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문 대통령, “교황의 ‘만남의 외교’를 항상 기억했다”
  • 끌로셰
  • 등록 2018-10-17 12:21:49
  • 수정 2018-10-17 23:30:13

기사수정



지난 16일 교황청 기관지 <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 L'osservatore romano >는 ‘평화의 길(la via della pace)’이라는 제목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기고문을 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별기고문에서 가톨릭교회가 사람중심의 민주주의 실현에 기여했다는 점과 한반도 평화에 있어 “모든 갈등에는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요약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만남의 외교(diplomazia dell'incontro)를 항상 기억했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가 예수의 삶에서 시작되었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예수의 삶에서 시작되었다”면서 “예수님 곁에서는 사회적 지위, 빈부, 남녀의 차이를 막론하고 사람으로서 동등하게 존엄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비록 한국이 “가톨릭 국가는 아니지만 ‘성경’을 통해 민주주의를 익히고 불의와 맞서는 용기를 얻었다”면서 한국 역사의 어두운 시기인 군사독재시절 “한국의 ‘성당’이 민주주의 성지이자, 피난처였다”고 상기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데도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를 익힌 많은 사제들이 함께했으며 “평신도들도 ‘세상 가운데 있는 교회의 사람이요, 교회 안에 사는 세상 사람’으로서 예수님의 삶과 같이 정의와 평화, 사랑의 구현에 충실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뿐만 아니라 지난 촛불시위를 통한 탄핵과 정권교체를 들어 “민주주의란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는 길이며, 그 길은 평화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항상 일깨워준다”고 말하며 “2017년 추운 겨울의 아름답고 평화로웠던 촛불혁명(rivoluzione delle candele)의 정신에 그 가르침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번도 가보지 않는 한반도 평화의 길에서 교황님의 ‘만남의 외교’를 항상 기억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길을 걸어가는 동안 ‘만남의 외교’를 강조하신 교황님의 전언을 항상 기억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군사 도발 중단, 북미 적대관계 청산, 핵실험 중단 등이 모두 “만남과 대화가 이룬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를 “증오를 없애고 화해를 낳기 위해 희생하신” 예수님과 비교하며 “남북이 만나고, 북미가 대화하기까지 많은 희생이 있었다”며 “이제 평화를 통해 분단과 대결을 번영으로 환골탈태 시킬 때”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가 진정으로 평화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단지 경제적 이익을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가 형제처럼 아끼는 마음이 필요하다”면서 남북 사이의 형제애 증진을 강조했다.


‘포용국가’는 사람중심의 국정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문 대통령은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의 연설을 인용해 “공동선과 진보와 발전을 단순히 경제적 개념으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 공직자들과 만남, 2014/08/14, 주교회의 번역)는 점에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선포한 ‘포용국가’ 역시 이러한 “사람 중심의 국정철학을 기반으로 한다”고 말하며 가톨릭교회가 “포용을 추구하는 한반도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기고문 전문이다.




저는 대한민국과 교황청의 외교 수립 55주년을 기념하여 교황 성하를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보여주신 매우 굳센 지지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들과 함께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민주주의는 하늘에서부터 우리에게 내려오는 길을 감행하신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에서 진정한 정신을 발견합니다. 예수께서는 가난한 이, 소외받은 이, 헐벗은 이 그리고 아픈 이들과 함께 사셨습니다. 예수에게 있어 모든 사람은 사회적 위치나 지위와 무관하게, 부자와 가난한 이가, 남성과 여성이 모두 같은 존엄을 누리는 것이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것처럼 동일하게 존엄하다는 가르침과 함께 한국에 들어섰습니다. 가톨릭교회의 이러한 인본주의는 신분제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던 한국의 정신을 깨웠습니다. 이러한 믿음에 충실하여 많은 한국 사람들이 순교했습니다. 가톨릭교회가 비록 국가 종교는 아니었지만, 한국인들은 성경에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야할 방향을 배우고 불의에 맞서는 용기를 찾았습니다. 군사독재시기 동안, 한국 가톨릭교회는 민주주의의 성지이자 피난처였습니다.


많은 사제들은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에 따라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평신도들 역시 예수님을 따라 정의와 평화, 그리고 사랑의 실현에 헌신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가톨릭교회가 한국에서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국가에 의해 자행된 폭력에 맞서 한국 가톨릭교회는 평화를 지켜냈고 우리에게 민주주의란 본질적으로 인간 존엄을 되찾는 길이며 이 길은 평화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상기시켜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르침은 2017년 겨울 한파 중에 벌어진 아름답고도 평화로운 ‘촛불혁명’의 정신과 같았습니다.


최근 몇 달 간, 교황 성하의 기도와 축복이 평화의 길에 들어서있는 한국인들에게 매우 큰  격려가 되어주었습니다. 저는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시작하기 위해 화해를 위한 만남의 외교를 강조하신 교황님의 메시지를 기억합니다. 


저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달 공동으로 역사적인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남한과 북한은 군사적 대립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미국과 북한도 70년간의 적대관계를 끝내고자 직접 만났습니다. 게다가 미국과 남한은 대규모 군사 훈련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이는 만남과 대화의 결실입니다. 


예수께서는 증오를 없애시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셨으며, 이를 통해 화해를 낳으시고 평화 안에서 부활하셨습니다. 예수의 부활 이후 그분께서는 제자들에게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 19)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남한과 북한의 만남과 북미 대화 개시가 있기까지 역사의 흐름 안에는 많은 희생이 있었습니다. 이제 평화를 통해 분단과 대립을 번영으로 환골탈태 시킬 때가 온 것입니다.

 

지난 9월 제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하지노 대주교 역시 남한 교회와 북한 교회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한국 가톨릭교회 대표로 함께 갔습니다. 이 점에서 교황 성하께서 보여주신 각별한 관심과 이러한 관계가 더욱 발전될 수 있도록 해줄 교황 성하의 굳센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이와 더불어 저는 교황청과 북한의 관계 역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진정한 화해와 협력, 나아가 남한과 북한의 영구적 평화에 이르기 위해서는 정치와 체제에 따른 평화를 넘어서야 합니다. 우리를 경제적 이익의 공유만이 아닌 형제로서 하나로 묶어주는 마음을 가지는 일이 필요한 것입니다.


지난 9월 저는 인간을 우선시하는 정부의 국정철학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이 ‘포용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점에서 저는 2014년 8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한국 순방 당시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서 하신 말씀에 온전히 동의합니다. 


“공동선과 진보와 발전을 단순히 경제적 개념으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가톨릭교회는 계속해서 폭력과 증오, 차별과 착취, 무관심과 불관용, 불평등과 소외를 물리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물질만능주의와 무한경쟁의 어두운 사회에 한줄기 빛처럼 시대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는 힘과 지혜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예수께서 바라셨으며 이루고자 하신 사회상을 보여줍니다. 저는 가톨릭교회가 굳세게 한반도의 포용정책을 지지해준다고 믿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과 저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2013년 9월 1일 삼종기도 때 하신 말씀을 가슴 속에 새기고 있습니다. 


“만남의 문화, 대화의 문화만이 평화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우리는 민주주의 실현과 한반도 평화 그리고 포용적인 국가 건설을 결연히 추구해나갑니다. 교황 성하의 축복과 그 조력자들의 기도가 한국인들의 여정에 언제나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