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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세계주교시노드, 무슨 논의 했나
  • 끌로셰
  • 등록 2018-10-26 18: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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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CNS/Vatican Media)


지난 3일 시작해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2018세계주교대위원회(이하 주교시노드)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주교시노드 최종 문건은 작성 이후 각 항목별로 모두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인준될 수 있다.


지난 23일에는 최종 문건 초안이 나와 회의에서 논의되었고 이 문건은 곧 투표에 부쳐진다. 최종 투표에 앞서, 이번 주교시노드에서 어떤 주제가 논의되었는지 살펴보았다. 


성직자 성범죄··· “교황도 교회법의 더딘 속도에 괴로워하신다”


이번 주교시노드에서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이들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성직자 성범죄, 교회 내 여성 역할, 이민 현상, 정체성으로 인해 소외를 받은 이들의 포용 등이 주로 거론되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논함에 있어 교황청 홍보부 루피니(Paolo Ruffini) 장관은 “젊은이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문맥을 염두할 것”을 강조하며 일반적이고 무의미한 답변보다는 상황별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번 주교시노드는 전 세계적으로 성직자 성범죄 파문이 일었던 상황 속에서 시작된 만큼, 거의 매 브리핑마다 사죄와 반성의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공개된 문건과 브리핑을 살펴보면, 아동,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직자 성범죄의 실질적 해결책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 


주교시노드 개최 다음날인 4일 브리핑부터 교황청 홍보부 파울로 루피니 장관은 “성범죄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임무에 충실하지 못했던 것에 여전히 용서를 구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한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전수조사를 통해 성범죄를 포함한 다수의 아동학대를 발견한 호주에서 온 앤쏘니 피셔(Anthony Fisher) 대주교는 5일 브리핑에서 젊은이들에게 “성범죄가 인지되었을 때, 너무 많은 주교들이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여러분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칠레 성직자 성범죄를 조사하기 위해 특사로 파견되어 피해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몰타의 찰스 시클루나(Charles Scicluna) 대주교는 8일 브리핑에서 “이번 시노드에서 성직자 성범죄에 관한 빠른 답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주교들이 성범죄를 밝혀내고 그 뿌리를 제거할 수 있도록 힘을 내야하며 공동체에도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시클루나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이런 성범죄를 처벌하는데 있어 “교회법의 더딘 속도에 괴로워하신다”고 전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 아동보호센터(Centre for Child Protection, CCP) 소장이자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위원인 한스 졸너(Hans Zollner) 신부는 이번 시노드에서 이렇게 성범죄 문제가 제기된 것이 “당연했다”며 “최종 문헌에는 더욱 명확한 성직자 성범죄 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주교회의 의장 다니엘 디나르도(Daniel DiNardo) 추기경 역시 “성직자 성범죄가 교회의 노력과 신뢰를 무너트렸다”면서 시노드 최종 문건에서는 성직자 성범죄에 대한 언급이 “상당 부분 확장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민자·난민’, 이들의 대부분은 젊은이들



이민 현상은 더 이상 긴급 상황이 아니라 진정한 시대의 징표


전쟁과 같은 상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자기 땅을 떠나야하는 이민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떠나는 이민을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여러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루피니 장관은 4일 브리핑에서 이민자 대부분이 “젊은이들”이라면서 이들이 처한 사회적 난제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S가 벌인 내전으로 인해 이라크의 대표 도시인 모술이 수복당하는 등 내전과 테러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이라크 출신의 루이스 라파엘 1세 사코(Louis Raphaël I SAKO) 추기경은 17일 브리핑에서 “최근 IS의 폭력에서 탈출한 총 4백 만 명(그리스도교인 12만명)의 이라크 난민들은 인접국 난민 캠프에 살며 집에 돌아가지 못 한다”면서 중동 지역 난민들 중에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호소했다. 사코 추기경은 이라크에 뿌리를 둔 칼데아 가톨릭 총대주교이며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내전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중앙아프리카 방기(Bangui) 대교구장 디외도네 느자팔랭가(Dieudonné Nzapalainga) 추기경은 6일 브리핑에서 “내전 중에도 정의와 평화에 대한 큰 기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민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고, 자선 활동을 통해 인간 존엄에 대한 존중을 호소”하며 “언제나 교회는 이민자들이 ‘마치 짐승처럼 버려지지 않고’ 환영 받을 수 있도록 그 곳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우파 정부가 들어서며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거부하는 등 이탈리아 정부가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혐오를 드러낸 상황에 대해 이탈리아 주교들은 제5차 전체회의 언어권별 소그룹 회의에서 이민 현상은 더 이상 “긴급 상황이 아니라 진정한 시대의 징표”라며 “교회 전체가 교황 성하와 하나 되어 여러 문화가 역사적으로 피할 수 없는 현실에 문을 여는 일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5차 전체회의 프랑스어권 소그룹 회의에서는 젊은 이민자들을 위해 “이민 현상과 인구 이동에 관한 사회 교리 전파”, “이민자를 수용하는 교회가 그들의 조건에 맞는 사목을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교회가 이들을 도와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페인어권 소그룹 회의에서는 더 나은 삶이나 정치적 이유로 인한 이민의 원인 외에도 “이민자 착취나 외국인 혐오와 같은 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제17차 전체회의 영어권 소그룹 회의에서 미국 주교회의 의장 다니엘 디나르도 추기경은 “젊은이들이 부패, 탄압 정권에 맞서고, 자기 나라에서 이민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회의 역기능에 문제를 제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교황 직속 이민자난민부서(Migrants&Refugees Section) 차관 미하엘 체르니(Michael Czerny) 몬시뇰은 15일 미국 가톨릭언론 < Crux >와의 인터뷰에서 “이민자를 ‘이 곳에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로 여기기보다는 이들이 자기 방향, 집, 학교, 친구와 같이 ‘자기 정체성과 성장에 중요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을 잃은 사람’으로 생각해달라”며 “결국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젊은이들에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또한 18일 튀니지 튀니스(Tunis) 대교구장 일라리오 안토니아치 대주교는 “(난민과 이민자들에게) 의식주, 법적 지원 및 언어 교육에 도움을 줘야한다”고 강조하며 “젊은 이민자들은 우리 교회에 생명력과 기쁨을 주고 교회가 영적으로 성숙하여 ‘만남의 교회’, ‘환영의 교회’, ‘경청의 교회’가 될 수 있게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 정체성으로 인해 소외당하는 이들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용어 사용에서부터 이들의 포용까지 논의되었으며, 여러 의견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앞서 가톨릭교회 공식 문서인 의안집에서는 최초로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LGBT’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었으며(의안집 197항), 젊은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별의 이유 중 하나로 성적 지향을 꼽기도 했다(의안집 48항). 


