과 가까이 지내며 자신의 생명을 바쳤다”고 칭송했다.
성인품에 오른 나머지 성인들 역시 “고통 받고 계시는 예수님을 만난 성스럽고, 용감하며 겸손한 젊은이들”이라고 칭송하고 “여기 이 모든 성인들은 서로 다른 맥락 속에서, 모든 것을 걸고 내던지겠다는 열정으로 미온적 태도 없이, 계산 없이 자신의 삶 속에서 오늘의 복음을 실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성식에서는 교황 바오로 6세와 로메로 대주교를 비롯해 성체흠숭수녀회 설립자 프란체스코 스피넬리(Francesco Spinelli) 신부, 빈첸조 로마노(Vincenzo Romano) 신부, 예수그리스도의 가난한 시녀회 설립자 마리아 카타리나 캐스퍼(Maria Katharina Kasper), 예수의 성녀 데레사 나자리아 이그나시아(Nazaria Ignacia) 등 7명이 성인품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