미국 필라델피아 대교구장 찰스 채펏(Charles Chaput) 대주교는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LGBT라는 호칭에 대해 “LGBT 가톨릭, 트랜스젠더 가톨릭, 양성애자 가톨릭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 교회는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을 분류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이런 용어가 “교회 문헌에 사용 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8일 브리핑에서 프랑스 리옹 대교구 에마뉴엘 고빌리아르(Emmanuel Gobiliard) 보좌주교는 가톨릭 신자이면서 성소수자인 사람들이 교회로부터 소외받는 문제에 대해 “모든 사람은 하느님과 만나 성스러워지라는 부르심을 받은 것”이라면서 “내가 누구라고 감히 사람들을 그러한 관계에서 배제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모두를 환영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주님은 “우리를 (정체성이 아닌) 사랑받고 구원받아야 할 사람으로 바라보신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모두 같은 배를 탄, 하느님께서 구원하시고자 하는 백성의 일부”라고 말했다.


채펏 대주교와 유사한 관점에서 제5차 전체회의 스페인어권 소그룹 회의에서도 “성 정체성을 발견한다”라는 표현을 교체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제11차 전체회의 스페인어권 소그룹 회의에서는 “동성애 신자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의 문제 역시 우리 사목이 다뤄야하며 동성 결혼이나 동성 연인의 입양 문제 등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제17차 전체회의 영어권 소그룹 회의에서는 “성(gender), 삶의 방식,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 등에 따라서 사랑받지 못한다거나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회의에서는 파라 산도발(Parra Sandoval) 대주교가 발표자로 나서 “서로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통합과 동행을 격려하는데 있어 활짝 열린, 친근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이들은 신앙,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성장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여성’, 폐쇄된 성직자 집단을 타파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 (사진출처=Vatican News)


여성 서품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이 협업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문제


여성의 경우 의사결정 구조에 지금보다 더욱 많은 여성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인도 뭄바이 대교구장 오스왈드 그레셔스(Oswald Gracias) 추기경 역시 9일 브리핑에서 “책임자 직책에 더 많은 여성의 역할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브리핑에 참석한 프랑스의 나탈리 베카르(Nathalie Becquart) 수녀는 < Crux >와의 인터뷰에서 교회의 여성 참여 확대가 “여성 서품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이 협업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문제”라고 설명하며 “젊은 남성과 여성들은 성직자중심주의적 교회란 현대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하며 “다양성은 언제나 더 많은 결실을 맺는다”고 말했다.


독일 주교회의 의장 라인하르트 마르크스(Reinhard Marx) 추기경은 12일 브리핑에서 “독일은 2013년부터 평신도가 맡을 수 있는 책임자 역할에 여성 비율을 상당부분 높이기로 결정했다”며 “교회 내 여성의 동등한 권리에 관한 젊은이들의 불편한 질문을 마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성의 교회라는 인상이 보편 교회 안에서 해소되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젊은 여성들은 여기서 어떤 진정한 창조적 가능성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책임자 역할을 맡은 여성에게는 폐쇄된 성직자 집단을 타파하는데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UISG)의 초청으로 시노드에 참석한 권미나 수녀(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역시 한국 여성 수도자의 “평등”을 이야기하며 의사결정 역할에 여성 참여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제17차 전체회의 영어권 소그룹 회의에서 그레셔스 추기경은 “성직자 양성에 여성, 가정, 젊은 평신도 참여 확대”를 강조했다. 


프랑스어권 소그룹 회의에서도 “교회 젊은 여성들의 카리스마, 자질, 리더십 증진”이 제안되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라는 문제에 교회가 관심을 집중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민감하다”면서 “교회 내에서 여성상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남성과 여성이 의사 결정이라는 면에서 진정으로 평등할 수 있도록 조치가 완전하게 이루어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스페인어권 소그룹 회의에서는 교회 내의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존엄”을 이야기하며 “사목적 식별과 의사 결정에 있어 여성 참여 확대”를 제안했다.


이외에도 소셜 네트워크와 같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관계를 만들어가는 젊은이들에 대한 교회의 역할, 성과 몸의 문제, 독신서원 문제 등도 논의되었다.


앞서 루피니 장관이 설명한 ‘각 문맥의 중요성’에 대해 영미권 주교들은 “일방적으로 가치 수용을 강요하는 도덕적 접근법을 피할 때 젊은이들과 가장 좋은 관계를 맺게 된다”고 말했으며, 독일어권 역시 “구체적 현실이 그리스도적 생활의 이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람과 그들의 상황을 바라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시간으로 오는 27일(토) 오후에는 최종 문건이 투표에 붙여지며, 항목별로 2/3 이상이 찬성해야만 통과된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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